우리 술 관련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 양조장에 있어 술 제조와 함께 마케팅 부분도 발전한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외국의 다양한 브랜드 술 그리고 양조장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 바로 제품이나 양조장에 대한 스토리텔링 부분일 것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스토리(story)+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술들은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부분이 아직 약하다. 오히려 억지스러운 스토링텔링으로 제품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텔링도 마케팅의 한 부분이기에 영세한 양조장들이 많은 우리 술에서 스토리텔링이 약한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링은 다양한 마케팅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
스토리텔링은 다양한 마케팅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게티이미지

하지만 좋은 스토리텔링 소재를 제대로 활용 못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바로 세시풍속과 관련된 부분이다. 세시풍속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농경사회의 풍속이며 해마다 농사력에 맞추어 관례(慣例)로서 행하여지는 전승적 행사를 이야기 한다(네이버 두산백과). 과거부터 우리나라 세시풍속 행사에는 항상 술이 있었다. 24절기에 따른 명절을 중심으로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다양한 세시의례 잔치와 놀이에는 술과 음식이 함께했다.

예를들면 설날에는 건강과 장수를 위해 마시는 도소주(屠蘇酒)가 있다. 도소주라는 술을 마시면 괴질과 나쁜 기운을 물리치며 장수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소주를 차례상에 올리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차례주라는 이름의 술들이 차례상에 올라가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 마시는 귀밝이술은 이명주(耳明酒)라고도 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보름날 이른 아침에 청주 1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한다.”라고 기록이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이같은 귀밝이 술을 판매하는 곳은 없다. 추석과 관련되어서도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추석 술은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는다...."라고 기록하고 있고 추석 술은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 부른다. 이것은 햇 포도로 만든 '보줄레누보'와 같은 것일지 모른다. 외에도 단오날(5월 5일)에는 창포를 이용한 창포주, 중양절(9월9일)에는 국화주를 만들어 마셨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세시풍속에 맞는 술들을 만들어 마셨다.

도소주와 재료들 @한국전통주연구소(좌) 발효곳간 담(우)
도소주와 재료들 @한국전통주연구소(좌) 발효곳간 담(우)

우리는 이미 세시풍속 안에 다양한 기원과 이야기가 있는 술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세시풍속은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농경생활양식의 전통을 가져온 것이기에 절기마다 새로운 재료로 술을 담가 마시며 계절의 멋을 즐겼다. 최근 고문헌을 해석한 다양한 우리 술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세시 풍속과 관련된 술을 제조 판매 하는 양조장은 없다. 현대에 만들어지는 억지스러운 스토리보다 세시풍속 술은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세시풍속 술은 제조 방법이 전해지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또는 정확한 절기가 아닌 봄에 마시는 술(두견주, 도화주)등 으로 넓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있다. 이러한 술들의 제조법을 현대에 있어 재현을 한다거나 아니면 재해석을 통해 제품으로 생산을 한다면 그 자체로 스토리가 있는 전통주들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양조장 입장에서는 많은 세시풍속에 맞추어 제품을 만들면 제품수가 많아져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전통주에 가장 어울리는 기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풍습이 희석되고 그 의미도 외곡 되고 있지만 입춘대길 붙이기, 부럼 까기, 오곡밥 먹기 등 자연스럽게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것들이있다. 설날 도소주를 판매한다면 미신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집안의 귀신과 액운을 물리치기위해 사람들은 가족들이 모여서 도소주를 마실 것이다. 이것은 농경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활문화로 만들어진 풍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 풍습에 술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다양한 세시풍속에 맞는 전통주들은 많이 있다 @이대형
다양한 세시풍속에 맞는 전통주들은 많이 있다 @이대형

아직 우리 술에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이 낯설고 자주 시도된 적이 없기에 방법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급 제품 또는 제품의 가치는 높이기를 원하는 양조장에서는 지금의 제품 기능 위주의 마케팅 방법 외에 스토리를 자극할 마케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외에 ‘가치 경쟁력’도 키워야 하며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 우리 술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봐야 할 것이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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