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면서 전통주를 시음 할 일들이 많아졌다. 과거에도 다양한 향과 맛을 지녔던 전통주들은 최근 새로운 발효방법과 부재료들을 사용하면서 그 향과 맛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술은 기호식품(맛과 향기를 즐기기 위하여 먹는 식품의 총칭, 네이버 지식백과)이기에 술 평가에 있어 향과 맛은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의 가치 판단 기준이 된다.

술에 있어 향은 술의 맛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정확한 맛을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향은 맛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이유는 우리가 맛이라고 생각하는 95%가 후각을 통해 전달되는 향이기 때문이다. 와인에서는 향기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할 때 아로마(Aroma)와 부케(Bouquet)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아로마는 포도 자체에서 생성되는 향으로 대표적인 예는 포도향이다. 와인 부케는 와인 발효 및 숙성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와인 대표적인 예는 오크 배럴 숙성 중 발생하는 바닐라 향을 들 수 있다.

오크통에서 생성되는 향 부케 @픽사베이
오크통에서 생성되는 향 부케 @픽사베이

이러한 향의 평가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향이라는 것이 상당히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동일한 향이라 해도 개인이 가진 경험치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고 경험이 없는 향은 표현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로즈마리 향을 맞아본 적이 없던 사람이나 어린아이에게 향을 맞게 하고 표현을 하라고 하면 로즈마리가 아닌 비슷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향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와인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마시는 술에 있어 향의 평가를 객관화하고 동일시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와인, 커피 등에 관심이 있다면 아로마 휠 (Aroma wheel)이라는 것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은 10,000개의 다른 향을 맡을 수 있으며 훈련을 통해 3,000개의 향을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향중에서 동일한 음식이나 술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연결하고 싶다면 공통의 언어가 있어야지만 서로의 대화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향 표현을 합의된 용어들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아로마 휠이다. 과거에는 아로마 휠 하면 와인을 많이 연상했으나 지금은 위스키, 맥주, 사케, 커피 그리고 담배의 한 종류인 시가까지 향을 중요시하는 음식 또는 주류에는 아로마 휠이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와인 아로마 휠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앤 노블(Ann C. Noble) 교수가 1984년에 발표했다. 아로마 휠은 와인에서 감지할 수 있는 향들을 화학, 꽃, 과일, 채소, 토양 등 12가지의 대분류를 기본으로 하여 백여 가지가 넘는 세부적인 향들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아로마 휠을 만들었고 이러한 아로마 휠을 사용하여 일반인들에게 와인의 향들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앤 노블(Ann C. Noble) 교수의 와인 아로마 휩
앤 노블(Ann C. Noble) 교수의 와인 아로마 휩

초기 많은 주류가 와인의 아로마 휠을 참고해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각각의 주류 특성을 반영해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아로마 휠은 각각의 주류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와인, 맥주에 그리고 사케에는 있는 아로마 휠이 전통주에는 아직까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몇몇 기관이나 학교에서 만들어 사용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거나 주변에서 크게 활용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전통주는 과거의 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노력을 해왔고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물량 위주의 성장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기초 부분에서는 아직도 기반이 약한 부분들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이 관능 표현법 부분(아로마 휘)이 아닐까 한다. 기본적으로 전통주가 가진 특징인 다양한 한약재를 사용하다 보니 모든 향을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전통주의 향부터 분류를 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와인 아로마 키트
시중에서 판매되는 와인 아로마 키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아로마 휠이 만들어진다면 더 나아가 아로마 키트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로마 키트는 아로마 휠에 있는 과일, 꽃, 채소, 향신료, 이취 등 다양한 향기를 농축액(향료) 형태로 만들어 놓은 기준이 되는 향기 표준품들이다. 누룩향이라고 이야기 하는 부분도 각자의 표현 단어가 다르다보니 표준품도 만들지를 못해서 누룩 자체의 향을 맞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룩의 품질이 달라지면 그 향도 달라지기에 그것을 표준화 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전통주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술에 맞는 아로마 휠과 함께 아로마 키트가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아로마 키트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관능에 대한 평가 항목이나 평가 방법도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다. 아로마 휠이나 아로마 키트를 통해 일반인들도 꾸준한 교육을 통해 각 종 향기에 대한 표현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 이것을 통해 체계적인 전통주 관능 교육도 가능해질 것이다.

농촌진흥청 개발 전통주 아로마 휠과 키트 @이대형
농촌진흥청 개발 전통주 아로마 휠과 키트 @이대형

기반이 약하면 높은 탑을 쌓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전통주의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를 다지는 일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 개발된 아로마 휠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아로마 휠을 공감하고 새롭게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것이다.

이제 전통주도 관능에 있어서도 객관화된 맛과 향을 체계적으로 자리 잡을 때이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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