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안시의회에서는 쌀 소비와 관련되어 「천안 쌀 소비 촉진」 결의문을 채택(1월 17일, 제256회 임시회 본회의) 했다. 적극적인 천안 쌀 소비 촉진을 위해 4월부터 100% 천안 쌀로 만든 막걸리를 생산 출시한다는 것이다. 천안 막걸리를 생산하려하는 양조장의 경우 쌀 400kg 투입 탱크를 1일 약 4회 가동한다고 한다. 한 달(25일) 가동 시에는 약 40톤의 쌀을 소비하는 효과가 있고 이를 연간소비량으로 추정하면 약 480톤의 쌀을 소비하는 것이다. 4인 가족이 1년 기준 약 2,000세대가 먹는 양이라고 한다.

천안시의회 ‘천안 쌀 소비촉진’ 결의 @천안시의회
천안시의회 ‘천안 쌀 소비촉진’ 결의 @천안시의회

이와 유사하게 2017년 안동시의 조사에 따르면 안동지역 7개 양조 업체가 연간 소비하는 쌀의 양은 570t가량으로 80kg 짜리로 7천 가마에 이른다고 한다. 이 소비량은 안동지역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쌀(1만 540t)의 5.4%가량을 차지할 만큼 많은 양으로 술 제조에 있어 쌀의 소비량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증류식 소주 대중화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소주시장의 10%를 우리농산물로 만든 증류식 소주가 차지하게 되면 매년 쌀 3만 6천 톤을 더 소비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꼭 쌀로 만든 술뿐만 아니라 술은 농업과 많은 관련이 있는 산업이다. 술 제조는 기본적으로 농업이 바탕이 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은 포도 생산량이 많아 자연스럽게 와인 제조가 발달했다. 이 지역을 와인 벨트라 부른다.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 중부 유럽은 맥주의 원료인 보리가 많이 생산된다. 이 지역이 ‘비어 벨트’가 된 이유다. 북유럽은 ‘보드카 벨트’라고 부르는데, 보드카의 원료인 감자 등의 곡물 생산량이 많아서다. 아시아는 쌀이 주요 농산물이다. 그런 이유로 쌀을 이용한 술이 많다. 쌀로 만든 대표적인 우리 술은 막걸리다. 일본 니고리자케, 중국 미주(米酒), 베트남 껌즈어우넵 (cơm rượu nếp), 네팔 창(Chhyang) 등이 우리 막걸리와 유사한 쌀 술들이다. 이처럼 지역의 대표적인 잉여 농산물은 그 지역의 주종을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식량이 부족했다면 술은 지금처럼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이며, 이는 전년 56.9kg 대비 0.2kg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증가하는 쌀 소비도 있다. 21년 사업체 부분 국내 총 쌀 소비량은 680천 톤으로 2020년 650천 톤 대비 30천 톤으로 4.6% 증가하였다. 업종별로는 도시락류, 면류, 떡류, 식사용 조리식품의 수요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중 도시락류의 제조업은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 등 즉석밥 등의 식사용 조리식품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집에서 밥을 해먹기 보다는 외식이 많아졌고 많은 부분을 도시락 등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증가한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입맛의 변화 및 탄수화물의 섭취 제한 등으로 인해 쌀 소비를 증가시키는 정책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밀가루를 대체할 만큼의 새로운 쌀 가공제품의 개발이 어렵다 보니 기존 면류, 떡류에 밀가루를 소량 대체하는 형태로 쌀 소비를 증가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먹던 한끼 식사를 대체 하는 정도의 쌀 소비가 대부분이어서 추가적인 쌀 소비 증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쌀 소비를 위해 기호식품인 전통주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술은 그동안 쌀 소비에 있어 떡류 다음으로 소비가 많이 되는 제품이었다. 최근 도시락 등에 밀려 3번째 소비 제품으로 내려갔지만 아직 쌀 소비에 큰 역할을 하는 시장임은 틀림없다.

과거 역사를 보면 술로 인해 쌀 소비가 너무 많이 되다보니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한양에 들어오는 쌀이 죄다 '삼해주' 만드는 데 쓸려 들어가니 이를 금함이 옳습니다." 조선 영조 때 형조판서 김동필이 올린 상소문의 내용이다. 삼해주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주로 다른 술에 비해 쌀이 많이 사용하는 제조법을 가졌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고종 2년에도 대왕대비가 쌀이 많이 들어가는 삼해주 빚기를 금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에 와서도 먹을 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쌀로 술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막걸리 등에 대한 쌀 사용 금지이다. 정부는 1963년 2월 22일 열린 제15차 각의 의결사항에 따라 3월 1일부터 막걸리 원료로 백미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조치를 취하였다. 1964년에는 사용 원료의 2할 이내로 백미 사용을 허용하는 조치가 취해져서 쌀 20%, 밀가루 80%의 막걸리가 나왔으나, 이마저도 1966년 8월 28일부터 백미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국무회의에 상정한 안건(의안법호 제1,110호) ‘양조(釀造)에 쌀 사용 금지 결정’ 내 @국가기록원
국무회의에 상정한 안건(의안법호 제1,110호) ‘양조(釀造)에 쌀 사용 금지 결정’ 내 @국가기록원

이처럼 전통주가 많이 소비될수록 쌀의 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전통주들은 지역의 쌀을 소비한다. 막걸리든 약주이든 전통주의 소비가 많아지면 그 지역의 쌀들이 소비가 늘어가게 된다. 많은 부분이 수입 원료로 만들어지는 쌀 가공제품에 비해 전통주는 우리 쌀과 농산물 소비를 하는 제품이다. 국산 쌀 소비 증진 대책에 전통주 소비 확대 만 한 게 없는 이유이다. 조금 더 전통주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전통주의 소비가 증가된다면 우리 농민들의 쌀 소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쌀을 이용한 다양한 전통주들 @이대형
쌀을 이용한 다양한 전통주들 @이대형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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