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 '고동연 소믈리에'
제1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 '고동연 소믈리에'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협회장 고재윤 경희대 고황명예교수)와 대전관광공사(사장직무대행 민병운)이 공동주최하고, 대전광역시(시장 이장우)가 후원하는 '2023 제1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지난 9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회의 꽃이자 국가대표 소믈리에를 선발하는 '국가대표 부문'의 우승은 레스토랑 솔밤의 고동연 소믈리에가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그는  대전관광공사 사장상(금상)과 함께, 뉴질랜드 와이너리 투어 지원, 스페인 후미야 와이너리 투어 지원, 포트와인 소믈리에 캠프 참가 지원, 유로까브 프로페셔널 테타테 1대, 알마스 캐비어 500g, 누드글라스 디캔터 1개, 포르투갈 시밍턴와인패밀리의 그라함스 40년 싱글하베스트 토니포트 1병, 2024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 위촉, 2024 아시아 오세아니아 베스트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자격 부여,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워터·티 마스터소믈리에 전문가과정 장학증서 등 많은 부상을 수여 받았다.

금년도 대회의 우승자가 되기까지, 그는 어떠한 준비와 노력을 해왔을까? 소믈리에타임즈는 고동연 소믈리에의 스토리를 담은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먼저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솔밤에서 헤드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는 고동연 소믈리에입니다.

 Q2. '2023 제1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 우승자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승 소감은 어떠하신가요?

벌써 두 달이나 시간이 흘렀는데요, 아직도 얼떨떨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믿기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음속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 같습니다.

흔히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스스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사뭇 다른 감정으로 많이 느껴지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3. 와인 업계에는 어떻게 입문하시게 되신 건가요? 그리고 와인에 끌렸던 이유가 있다면요?

저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고등학교 때 꿈의 진로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아는 지인분이 칵테일바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분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바텐더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즈음에 전 사촌 형에게 수학 과외를 받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인가 수학 과외 대신에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셨고, 전 바텐더를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아마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말을 꺼냈던 첫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며 수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찾다가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진로를 결정하기 전, 그 시점에 “와인바이블이라는 책을 구매해 읽어보고 결정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말도 안 되는 방대한 정보와 와인 용어 그리고 셀 수 없는 전 세계 음식들과 매칭하며 표현하는 것을 보며 제 스스로 “어디까지 알 수 있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파도가 계속 설레는 감정으로 남았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었을까?” 싶지만 아직 그날의 두근거렸던 마음이 문득문득 생각나곤 합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낸 후 조금은 힘든 선택이었지만, 일반적인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와인을 다룰 수 있는 전문학교에 진학해서 조금씩 와인 공부를 해왔습니다. 솔직하게 이때 배웠던 지식들이 도움이 됐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와인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고, 술을 대하는 태도가 한층 더 성숙해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후에 서울에 있는 정식당 레스토랑에 입사해 그때 계시던 수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1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 우승자 고동연 소믈리에(솔밤)와 대전관광공사 윤성국 사장(우)
'제19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 우승자 고동연 소믈리에(솔밤)와 대전관광공사 윤성국 사장(우)

Q4.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대회 심사 기준을 반영하여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회를 진행하는 여정 중에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또 어떻게 극복해 나갔나요?

늘 와인을 공부할 때마다 분명히 봤던 부분이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어느 한 지역에 대해 깊게 공부를 하더라도 모르는 부분이 나오고, 놓치는 것들이 계속해서 나오게 되면 한편으로는 이것이 내가 와인을 공부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참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게 됩니다. 대회뿐만이 아니라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로 특정한 ‘순간’보다는 준비하는 기간 동안 느낄 수 있는 모든 순간순간이 되게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간혹 버틸 수 없이 정신적으로 힘든 날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늘 제 와이프와 대화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놀러도 다니면서 마음에 치유를 얻곤 합니다.

이렇게 모든 순간이 힘들었다고 말을 꺼내는 것들이 참 아이러니하고 중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대회든 자격증이든 결국 제가 좋아서 도전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결과가 좋지 못해도, 그 안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지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도전을 하고 그에 따른 결과도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있다는 것만으로 벅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Q5. 대회에서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들이 등장했는데, 그때마다 센스 있게 대처하시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 업장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일인지 그리고 이렇게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어떻게 터득하신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아닌척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굉장히 당황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파인 다이닝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상황 속에서 하루에도 몇십 번 몇백 번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거기에 제가 일하는 솔밤 레스토랑은 포멀하고 각 잡힌 서비스보다는 수없이 짜인 디테일 속에 묻어나는 친근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완성도도 무조건 중요시하게 여기지만, 들어오시는 순간부터 나가실 때까지의 만족감과 친밀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어쩌면 이러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해서 손님과의 벽을 깨고 나아가는 게 무수한 돌발 상황에서조차 빛을 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6. 고동연 소믈리에님이 생각하는 프로페셔널 소믈리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은 ‘손님과의 소통’입니다. 뜬구름 같아 보일 수 있는 큰 범주이지만, 그 큰 범주를 이해하려면 작은 것들이 한곳에 모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소믈리에는 소통을 하기 위해 와인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며, 음식과 모든 베버리지에 대한 지식을 단단하게 갖춰야 합니다. 그런 공간이 있으려면 와인리스트를 다루는 법, 운영하는 방식, 후배 양성 등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간혹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보면 결국 ‘판매’, ‘매출’이 모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많이 듣게 됩니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도 없고. 숫자로 보여줘야 하는 것들도 많겠지만, 결국 제가 위에 언급한 이야기들을 채워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7. 소믈리에님에게 있어 개인적인 ‘최고의 와인’ 혹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와인’을 한 가지 꼽자면요?

제 개인적인 최고의 와인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입니다. 네비올로라는 품종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드는데, 참 여러 가지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색도 예쁘고, 향의 발산력도 표현할게 너무 많고, 스트럭처도 좋거든요.

처음 네비올로를 테이스팅 했을 때,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품종이자 지역들입니다.

그래서 솔밤에서 근무할 때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자주 오시는 손님분께서 ‘Giacomo Conterno Barolo Riverva 1964’를 가져오신 적이 있습니다. 피카소가 라벨을 그렸던 빈티지의 와인인데요,. 제가 생각한 네비올로의 면모를 너무 뚜렷하게 보여주되 바다같이 포근하기도 했고, 이에 더해 올곧은 중후함까지 느껴져 “아, 내가 바라고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이 이렇게 늙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하며 맛있게 시음했던 기억이 납니다.

Q8. 마지막 질문입니다. 고동연 소믈리에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와인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든 것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Courts of Master Sommeliers)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Master Sommeliers도 당연하게 포함이 되어있고, 다른 우리나라 대회 및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목표는 아니고 수단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부분도 채워 나가면서 와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볼 생각입니다.

아! 나중에 저만의 학교를 차려서 와인, 음식, 베버리지 등 다양한 것들을 가르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마치 외국의 유명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나 CIA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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