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키 브랜딩 '김준구 대표'
블랙키 브랜딩 '김준구 대표'

‘사고 싶은 와인’은 무엇일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맛이겠지만 구매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해당 와인을 사고 싶어할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디자인’과 ‘브랜딩’이다.

블랙키 브랜딩의 ‘김준구 대표’는 와인 라벨 디자인부터 브랜드 마케팅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까지 소비자가 사고 싶은 와인을 만드는 포인트를 찾는다.

이에 소믈리에타임즈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와인 업계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그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먼저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수동에 위치한 F&B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 블랙키 브랜딩의 김준구입니다.

Q2. 블랙키 브랜딩(BLACKEY Branding LTD.)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디자인 에이전시 '블랙키 브랜딩'
디자인 에이전시 '블랙키 브랜딩'

2018년에 설립한 블랙키는 FMCG (Fast-moving consumer goods) 산업 군의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를 컨설팅하고 있으며, 특히 수입주류 시장에서 많은 클라이언트사와 협업 중인 디자인 에이전시입니다.

저희는 와인 수입사, 유통사, 생산자 및 위스키, 사케, 맥주 등 다양한 주류산업군에 브랜딩을 통한 디자인 큐레이션을 제공하는데, 로고의 개발부터 레이블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공간 연출 시공까지 한 제품이 탄생하여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련의 과정을 효과적이고 일관된 디자인 언어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3. 주류 브랜드들에게 있어 ‘마케팅’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요. 브랜드의 독특한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공감’과 ‘지속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A4 한 페이지 분량의 미사여구로 나열된 세일즈 포인트를 텍스트 그대로 전달한다면 소비자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세일즈 포인트의 경우 ‘감각화’시켜서 소비자에게 압축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일즈의 언어를 압축적으로 시각화하여 브랜드의 효과적인 차별점을 구축했다면, 그다음은 해당 프로모션 캠페인의 지속성을 가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무수한 제품이 많은 와인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브랜드는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해봐도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와인 브랜드는 10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10개의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집중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의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한 번의 캠페인을 시행하여 판매율을 바로 측정해 보고 바로 포기해버리는 안타까운 사례들을 보게 되는데, 장기적이고 세분화된 예산 계획이 뒷받침되어 지속성을 가지는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Q4. 블랙키 브랜딩에서 작업한 프로젝트 중 가장 와인애호가들에게 친숙한 것은 가수 겸 배우 탑(T.O.P)의 T’SPOT일 것 같아요. 그와 함께 작업을 같이 하게 된 계기와 라벨 작업 과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T’SPOT 와인 (사진=블랙키 브랜딩)
T’SPOT 와인 (사진=블랙키 브랜딩)

아트 컬렉터이자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탑이 친분이 있던 수입사 비노피(Vino.P)의 대표님과 제품을 구상 중에 저희 쪽에 의뢰가 와서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블랙키에서 진행된 라벨 디자인 중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미니멀한 접근이라고 생각하는데 탑의 지인인 세계적인 작가 코헤이 나와(Kohei Nawa)의 원화를 사용하고 싶다고 하여 그 그림을 최대한 미니멀하고 진중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배치하였습니다. 브랜드의 로고 및 모든 표기사항은 백 레이블로 위치를 이동하고요.

오히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병의 모양과 라벨과의 비래감이었는데, 프랑스에서 수급 가능한 여러 병과 라벨 사이즈의 비례를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최종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유명인의 프로젝트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안과 엠바고에 신경 써서 진행되었습니다.

T’SPOT 와인의 라벨 (사진=블랙키 브랜딩)
T’SPOT 와인의 라벨 (사진=블랙키 브랜딩)

라벨을 보시면 우주의 유성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인데 사실 그전에 미국 Space X 프로그램에 탑이 참여하는 게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었고, 그 우주적 이미지를 와인에 담아내며 프로모션 키 비주얼 역시 같은 톤으로 묘사하되, 엠바고가 있다 보니 너무 명확하게 표현할 수가 없어서 여러 이미지를 고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 세계 동시 판매 론칭이었는데 1차 물량이 한 달도 안 돼서 소진되어 생산자 측에서 무척 놀랐다고 하네요. 현재 추가 생산되어 한국 유통사인 금양인터내셔날을 통해 판매 중에 있습니다.

Q5. 또한, 블랙키 브랜딩은 아티스트 포스트 말론의 로제 와인 브랜드인 ‘메종 No. 9’의 국내 시장에 필요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이처럼 해외 제품을 국내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특히 와인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서 오기 때문에 더욱 중요할 것 같아요.

포스트 말론의 로제 와인 브랜드 ‘메종 No. 9’ (사진=블랙키 브랜딩)
포스트 말론의 로제 와인 브랜드 ‘메종 No. 9’ (사진=블랙키 브랜딩)

대형 브랜드의 경우 BVI (Brand Visual Identity)가 잘 짜여서 제공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유통되는 각 지역의 언어적, 문화적 특성에 맞춰 현지화(Localization)할 필요성이 있는데 메종 No.9 역시 신생 브랜드였고 로제 와인을 아직 국내에선 ‘파티 드링크’로 소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의 공동설립자인 포스트 말론을 좀 더 프론트 맨으로 앞세운 키비주얼과 브랜드의 한글 태그라인 정립이 필요했습니다.

컬러 스킨은 글로벌 가이드를 유지하되 넥택, 패키지, 공간 연출 등을 일관된 디자인으로 현지화하여 제공하였습니다. 최근의 광고 제작물들의 트렌드를 보면 와인의 품질이나 수상내역 등을 집중하는 이미지들 보다 그 와인을 즐기는 상황과 감성에 소구하는 키비주얼들이 많습니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상황을 소비자가 같이 즐기고 싶도록 말이죠.

메종 No.9 현지화 디자인 (사진=블랙키 브랜딩)
메종 No.9 현지화 디자인 (사진=블랙키 브랜딩)

또 한 가지 집중하고 있는 한 축은 레이블 자체의 디자인에서 연계하여 그 특징을 각인시키는 방법인데요. 소비자들은 와인의 풀네임을 기억하기 보다 레이블의 특징들, 예를 들면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거나 깃털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와인을 기억하게 됩니다. 제품을 연상케 하는 메타포가 있다면 키비주얼이나 프로모션 전반에 그 오브제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편입니다.

Q6. 지난 11월에는 제품 디자인을 넘어 와인숍 ‘와인스팟’의 매장 인테리어 작업도 진행하셨는데, 인테리어 콘셉트 구상 과정과 이처럼 큰 매장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들이 궁금합니다.

와인 스팟 매장 인테리어 (사진=블랙키 브랜딩)
와인 스팟 매장 인테리어 (사진=블랙키 브랜딩)

와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소매점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기존의 샵 이미지가 ‘창고형’의 물량 위주 공간 디자인이었다고 하면 최근의 인테리어는 공간의 톤과 소비자 경험에 집중한 창의적인 매장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와인스팟(Wine Spot)의 경우는 편의점(CVS)이라는 설정과 모던한 공간 연출이 테마였습니다. 편의점 공간을 유심히 둘러보시면 작은 공간 안에 카테고리와 동선을 고려한 세심한 시스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와인 스팟 매장 인테리어 (사진=블랙키 브랜딩)
와인 스팟 매장 인테리어 (사진=블랙키 브랜딩)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와인 편의점이라는 설정과 편리한 동선, 모던한 마감재와 편안한 분위기의 조명 연출로 기억에 남는 와인 쇼핑 경험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Q7. 다양한 주류 제품과 이에 따른 굿즈 제품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는데, 최근 주류 업계의 포장 및 디자인의 트렌드는 무엇들이 있나요?

다양하고 신선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가장 효과적인 브랜딩은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디자인이 아닐까 합니다.

근본에 집중해야 브랜드가 복기해야 할 유산, 과거의 향수 등을 차용한 레트로 접근도 가능하지 단순한 룩으로서의 레트로 차용은 소비자들이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큰 트렌드는 역시 콜라보레이션 입니다. 이종 브랜드 간의 협업이나 아티스트와의 작업으로 시너지를 얻고 리프레시 되는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단,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행된 콜라보는 힘을 갖지만 단순한 접붙이기는 역시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Q8.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준구 대표님 그리고 블랙키 브랜딩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주류 외에도 커피, HMR, 베이커리 등 F&B 클라이언트들이 늘어가고 있어서 F&B 전문 브랜딩 에이전시로서 저변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코스메틱, 생활용품 등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한 프로젝트들 역시 F&B 산업군에 제공 드렸던 솔루션을 통해 효과적인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최종 목표까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획과 제작을 넘어 프로모션의 운영대행까지 가능한 토탈 에이전시로의 변모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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