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와인 전문가 윤이나(Ina Yoon)
뉴질랜드의 와인 전문가 윤이나(Ina Yoon)

최근 제라르 바셋(Gérard Basset) OBE MW MS와 그의 친구 루이스 체스터(Lewis Chester) DipWSET가 설립한 고급 와인 연구 및 콘텐츠 제작 회사 리퀴드 아이콘스(Liquid Icons)와 제라르 바셋 재단(Gérard Basset Foundation)이 진행하고 있는 '2023 골든 바인즈 와인 스콜라 길드 장학금(2023 Golden Vines® Wine Scholar Guild Scholarships)’의 장학생 10인 중 한 명으로 윤이나(Yoon Ina)씨가 선정되었다.

13살에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온 윤이나씨는 와인 산업에서의 꿈을 추구하며 국제 호스피탈리티 경영학과 비즈니스 학사 학위를 공부했다. 또한, 와인에 대한 연구를 더욱 심도 있게 하기 위해 WSET Level 3 자격증과 Level 4 디플로마를 The New Zealand School of Wines and Spirits에서 스승 제인 스킬튼(Jane Skilton MW)의 가르침을 통해 취득했으며, 현재 와인 전문가로서 뉴질랜드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는 그녀의 스토리를 담은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먼저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 와인 전문가 윤이나(Ina Yoon) 입니다. 현재 한국과 뉴질랜드 국내는 물론 해외 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 전문샵인 '뉴질랜드 와인 부티크(New Zealand Wine Boutique)'를 운영하고 있으며, 'The Wine Kiwi: The Contemporary New Zealand Wine Review'라는 웹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스승님인 제인 스킬튼(Jane Skilton) MW가 운영하는 뉴질랜드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교육 전문 기관이자 WSET 디플로마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관인 'The New Zealand School of Wines and Spirits'에서 WSET 과정 교육을 한국어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제인 스킬튼(Jane Skilton) MW, 윤이나(Ina Yoon),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왼쪽부터) 제인 스킬튼(Jane Skilton) MW, 윤이나(Ina Yoon),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Q2.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최근 3년 반 만에 한국을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방한 일정 동안 어떤 스케줄을 보내셨는지요?

개인 일정 때문에 잠시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와인 관련 행사를 몇 가지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뉴질랜드 와인 부티크의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뉴질랜드 고급 와인 시음회'를 열었는데요. 한국에 계신 뉴질랜드 와인 애호가분들과 평소에 접해보기 힘든 고급 뉴질랜드 와인을 품종별, 지역별로 다양하게 마셔보며 소개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 스쿨 오브 와인의 정아영 원장님과 함께 학원 알룸나이(alumni) 학생분들을 대상으로 저희가 취득한 WSET 디플로마에 관한 Q&A 설명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디플로마 공부에 관심 있으신 열의 있는 학생분들과 개인적인 경험담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 밖에도 한국의 다양한 와인 업계 관계자 분들을 만나 뵙고 뉴질랜드 와인의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고요.

Q3. 와인 업계에는 어떻게 입문하시게 되신 건가요? 그리고 와인에 끌렸던 이유는요?

12살 때, 엄마의 화장대 위에 놓인 한 여성 잡지에서 우연히 '와인'이라는 4쪽의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글라스에 담겨 있는 각기 다른 색깔의 빛나는 와인이 왜 그렇게 매혹적으로 보이던지, 그때부터 '나는 와인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품고 와인을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다행히도 열린 마음으로 지지해 주신 아빠는 와인 입문 책 세 권을 사주셨고, 그 이후로 책으로 이론을, 음료수와 여러 가지 식재료로 테이스팅 감각을 익히는 실무 훈련을 하는 등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와인을 마실 수 있게 된 이후로는 각각의 와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특징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모든 와인이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와인의 맛은 테루아, 숙성도, 빈티지, 와인 메이커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늘 새롭기 때문에,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저에게 너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The New Zealand School of Wines and Spirits에서 WSET 과정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윤이나
The New Zealand School of Wines and Spirits에서 WSET 과정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윤이나

Q4. 현재 한국어로도 지원되는 ‘The Wine Kiwi: The Contemporary New Zealand Wine Review’ 웹사이트 운영, Jane Skilton MW가 운영하는 ‘The New Zealand School of Wines and Spirits’의 WSET 과정 한국어 교육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한 와인 여행 공유까지, 뉴질랜드 와인과 한국을 잇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다른 세계적인 와인 산지와 차별되는 뉴질랜드 와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요?

뉴질랜드는 해양성 기후에 서늘한 기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뇽 블랑 외의 화이트 와인들(샤르도네, 리슬링, 피노 그리, 게뵈르츠트라미너, 세미용 등) 또한 맛과 품질이 매우 우수하고, 이에 못지않게 레드 와인(피노 누아, 카베르네 소비뇽 블렌드, 시라 등)도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어요. 깨끗한 환경에서 뉴질랜드의 자부심을 가지고 와인을 만드는 수백 개의 와이너리가 있죠. 작은 규모의 각기 다른 개성이 뚜렷한 와인 메이커들이 뉴질랜드 전역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와이너리의 신념과 철학이 담긴 유니크한 와인들을 많이 만나볼 수가 있어요. 또한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매우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종종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가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비교가 되곤 하는데, 같은 가격이라면 보다 우수한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를 마실 수 있습니다.

Q5. 그렇다면 Ina 씨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영향을 주었던 ‘뉴질랜드 와인’을 꼽자면요? 그리고 현재 한국과 해외에 뉴질랜드의 우수 와인을 판매하는 온라인 와인 소매점 ‘New Zealand Wine Boutique’의 대표이신데, 뉴질랜드 와인에 입문하고자 하는 한국의 와인애호가들을 위한 추천 와인도 궁금합니다.

윤이나의 최애 와인, Valli의 ‘Gibbston Pinot Noir’
윤이나의 최애 와인, Valli의 ‘Gibbston Pinot Noir’

3년 전에 센트럴 오타고에 와인 여행을 갔을 때 '발리(Valli)'의 와인을 처음으로 접했어요.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레이블이 영 지루하게 생겨서 손이 안 갔던 와인이에요. 발리는 센트럴 오타고 지방에 유명 와인 생산자로 '하위지역특성(sub-regionality)'를 매우 중시하는 와이너리에요. 예를 들어 피노 누아만 6종을 생산하는데 sub-region 별로 오타고 내의 다른 하위 지역에서 생산한 피노 누아를 가지고 각기 지역이 주는 특성을 뚜렷하게 구별 표현하고자 하는 생산자죠. 발리는 센트럴 오타고 지역의 Gibbston, Bannockburn, Bendigo 그리고 North Otago의 Waitaki 지역까지, 네 곳의 하위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와인 품질도 우수하지만, 각기 다른 밭이 내는 특징을 이렇게까지 세분화해서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고 감탄했던 와인이에요. 지금도 저의 최애 와인은 Valli의 ‘Gibbston Pinot Noir’일 정도예요.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와인은 찾아보기가 싶지 않죠. 추천드리고 싶은 와인은 너무 많지만, 화이트 중 하나를 뽑자면 와이파라 지역의 '리슬링' 품종을 추천드려요. 국내에서도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탓에 높은 산도에 살짝 도는 당도감, 풍부한 과실향과 깊은 텍스처가 뉴질랜드 와인을 입문하시는 분들도 쉽게 드실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레드는 센트럴 오타고의 피노 누아를 추천드립니다. 레드 프룻 중심의 가벼운 바디감과 감미로운 텍스처에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 복합적인 맛의 피노 누아를 즐기실 수 있으실 거예요.

Q6. Ina 씨는 최근 와인 업계의 다양성을 위해 전 세계의 BAME/BIPOC 와인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2023 골든 바인즈 와인 스콜라 길드 장학금’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Ina 씨의 경험에 빗대어 와인 업계에 ‘인종적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해외에서 와인 업계에 일하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밥 캠벨(Bob Campbell) MW가 운영하는 ‘The Real Review’에 소개된 2023 골든 바인즈 와인 스콜라 길드 장학금 수상자 윤이나
밥 캠벨(Bob Campbell) MW가 운영하는 ‘The Real Review’에 소개된 2023 골든 바인즈 와인 스콜라 길드 장학금 수상자 윤이나

와인 업계는 역사적으로 서양 국가의 백인 위주로 구성되어 왔고 소비 역시 그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아직도 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이제는 서양인 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비서양 국가에서도 와인을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특히 큰 와인의 소비문화는 아시아로 넘어왔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많이 달라져서 백인 이외의 다른 인종들이 세계 와인 업계로 진출하고 있지만, 그 수는 아직도 적다고 할 수 있어요. 다양한 인종이 세계 와인 업계에 진출하여 선입견과 이질감을 깨주고 다양한 인종의 소비자와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약점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 것들에 너무 집중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선입견에 맞서 꿋꿋이 싸우며 버텨 나가고, 그와 동시에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신만의 강점을 갈고닦으며 실력으로 무장해 나가셨으면 해요. 요즘은 세계의 와인 업계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국가로 자리매김했어요. 그러니 한국의 와인 전문가인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세계 와인 무대에 들어오시길 바라요. 또한 가끔은 와인의 지식을 쌓는 것에서 벗어나 여행도 다니고 여러 가지 예술과 문화도 탐험하고, 비즈니스적인 견해도 키우며 업계를 보다 폭넓게 이해해 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Q7. Ina 씨의 와인 커리어에 있어 단기 목표와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현재의 목표는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MW)에 도전하는 것이에요. 얼마 전에 본 MW 입학시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뉴질랜드 와인의 아시아권 나라(특히 한국)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뉴질랜드 와인과 아시아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간 제 이름을 딴 뉴질랜드 와인도 출시해 보고 싶습니다.

뉴질랜드 혹스 베이의 크레기 레인지(Craggy Range) 와이너리에서
뉴질랜드 혹스 베이의 크레기 레인지(Craggy Range) 와이너리에서

Q8. 마지막으로 소믈리에타임즈 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아직까지는 생소할 수도 있는 미지의 뉴질랜드 와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탐험해 보시길 바래요.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뉴질랜드의 와인의 세계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며 매우 흥미롭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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