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까지 키안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피아스코’라는 밀짚으로 싼 둥그런 병에 넣어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중적인 와인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사진=Wikimedia)
20세기 후반까지 키안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피아스코’라는 밀짚으로 싼 둥그런 병에 넣어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중적인 와인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사진=Wikimedia)

키안티는 13세기부터 화이트와인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중세에는 피렌체 근처에 위치한 가이올레(Gaiole), 카스텔리나(Castellina) 및 라다(Radda) 마을들이 ‘키안티 연대(Lega del Chianti)’를 형성하여 키안티 지역의 중심을 이루었고, 오늘날에는 이 지역이 ‘키안티 클라시코’가 된 것이다. 키안티 와인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토스카나의 다른 마을들도 자신들의 포도밭을 키안티라고 부르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 지역의 경계는 수세기에 걸쳐 확장되고 세분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기후 조건으로 형성된 다양한 테루아르는 다양한 와인을 시장에 선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까지 키안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피아스코’라는 밀짚으로 싼 둥그런 병에 넣어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중적인 와인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경계의 변경 외에도 키안티에 사용하는 포도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변경되었다. 맨 처음 키안티는 화이트와인이었지만, 점차적으로 레드와인으로 발전했다. 장차 이탈리아 왕국의 총리가 되는 리카솔리 남작(Baron Bettino Ricasoli)은 1872년에 처음으로 알려진 "키안티 레시피"를 만들어 산조베제 70%, 카나욜로 15%, 말바지아 비안카 15% 비율을 권장했다. 1967년 이탈리아 정부가 제정한 DOC 규격은 말바지아와 트레비아노를 10~30% 함유한 산조베제를 기반으로 하는 "리카솔리 공식"을 확고히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토스카나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정받는 와인이 되었다.

2014년부터는 ‘그란 셀레치오네(Gran Selezione)’라는 등급이 적용되어, 자기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 사용하여 만들며, 30개월 숙성(병에서 3개월)시킨 것으로 정했다. 2023년에는 ‘그란 셀레치오네(Gran Selezione)’에 한하여 상표에 ‘UGA’를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 UGA는 '우니타 지오그라피케 아준티베(Unità Geografiche Aggiuntive)'로, 우리 말로 '세부적인 지리적 단위'라는 뜻으로 키안티 클라시코 산지를 역사, 양조방법, 테루아르, 인지도 등을 기준으로 11개로 세분화한 지명을 표시하는 것이다. 현재, 그란 셀레치오네는 산조베제를 80% 사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2027년 빈티지부터는 산조베제의 비율이 90%로 조정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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