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답이다] <75> 밥솥 이야기

승인2019.07.03 13:29:58

2년 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에 적힌 글을 인용하여 밥 짓기와 밥 짓는 솥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했었다. ‘밥 짓는 그릇은 곱돌솥이 으뜸이고, 오지 탕관이 그다음이요, 무쇠솥이 셋째요, 동노구가 하등이라’는 글이다. 사용의 편리성과 안전성에서는 IH 압력솥이 제일 좋지만, 당시 필자는 ‘오지탕관’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다고 평가하였다. 물론, 다른 밥솥들의 밥맛이 못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열전도율의 차이가 있기에 밥 짓기가 좀 달라질 뿐이지 어느 밥솥이든 그에 맞는 밥 짓기를 다면 다 맛있게 밥을 지을 수 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이야기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 이야기하려 한다.

▲ 한국의 전통 솥 <사진=pxhere>

01. 동노구

동노구는 구리 솥을 말하는 것인데, 진짜 구리 솥은 상당히 고가이며 무겁다. 게다가 관리가 제일 힘들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소스 팬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곳이 더 많을 듯싶다.

사용하기 익숙하지 않고 흔하지도 않다. 구리로 된 주방기구 중 우리가 본 적이 있다면 신선로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외는 놋그릇으로 불리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방짜 유기그릇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럽의 구리 냄비나 우리의 방짜유기그릇은 매우 비싸다.

구리 냄비를 사용한다면 밥 짓는 것보다 광내고 관리하는데 신경을 더 써야 할 것 같다. 물론 최근에는 사용하기 편하도록 구리와 합금으로 만든 솥과 냄비 제품도 있지만, 흔히 사용하지 않는다.

과거 열전도율이 제일 높았던 동노구를 현재의 조리기구로 바꾼다면 알루미늄 솥이나 냄비 정도로 생각한다.

풍년 압력솥이라고 있다. 1976년 세광알미늄공업이 한국 최초의 알루미늄 압력솥을 출시하면서 한국인에게 있어서 풍년 압력솥은 밥 짓는 압력솥의 대명사가 되었다. 회사명까지 풍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밥 짓는 알루미늄 냄비를 다 ‘문화냄비(분카나베)’라고 한다, 이는 1945년 문화경금속주조회사가 이 제품을 만들어 내면서 회사명이 그대로 대명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알루미늄으로 만든 밥솥은 그냥 다 ‘문화냄비(분카나베)’라고 부른다.

특이하게 우리의 풍년밥솥과 일본의 문화냄비는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알루미늄 솥들은 유럽 제품들과 디자인 면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일본의 문화 냄비의 특징이 냄비 뚜껑이 냄비 속으로 2~3cm 정도 들어가 덮는 것이 가장 큰 외형적 차이다. 일본은 아직도 이런 디자인의 알루미늄 밥솥이 주류를 이룬다. 필자 역시 일본에서 공부할 때 이런 모양의 냄비에 밥을 지었다.

▲ 풍년압력솥과 문화냄비 <사진=PN풍년, 아마존>

02. 무쇠솥

아직 전통적인 무쇠 가마솥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알루미늄에 코팅을 한 모양만 흉내 낸 솥 제품도 많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고, 진짜 무쇠솥은 보통 다 큰 식당에서 사용한다. 식당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밥 짓는 용도보다는 곰탕을 끓이거나,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용도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마솥은 외형상 직화에 제일 적합하다. 인덕션이나 하이라이트 등의 다른 열원에는 열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진짜 무쇠솥은 정말 무겁다. 처음에 길들이기도 잘해야 하고 그 이후 관리도 주의해야 한다. 자칫 녹이 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가마솥을 만드는 공장은 처음부터 길들이기를 해서 판매를 한다. 최근에는 무쇠솥에 법랑 코팅을 하여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제품도 있고, 인덕션과 하이라이트용으로 바닥이 평평하게 나온 솥도 있지만, 솥이라기보다는 냄비처럼 보여 어색한 느낌이 든다.

우리의 무쇠 가마솥은 크기와 용도에 따라 충식, 태솥, 통솥, 전솥, 발솥로 나뉜다. 그 중 충식과 태솥이 가장 많이 보던 디자인으로 밥 짓기, 국 끓이기에 사용된다. 그리고 우리의 무쇠 가마솥은 뭐니 뭐니 해도 밥 향과 누룽지에서는 최고의 솥이다. 놀라운 것은 유럽 브랜드도 밥 짓기 전용 모델을 만들어 판다는 것이다.

▲ 무쇠솥의 종류 <사진=안성주물>

03. 오지탕관

내화성 점토로 구워 만든 내열자기솥(뚝배기)이다. 내열자기솥은 디자인이 이쁘다. 게다가 가벼우면서도 열전도율이 낮아 오랫동안 온도를 유지한다.

밥하기 딱 좋은 온도까지 열이 올라가고, 뜸 들이기 알맞게 열이 유지된다. 가볍고 디자인도 세련되다. 가격 역시 IH 전기압력밥솥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밥 짓기 전용으로 뚜껑이 2중으로 되어있는 제품도 있다. 밥 짓기도 쉽다. 불 조절이 쉬운 솥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솥을 제일 좋아한다. 게다가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필자와 같은 주장을 하는 곳이 있다.

일본의 도쿄 가스회사다. 우리로 치면 한국가스공사 같은 곳이다. 이 가스회사에서 밥맛이 제일 솥으로 내열 자기 솥을 추천했다. 

도쿄 가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금속성 재질의 솥은 금방 가열되고 식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불 조절을 그때마다 해야 한다. 이에 비에 내화성 점토로 만든 내열 자기 솥은 가열이 어려운 대신 잘 식지 않는 것이 특징. 강한 불에 올려도 바로 가열되지 않고 천천히 가열되기에 처음 밥을 지을 때 온도 상승이 천천히 이루어지고, 일단 가열되고 나면 장시간 그 열을 유지하기에 솥 안 내부 온도도 균일하다. 밥 짓기에 최적의 솥이다.

아래는 금속 재질의 솥과 내열 자기 솥 온도를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금속성 재질의 솥에 비해 내열 자기 솥 내부의 온도는 균일하고 더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내열 자기 솥(뚝배기)을 다 ‘반코 야키’ 또는 ‘반코 나베’라고 부른다. 특이한 것은 이 반코 야키의 발상지가 나고야의 옆에 있는 욧카이치라는 아주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 무려 100여 개가 넘는 자기 업체들이 있다. 일본 내열자기 제품의 약 80%가 여기서 나온다. 반코 야키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100여 후, 갑자기 이 작은 욧카이치라는 곳에서 탄생되었다. 특이한 건 욧카이치에는 도자기에 사용할 수 있는 흙이 나오지 않는다. 필자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나고야성이 임진왜란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에 ‘반코 야키’는 조선에서 끌려간 도공들이 만들어 낸 기술이 아닌가 생각한다.

▲ 밥솥 온도 <사진=도쿄 가스>

04. 곱돌솥

한정식 식당에서 선택사항으로 시켜 먹을 때 나오는 1인용 돌솥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돌솥이다. 100% 자연석으로 만든 솥을 가정집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취급방법도 까다롭다. 물론 최근에는 인덕션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외형을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으로 감싼 돌솥도 있다.

돌솥은 밥과 누룽지, 숭늉을 한 번에 즐기기엔 정말 좋다. 하지만 너무 무겁고 불편하다. 내가 직접 돌솥에 밥을 지을 것이 아니라면, 어머니나 집사람을 고생시키진 말자.

전에도 이야기했듯 어느 솥이든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 솥의 재질이 가진 열 전도율이 다르기에 그 부분만 잘 파악해서, 밥을 지으면 된다.

이제는 유럽의 유명 브랜드나 장인이 만든 명품 솥보다 IH 전기압력밥솥이 더 비싸졌다. 지금 밥맛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밥솥을 한 번 바꾸어 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된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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