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Mouton Rothschild 1988 Pauillac, Bordeaux
Chateau Mouton Rothschild 1988 Pauillac, Bordeaux

샤토 무통 로쉴드 1988 라벨은 미국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작품으로 샤토의 상징인 숫양을 그렸는데, 연보라색 배경에 춤추는 양의 모습이 보인다.

1988빈은 무려 35년된 올빈으로 코르크의 아랫부분이 부식되어 아소를 사용해서 겨우 뽑아낼 수 있었다. 한시간 정도 후에 잔에 따르기 시작했는데, 와인의 상태는 꽤 좋은 편이었다. 가장자리는 묽은 갈색을 보였고 코어는 약간 짙은 가넷 레드 색상이었다. 노즈에서는 오래 달인 감초, 가죽, 캐러멜, 타바코, 숲속 바닥, 흙, 등의 삼차 향의 바탕 위에 바닐라와 붉은 과일향의 흔적이 묻어났다. 팔렛에서는 옅게 내린 커피, 민트, 가죽 향, 그리고 약간의 스파이시한 노트를 남겼는데, 잘 무두질한 가죽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아늑함을 주는 Texture, 조화감을 주는 밸런스와 약하지만 길게 이어지는 피니쉬는 세월이 빚어낸 오랜 숙성의 결과라 하겠다.

1988빈은 까베르네 소비뇽 75%, 메를로 13%, 까베르네 프랑 10%, 쁘띠 베르도 2%로 블랜딩 되었다.

프랑스의 양조가문 로칠드(Rothschild)는 원래 독일 프랑크 푸르트에서 시작되었는데, 로칠드는 독일어로 Rothen Schild, 즉 ‘붉은 방패’를 뜻한다. 세계적인 금융 재벌인 로스차일드는 세계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아주 대단한데, 18세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대업을 하던 이 가문은 시조격인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 때 큰 발전을 이루게 되는데 다섯 아들을 런던, 빈, 나폴리, 파리, 프랑크푸르트의 은행 지점장으로 파견하여 서유럽에서 금융권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8대에 거쳐 250년간 세계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로칠드 가문의 오형제를 상징하는 다섯개의 화살을 와인의 라벨에서 볼 수 있는데,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가 고대 스키타이 왕이 남겼던 유언처럼 자식들에게 화목과 단합을 강조하며 남긴 유언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다섯 아들에게 화살을 하나씩 던져주고 꺾어보게 하자 모두들 쉽게 꺾어버렸지만 5개를 묶은 화살을 던져주자 아무도 그것을 꺾지 못했는데, 형제들간 단합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남긴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으로 큰 돈을 벌게 되는데, 1815년 벨기에 워털루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운명을 건 전쟁이 벌어져 나폴레옹이 패배하게 되는데, 로스차일드는 정보를 미리 알아내어 마치 영국이 전쟁에 진 것처럼 영국 국채를 싼값에 내다 팔기 시작했고, 이에 패닉이 된 영국인들이 투매하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국채가 1/20가격으로 폭락하게 되었다. 로스차일드는 이를 시장에서 폭락한 국채를 조용히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 덕분에 오늘날 금융제국을 건설하는 종자돈을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와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으로, 당시 산업혁명과 정치적인 과도기에 졸부가 된 사람들은 고급문화와 사교의 상징이었던 와인과 와이너리에 주목했고, 유명 와이너리의 소유는 곧 기득권을 가진 귀족사회의 일원으로 대우받을 수 잇는 중요한 수단이었기에 로스차일드 가문의 3대손인 나다니엘은 영국에서 살다가 프랑스로 이주해서 1853년에 샤토 브랑 무똥이라는 와이너리를 인수하여 자신의 이름을 넣은 샤토 무통 로칠드를 세우게 되었다. 2년뒤에 나폴레옹 3세에 의해서 보르도 그랑크뤼 등급제도가 생기게 되어 인수한지 2년밖에 안된 샤토 무통 로칠드에게 2등급이 주어졌다.

나다니엘이 샤토 무통 로칠드를 세운지 15년뒤인 1868년에 그의 삼촌인 제임스 로칠드 남작이 그랑크뤼 1등급인 샤토 라피트를 구입해서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사실 샤토 무똥 로칠드의 1등급 승격을 가장 방해한 것이 바로 라피트 로칠드였다.

무똥 로칠드는 1870년 나다니엘이 죽고 증손자 때인 필립 드 로칠드(1902~1988)에 이르러 큰 발전을 보게 되는데, 1922년 그가 20살 때 운영 전권을 맡아 큰 혁신을 이루게 되는데, 당시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와이너리에서의 직접 병입, 자체 라벨부착 판매, 매년 유명 화가의 그림을 라벨에 넣기 등 변화를 주도했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쎄 제도가 생긴 이래 118년만인 1973년, 당시 자크 시라크 농무성 장관이 무똥 로칠드를 1등급으로 승격시켜 주게 되는데, 이는 그냥 얻어진 영광이 아니고 무통 로칠드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의 결과라 하겠다. 1등급으로 승격한 1973년의 와인 라벨에는 그해에 타계한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바쿠스의 향연’ 이 실렸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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