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L’Evangile 1993 Pomerol, Bordeaux
Chateau L’Evangile 1993 Pomerol, Bordeaux

레방질(L’Evangile)의 의미는 기독교의 ‘복음’을 의미하는 에반젤(Evangile)로, 그리스어 ‘에반게리온’에서 유래되었다.

일부 포므롤 와이너리 이름에서 종교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샤토 페트뤼스 (Chateau Petrus)는 ‘베드로’ 성인을, Chateau Le Bon Pasteur는 ‘선한 목자’를, Chateau L’Église는 교회를, Chateau Hosanna는 ‘구원을 간청한다’는 의미로, 오랜 가톨릭 전통에서 와이너리의 이름이 유래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샤토 앙젤뤼스(Chateau Angelus)의 ‘Angelus'는 라틴어로 ‘천사’를 의미하는데, 가톨릭에서 하루 세번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기도하는 ‘삼종기도’를 뜻하며 1859년에 완성된 장 프랑수와 밀레의 작품 ‘L'Angélus’는 우리에게 ‘만종(저녁에 올리는 삼종기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1993빈은 메를로 65%와 까베르네 프랑 35%의 블랜딩으로 풍성한 과일 풍미와 유연함, 바디감이 뛰어난 빈티지로 알려져 있다. 30여년의 오랜 숙성기간에도 불구하고 와인의 상태는 완벽에 가까웠다. 탁한 루비 레드 색상을 보였고, 젖은 흙 향과 가죽, 트뤼플, 부엽토 같은 3차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민트, 블랙베리, 구운 허브, 감초, 바닐라향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풍미와 실키한 타닌, 엘레강스한 질감이 매력적이었다.

Chateau L'Evangile은 Pomerol에서 가장 오래된 샤토 중 하나로 16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Domaine de Fazilleau이었다가 이후 Le Domaine de L' Evangile ou de Fazilleau라는 이름으로 건물과 원래 샤토가 만들어졌고, 1741년 리부른에 거주하던 레글리즈 가문이 매입했을 때 이미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후 Ducasse 가족과 관련된 Jean-Paul Chaperon이 구입하여 지금의 Chateau L' Evangile로 바뀌게 되었다. 1900년경 샤토 레방질은 이웃 비유 샤토 세르탕(Vieux Chateau Certan)과 페트뤼스(Petrus)에 이어 포므롤에서 세 번째로 좋은 와인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Chateau L' Evangile은 1990 년 Simone Ducasse가 Chateau Lafite Rothschild에게 지분의 70 %를 매각할 때까지 Chaperon 가족의 재산으로 남아 있었지만, 1999년 나머지 30% 지분을 라피트 로칠드가 사들여 새주인이 되었고 2004년 대대적인 양조설비의 현대화와 레노베이션을 통해 품질이 크게 좋아졌다.

샤토 레방질의 포도밭은 생떼밀리옹과 포므롤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어서 양쪽 지역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총 22핵타르의 밭에 메를로 80%, 까베르네 프랑 20%가 식재되어 있으며 모래, 점토, 자갈이 골고루 섞인 토양에 산화철이 섞인 모래흙과 페트뤼스 포도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푸른색 점토도 섞여 있다.

양조는 온도 조절이 가능한 20개의 시멘트 탱크에서 이루어지며 적절한 펌핑 오버와 마세라시옹 기술을 적용하여 와인을 만드는데, 탱크의 크기는 35헥토리터에서 최대 81헥토리터까지 다양하다.

말로락틱 발효는 베럴에서 진행되며, 숙성은 평균 70%의 새 프렌치 오크통과 점토 암포라를 사용하여 약 18개월 동안 진행된다. 샤토 레방질은 연간 평균 2,000~3,000케이스를 생산하는데, 세컨드 와인으로 블라종 드 레방질(Blason de L'Evangile)을 함께 만든다.

오래전부터 포므롤 지역은 벨빗처럼 부드럽고 화려한 와인으로 알려져 왔다. 이웃 생떼밀리옹에 비해 살집이 있고 까다롭지 않으며 좀 더 빨리 익는 편이다. 까베르네 프랑은 조연으로 와인의 20% 정도 블랜딩된다.

포므롤은 가장 민주적인 생산지역으로 품질을 나누는 등급제도가 없다. 일찍이 로마시대부터 와인을 빚어 왔지만 20세게에 들어 비로소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공은 유명한 네고시앙 장 피에르 무엑스에게 돌아간다. 그는 1930년대 코레즈(Corez)에서 건너와 리부른에 정착하여 와이너리를 하나씩 사들이며 세력을 확장해왔다. 포므롤에서 가장 뛰어난 11.5헥타르의 포도밭 페트뤼스(Petrus)는 Moueix 가문과 포므롤을 빛낸 최고의 와인이다. 1980년대에는 르 팽(Le Pin)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벨기에 출신인 자크 티안퐁(Jacques Thienpont)이 원래 있었던 채소밭을 갈아엎고 포도밭을 조성하면서 르 팽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불과 3헥타르의 작은 밭에 나오는 Chateau Le Pin은 어떨 때는 Petrus 보다 더 비쌀 때도 있다.

대부분의 포므롤 샤토들은 생떼밀리옹과 경계를 이루는 동쪽의 점토질 토양에 거의 모여 있는데, 과즙이 풍부하고 농염하면서도 화려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생산량은 작고 수요는 높아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대안으로 포므롤 아펠라시옹 바로 위에 있는 랄랑드-드-포므롤(Laland-de-Pomerol)의 와인을 찾아보자. 포므롤에 비해 가격은 훨씬 저렴하며 포므롤 와인보다 좀 더 빨리 숙성되어 마시기도 좋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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