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코야끼(たこ焼き)’는 이제 설명이 필요 없는 익숙한 음식이지만, 한때는 ‘밀가루 반죽 안에 잘게 자른 문어와 파 등을 넣고 전용 틀에서 한 입 크기의 공 모양으로 구워 전용 소스와 마요네즈를 바르고 가쓰오부시, 김가루 등을 뿌려 먹는 음식(출처:NAVER 지식백과)’이라는 설명에 어떤 요리인지 떠올려볼 만큼 생소했다. (참고로, 타코야키는 일본어로 문어를 뜻하는 ‘타코(蛸, たこ)’와 구운 것이라는 뜻의 ‘야키(焼き)’의 합성어이다.) 일례로, 떡볶이와 같이 오래 친숙해온 간식은 아닌 것이었다.
그 타코야끼가 한결 친숙해진 것은 일상 속 타코야끼를 만난 후였다. 떡볶이, 붕어빵, 호떡 등의 간식이 있는 우리나라 포장마차처럼, 일본 곳곳에서는 아담한 타코야끼 가게(店)를 만날 수 있다.

오래도록 같은 일을 해온 이에게는 숙련된 움직임이 몸에 깃든다. 군더더기 없이 자신만의 리듬을 타는 매끄러운 몸놀림이. 타코야끼가 있는 공간에는 그 리듬이 있다. 알맞게 달궈진 틀에 갖가지 양념을 더한 타코야끼 반죽을 붓고, 문어를 한 조각씩 넣은 뒤 재차 반죽을 붓고 전용 조리기구로 굴리고 뒤집어 순식간에 탱글탱글한 타코야끼를 만들어 내는 리듬. 타코야끼를 기다리는 시간, 그 장인(匠人) 적 움직임에 눈을 뗄 수 없다.

노릇노릇 구워진 타코야끼에 소스(ソース), 간장(醤油), 혼합(ミックス) 중 하나를 바른 뒤 마요네즈를 얇게 뿌리고 토핑(가쓰오부시, 파 등)을 넉넉하게 올려 고객에게 내어주기까지 찰나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갓 구운 뜨거운 타코야끼 위에서 꿈틀대는 가쯔오부시(가다랑어 포)를 보면 알 수 있다. 타코야끼가 오랜 시간 일본의 국민간식으로 사랑받은 이유를.
타코야끼에 성실하게 쌓인 시간의 온기로 인함일까. 타코야끼는 겪어본 적 없는 시간의 향수(鄕愁)를 품고 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방과 후 떡볶이를 먹었던 것처럼, 타코야끼를 나눠 먹었을 향수. 실제 기억에는 없지만 떠올리면 어색하지 않을 추억이.

그래서 타코야끼 가게를 발견하면 왠지 지나쳐지지 않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 손에 타코야끼 보트(boat, 타코야끼 그릇이 보트처럼 생겼다.)를 들고 가족들과 일행들과 나눠 먹으며 우리만의 새로운 추억을 더해간다. 덕분에 처음 방문한 장소임에도 타코야끼가 있는 시공간은 친숙하게 느껴진다.

훌쩍 자란 아이는 어느덧 함께 타코야끼를 즐길 나이가 되었다. 타코야끼가 있는 시공간에서 소박하지만, 소박하지 않은 바람을 품어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 묘미를 아는 아이가 되기를. 훗날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친구를 만났을 때, 좋아하는 음식을 공유하며 추억을 만드는 마음의 ‘결’을 지닌 아이가 되기를. 아이와 타코야끼를 누리는 시간, 타코야끼에게 바라는 다정함은 단지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 삶이 머무르는 곳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거주하며, 만나는 일상의 요리에 관해 '요리의 말들'과, 개인적인 군 생활의 기록을 담은 '여자 군인의 가벼운 고백(브런치스토리: @sulove)'을 연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