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을 관통하고 있다. 모든 것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시간. 야나가와(柳川)의 날들 또한 여름의 속도로 흐른다. 찬찬히 강렬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야나가와의 여름이 아름다운 이유는 물의 도시라는 자신의 서사를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야나가와는 마을 구석구석을 관통하는 찬란한 수로(水路)를 타고 자신의 서사 속에서 여름을 관통하고 있다.

그 야나가와가 이 계절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내어주는 요리는 장어(鰻)이다. 야나가와의 요리에는 수로의 아름다움을 먹고 자란 마을의 건강함이 담겨있다.

한여름, 뜨거움을 이기기 위해 우리가 복날을 보내듯, 일본도 복날(土用の丑の日) 장어를 통해 여름의 강렬함에 맞선다. 복날을 의미하는 ‘우시노히(丑の日)’의 ‘우(う)’가 들어간 ‘우나기(うなぎ, 장어)’를 먹으면 여름을 잘 극복한다는 설에서 유래한 전통이지만,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진 장어를 생각하면 실질적 효능을 갖춘 셈이다.

야나가와의 장어는 다양하게 조리된다. 메인 요리인 찜(蒸し)으로 탕(肝汁)으로 초무침(酢の物)으로 센배(ほねせんべい)로 계란말이 속으로(鰻巻).

그렇게 야나가와가 내어주는 빈틈없는 건강함에 힘입어 이 계절의 찬란하게 반짝이는 시간들을 넘어간다.

※ 야나가와(柳川) : 후쿠오카현 남부 상업 도시. 곳곳에 수로가 있어 일본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린다.

※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 : 일본의 복날. 2025년의 경우 7월 19일, 7월 31일 두 차례가 있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 삶이 머무르는 곳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거주하며, 만나는 일상의 요리에 관해 '요리의 말들'과, 개인적인 군 생활의 기록을 담은 '여자 군인의 가벼운 고백(브런치스토리: @sulove)'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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