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소믈리에의 블라인드 테이스트 대결, 인공지능의 승리

지난 3월 15일, 엠앤와인(M&Wine)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딥 레드(Deep Red)'가 11명의 와인 전문가들과 블라인드 테이스트 대결을 펼쳤다. 12종의 와인을 시음하며 생산국, 지역, 포도 품종을 맞추는 이 대결에서 AI는 12개 와인의 생산국을 모두 맞췄고, 지역과 품종은 10개를 정확히 맞췄다.

반면 전문 시음가들은 평균적으로 생산국 6개, 지역과 품종은 각각 3개만 맞췄다. 프랑스 시음 챔피언십 주최자 필립 드 칸테낙(Philippe de Cantenac)은 "이번 실험이 AI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입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와인이 엠앤와인이 선정한 2020년 이후 생산된 최근 빈티지의 단일 품종 와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딥 레드는 현재 35,000개의 와인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으나,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와인은 식별하기 어렵다. 엠앤와인의 공동 설립자 테오도르 틸레망(Théodore Tillement)은 "AI가 학습하지 않은 정보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확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AI가 데이터 분석은 뛰어나지만, 와인의 즐거움과 감각적 특성을 평가하는 인간의 능력은 대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AI 기술, 와이너리 혁신에 앞장서다

나파 밸리(Napa Valley)의 농부 톰 갬블(Tom Gamble)은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자율주행 트랙터를 구매하여 와이너리 관리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트랙터는 포도원의 각 열을 학습하고 자율적으로 주행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더 정확한 농업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갬블은 "이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지만, 연료 사용 감소와 오염 저감 등 경제적, 환경적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했다. 존 디어(John Deere)와 같은 기업들은 AI 센서 기술을 활용해 포도나무 잎만 감지하고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분사하는 '스마트 어플라이(Smart Apply)' 기술을 개발했다.

레드우드 엠파이어 포도원 매니지먼트(Redwood Empire Vineyard Management)는 자동화된 관개 시스템을 도입해 누수를 감지하고 물 사용량을 최적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UC Davis)의 메이슨 얼스(Mason Earles) 교수는 "AI가 작물 건강 모니터링과 수확량 예측에 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노마 주립대학(Sonoma State University)의 안젤로 카밀로(Angelo A. Camillo) 교수는 "미국 와인 산업의 약 80%를 차지하는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이 고가의 AI 장비 투자와 기술 교육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EU 무역전쟁으로 와인 수입 중단 권고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와인 무역 연합(USWTA)은 미국 기업들에게 유럽산 와인과 주류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프랑스와 유럽산 와인 및 주류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응한 조치다.

미국의 이번 위협은 EU가 오는 4월 1일부터 미국산 제품, 특히 버번 위스키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미국 와인 무역 연합은 공식 발표에서 "현재 관세 부과 위험이 너무 높다"며 유럽산 주류 컨테이너 수입 중단을 권고했다.

아직 미국 관보(Federal Register)에 명확한 공지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국 와인 무역 연합은 미국이 4월 2일부터 즉시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 대변인은 "이러한 상황은 사실상 시장의 전면 중단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권고가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마르사네 지역 14개 포도밭, 프리미에 크뤼 등급 승격 확정

프랑스 디종(Dijon) 인근의 마르사네(Marsannay) AOC 지역에서 14개 포도밭이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등급으로 승격이 확정됐다. 마르사네는 1987년 AOC 지위를 획득했으며, 20년 동안 베르나르 부비에(Bernard Bouvier)가 회장을 맡고 있는 와인 생산자 단체가 2011년에 국립원산지명칭연구소(Inao)에 승격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경제 데이터와 지질·토양 분석 자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쿠셰(Couchey), 슈노브(Chenôve), 마르사네-라-코트(Marsannay-la-Côte) 마을에 걸쳐 있는 약 100개의 포도밭 중 14개를 프리미에 크뤼 등급으로 승격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부비에 회장은 "후보 포도밭들은 지리적 노출도와 토양 품질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2024년 가을, 국립원산지명칭연구소는 프리미에 크뤼 등급으로 선정된 포도밭 목록을 최종 승인했다. 선정된 14개 포도밭은 앙펠라시옹 300헥타르 중 174헥타르를 차지하며, 승인된 포도밭 목록은 다음과 같다: 롱주로와(Longeroies), 앙 라 몽타뉴(En la Montagne), 에 셰조(Es Chezots), 라 샤름 오 프레트르(La Charme aux Prêtres), 레 부아뱅(Les Boivin), 레 그라스 테트(Les Grasses Têtes), 르 클로 드 주(Le Clos de Jeu), 생자크(Saint-Jacques), 레 파비에르(Les Favières), 오 샹 살로몽(Au Champ Salomon), 오 즈네리에르(Aux Genelières), 르 클로(Le Clos), 샹 페르드리(Champs Perdrix), 르 클로 뒤 루아(Le Clos du Roy).

'르 클로'는 화이트 와인으로만 신청되었으나, 나머지 포도밭들은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에 적용된다. 현지 와인 생산자협회는 "이번 승격은 브루노 클레어(Bruno Clair), 바트(Bart), 실뱅 파타이유(Sylvain Pataille), 르네 부비에(René Bouvier), 위그노(Huguenot), 장-루이 트라페(Jean-Louis Trapet), 제롬 갈레이랑(Jérôme Galeyrand) 등 해당 포도밭에 와인을 생산하는 유명 도메인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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