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와인 시장에 정교하게 위조된 와인 병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 와인 사기 전문가는 위조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진품과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주류전문매체 더드링크비즈니스에 따르면 와인 진품 감정 전문가 모린 다우니(Maureen Downey)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평범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현재 위조범들이 실제 생산 업체가 사용하는 디지털 인쇄 장비와 동일한 사양의 프린터를 사용해 병 라벨과 디자인을 완벽히 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기 조직의 주요 타깃 중 하나는 호주의 인기 와인 브랜드 ‘옐로우 테일(Yellow Tail)’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내 일부 소매점에서 위조된 옐로우 테일 와인을 판매하다가 주류 판매 면허를 박탈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다우니는 “아시아계 조직 범죄단이 유럽의 와인 위조 조직과 손잡고 시장에 가짜 옐로우 테일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들은 진품과 동일한 디지털 프린터를 사들이는 데만 50만 달러(약 7억 원)를 투자했다. 복제 수준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정밀함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희귀 와인이나 고가 브랜드를 위조하는 것보다 오히려 대중적인 브랜드를 흉내 내는 일이 더 까다롭다는 것이다. 다우니는 “옐로우 테일 같은 저가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자주 마시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맛이 나면 금방 이상함을 감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고가 와인은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아 미묘한 차이를 눈치채기 어렵다.

최근 옐로우 테일은 최근 브랜드 디자인을 25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사진=Yellow Tail)
최근 옐로우 테일은 최근 브랜드 디자인을 25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사진=Yellow Tail)

이러한 위조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옐로우 테일은 최근 브랜드 디자인을 25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옐로우 테일 측은 몰도바에 기반을 둔 범죄 조직이 최대 10만 상자에 달하는 가짜 와인을 생산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리뉴얼은 단순히 치열해진 시장 경쟁 속에서의 시각적 차별화뿐만 아니라, 위조 방지를 위한 목적도 함께 고려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25년 3월 선보인 새 병 디자인은 브랜드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단행한 전면 리뉴얼이다. 새 라벨은 색상 대비를 더욱 뚜렷하게 하고, 와인의 풍미 설명을 추가했으며, 대표 마스코트 ‘루(Roo)’는 더욱 만화적인 느낌으로 다듬어졌다. 옐로우 테일 측은 “치열해진 시장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위조 방지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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