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와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와인 수입사 바쿠스가 수입하고 있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칠레 와인 ‘인비나(Invina)’. 인비나 와이너리의 CEO 알렉스 후버와 함께 진행한 인터뷰로 그들의 철학과 와인을 소개한다.


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칠레 와이너리 인비나(Invina)의 CEO 알렉스 후버(Alex Huber)입니다. 제 소개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바로 제 아버지 이야기죠. 왜냐하면, 인비나의 시작은 사실 아버지의 경험에서 비롯됐거든요.

제 아버지 리차드 후버(Richard Huber)는 미국 출신이고, 하버드에서 화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대학 3학년 때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올리브 오일 연구소에서 잠깐 일하게 됐죠. 그때 세비야의 마요르 광장에서 타파스를 먹으며 마신 와인,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 그 모든 게 아버지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값은 저렴한데 품질은 훌륭한 와인 그리고 격식보다는 즐거움이 중심이 된 문화. 그때부터 아버지는 와인에 빠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는 졸업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브라질, 일본, 뉴욕까지 다양한 도시의 금융업계에서 일하셨어요. 그리고 늘 비즈니스 디너에서 고급 프랑스 와인을 접하셨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세비야에서 마신 그 '즐거운 와인'이었다고 해요. 그러던 중 1999년, 칠레 친구가 와인 사업을 제안했고, 아버지는 ‘이거다!’ 싶으셨죠. 자신이 좋아하는 좋은 품질의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Q.  그렇게 알렉스도 아버지와 함께 칠레 와인 산업에 함께하게 되었나요?

저는 당시 브라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어요. 브라질,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미국에서 대학과 MBA를 마쳤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고, UN 평화유지 활동도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물으시더라고요.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 정말 즐겁니?”라고요. 그 질문에 머뭇거리니까, 아버지가 바로 제안을 하셨어요. “내가 투자한 칠레 와이너리에서 함께 일해보는 건 어때? 네 도움이 필요해” 그렇게 2001년, 저는 칠레 마울레(Maule) 지역 산라파엘에 있는 비아 와인즈(VIA Wines)에서 CFO로 일하게 됐습니다. 포도밭이 있는 마을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와인 산업, 특히 포도 재배 쪽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죠.

2007년, 비아 와인즈(VIA Wines)에서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정리한 후에도 칠레 와인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저는 칠레의 가장 큰 경쟁력은 ‘포도밭’이라고 생각했어요. 장비나 인력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지만, 좋은 땅은 그 지역에만 있거든요.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죠. 그래서 마울레 지역에서 좋은 포도밭을 찾기 시작했고, 총 4개의 부지를 확보했어요. 처음엔 고급 포도를 재배해서 다른 와이너리에 판매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어요. ‘포도는 우리가 키우는데, 진짜 가치는 와인을 만드는 쪽이 가져가고 있구나.’ 그래서 결심했죠. 이제는 우리가 와인을 직접 만들자. 그렇게 2012년, 와이너리 ‘인비나(Invina)’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Q. 인비나(INVINA)는 어떤 와이너리인가요?

인비나는 규모로 보면 중형 와이너리입니다. 전체 라인업을 직접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지만, 동시에 저와 팀이 모든 과정에 직접 손을 댈 수 있을 만큼은 작죠. 저는 단순한 운영자가 아니라 포도밭 관리부터 양조, 블렌딩까지 모든 단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포도를 어디에 심을지, 어느 블록이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 잠재력이 있는지, 숙성을 어떻게 할지까지 매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죠. 직접 경험하고 손으로 배우는 일의 중요성, 그게 바로 인비나가 와인을 만드는 방식이에요. 

포도 재배는 칠레 탈카대학교의 포도·와인 센터장인 예르코 모레노(Yerko Moreno) 박사님이 자문해주시고, 양조는 전 세냐(Seña)의 와인메이커였던 에드 플래허리(Ed Flahery)가 함께하고 있어요. 두 분 모두 학문적으로는 최고죠. 하지만 포도나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과학이 모든 해답을 주진 못해요. 그럴 땐 결국 본능을 믿어야 해요. 때로는 '이게 맞다'는 느낌이 속에서 올라오기도 하고, 아닐 때도 있죠. 그래도 결국엔 누군가는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요. 우리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학문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직관과 창의성을 중요시 여기는 팀이에요. 과학을 기반으로, 감각을 믿고. 그게 저희 와이너리의 진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Q. 인비나(INVINA)는 'The Colors of Maule'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는데요, 마울레9Maule)가 와인 생산 지역으로서 지닌 장점과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Maule valley의 Batuco 빈야드
Maule valley의 Batuco 빈야드

마울레(Maule)는 마이포 밸리와 함께 칠레 중부에 위치한 센트럴 밸리의 와인 생산지로,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마울레 주(Region del Maule)에 속하며, 칠레 와인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포도밭을 운영해 왔습니다. 첫째, 반드시 마울레 밸리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 둘째,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여러 포도밭을 보유함으로써, 비록 일부일지라도 마울레 밸리가 가진 잠재력을 다양하게 표현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마울레 지역에 보유한 네 개의 포도밭은 기후, 토양, 재배하는 포도 품종 등 모든 면에서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인비나의 포도밭은 동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어, 안데스 산맥 기슭에서부터 마울레 중심부, 해안 지역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 주요 떼루아를 모두 아우릅니다. 이러한 지리적 다양성 덕분에 까르미네르, 까베르네 소비뇽, 말벡, 시라, 쁘띠 베르도, 샤도네이, 소비뇽 블랑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할 수 있으며,  우리의 슬로건인 ‘The Colors of Maule’에 이 모든 다양성을 담고자 했습니다.

Q. 이번 수확시기를 거친 2025년 빈티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또 베스트로 꼽는 빈티지가 있다면? 

2025년 빈티지는 겨울이 매우 추웠고, 그 추위가 봄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12월 25일부터 2월 15일까지는 꽤 더운 날씨가 계속됐습니다. 이처럼 추운 봄과 더운 여름이 결합된 기후는 수확량을 상당히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죠. 다행히도 큰 기상 이변은 없었고, 4월 초에 한 차례 가벼운 비가 내린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수확 환경은 안정적이었습니다. 수확도 일찍 마무리되었고, 포도 상태도 매우 양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빈티지는 2018년과 2019년입니다. 두 해 모두 비가 적당히 내린 온화한 겨울과, 포도가 서서히 익어갈 수 있었던 선선한 여름 덕분에 정말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인비나(INVINA)는 코리아 와인 챌린지(KWC)에서 2021, 2022, 2023, 2024 4년 연속 Best of Chile로 선정되며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칠레 와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구독자분들을 위해 INVINA 와인 3종을 추천해주세요

시에라 바투코 리제르바 까르미네르(Sierra Batuco Reserva Carmenere)
시에라 바투코 리제르바 까르미네르(Sierra Batuco Reserva Carmenere)

코리아 와인 챌린지(Korea Wine Challenge)에서 2021년 '시에라 바투코 리제르바 까르미네르(Sierra Batuco Reserva Carmenere) 2020',  2022년 '루마 체켄 그랑 리제르바 까르미네르(Luma Chequen Reserva Carmenere) 2020',  2023년 '카르텔 4A 까르미네르(Cuartel 4A Carmenere) 2020'이 '베스트 오브 컨추리(Best of Country)' 부분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의 와인 전문가분들이 인비나의 까르메네르 와인에 반한 걸까요(웃음)

루마 체켄 그랑 리제르바 까르미네르(Luma Chequen Reserva Carmenere)
루마 체켄 그랑 리제르바 까르미네르(Luma Chequen Reserva Carmenere)

제 기억 속의 2020년은 매우 까다로운 해였는데도 불구하고, 특히 까르메네르(Carmenere) 품종은 매우 뛰어난 품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건 결국 와인의 품질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놀라움으로 가득하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해준 셈이죠. 한국 분들에게는 아직 낯선 품종일 수 있지만, 까르메네르는 부드러운 타닌과 잘 익은 검붉은 과일의 풍미, 은은한 스파이시함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카르텔 4A 까르미네르(Cuartel 4A Carmenere) 2020
카르텔 4A 까르미네르(Cuartel 4A Carmenere) 2020

인비나(Invina) 까르메네르 와인들은 서늘한 기후의 까르미네르를 정석적으로 표현하는 와인으로 항상 과실 풍미를 최우선으로 두고, 오크 숙성은 균형감과 조화를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합니다. 오크 향이 지나치게 강하게 느껴지도록 하지 않죠. 구운 고추, 토마토 잎과 허브향이 인상적이며, 고급스럽고 크리미한 탄닌감과 어우러지는 자두의 풍만함, 향신료 힌트 그리고 블랙베리 풍미가 은은한 오크 터치와 어우러지며 매력을 더합니다. 과하지 않은 산도와 부드러운 질감 덕분에 매콤한 양념이 가미된 갈비찜이나 불고기, 제육볶음처럼 단짠단매의 풍미를 가진 한식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또한 문화의 즐거움이겠지요? 특별한 날에는, 인비나의 아이콘 와인 '카르텔 4A 까르미네르(Cuartel 4A Carmenere) 2020'도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과 함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칠레 와인을 더 빠르게 받아들이고, 사랑해준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칠레 FTA가 큰 역할을 했죠. 하지만 이제는 세계 대부분의 와인들이 비슷한 세금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칠레 와인은 '가성비'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칠레는 500년에 걸친 와인 생산 역사가 있지만, 프리미엄 와인의 전통은 사실상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칠레는 와인 생산에 거의 완벽한 자연 조건, 자유로운 시장 구조, 그리고 국내외에서의 과학적 진보를 바탕으로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왔습니다.지금의 칠레 와인 산업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신생 와이너리들이 등장하고 있고, 새로운 품종,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양조 방식들이 시도되며, 과거의 훌륭했던 까베르네 소비뇽과 까르메네르를 넘어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와인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비나 역시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자신만의 색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와이너리와 칠레 마울레 지역이 지닌 고유한 개성과 철학 그리고 이야기를 앞으로도 한국의 와인 애호가 여러분과 계속 나누고 싶습니다. 인비나 와인에 보내주신 애정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유니크한 칠레 와인, 인비나(Invina)의 와인들은 고리와인샵(수내점, 미사점, 동탄점, 원주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와인과 문화를 잇는 콘텐츠 디렉터, 도윤

소믈리에타임즈 기자로서 와인, 미식,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스타그램 @wineculture.do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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