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관련된 제조, 기술, 유통 뿐만 아니라 환경, 지질, 건강,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그 뒷 이야기를 조명하고 탐구합니다. 물이 단순히 생필품이 아니라 우리 삶과 문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존재임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합니다.
2000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수리지구환경연구실에서 학내 벤처로 출발한 지오그린21은 지난 25년간 우리나라 지하수와 지질분야의 선도적인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하수•지질 통합 조사 및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행해왔으며, 특히 AI 기반 지하수 모니터링 및 탐사 기술을 개발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업계를 이끌고 있다. 지오그린 21의 이명재 대표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Q. 최근 지오그린21의 25주년 행사가 있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요. 지난 25년을 되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 지금의 지오그린21을 있게 한 최고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지난 날을 되돌아 볼 시간도 없이 열심히 달려오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과 위기 또한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보다 위기 때마다 함께 버텨준 동료들과 파트너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덕분에 지오그린21이 25년 동안 도전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이 있었지만 좌절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25년간 꾸준한 성장을 해왔고 여전히 새로운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Q. 지오그린21은 지하수•지질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고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오랜 세월 사업을 하다 보면 위기의 순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A. 엔지니어링 회사로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무엇보다도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오그린21은 전체 임직원의 57%가 석사학위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박사학위를 가진 임직원이 10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17% 입니다. 또한 대학원 진학을 적극 장려하고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내 내부 기술 교육 및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교육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력들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영입되어 이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우수한 기술 인력들이 회사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뛰어난 인재들이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준 것이 위기 극복의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천정용, 이명재 공동대표들이 서로 의지하며 한마음으로 대응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게 한 것 같습니다.
Q. 지오그린21은 최근 AI를 이용하여 지하수 개발 유망지를 찾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지, 이 기술이 도입되면서 차별화되는 내용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AI를 이용하여 지하수 개발 유망지를 찾는 기술은 국내에서도 이미 시도가 되었고 해외에서도 연구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지하수 이용 시설에 대한 정보, 지하수기초조사, 국가지하수관측망 등 많은 지하수 관련 시공간 자료가 쌓여왔습니다. 저희는 지하수자료 뿐만 아니라 지형, 지질, 수문자료 등과 연계하는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지하수 부존량에 적합한 모델을 수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상업적인 이용을 앞두고 있습니다. 양질의 지하수를 개발하기 위해서 물리탐사와 같은 여러가지 기술들이 개발되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수맥탐지봉과 같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를 넘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훨씬 더 신뢰도 높은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Q. 기후변화와 도시화, 오염과 가뭄 등 물 관리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대표님께서 보시는 한국 수자원 관리의 큰 과제는 무엇이며, 지오그린21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A. 최근 강릉 지역 가뭄 문제로 재난사태로 선포되었는데요. 우리나라 수자원 관리의 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습적인 폭우, 가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기후변화는 이제 국민들이 모두 체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지표수, 댐 위주의 수자원 정책을 바탕으로 정부 각 부처 및 지자체와의 협력 및 통합관리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통합적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지표수와 지하수를 아우르는 다변화, 분산화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필수적이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지하수 저류댐, 빗물저장, 인공함양, 지하수관정연계 등 지역의 특색에 적합한 다양한 수자원을 개발, 이용,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지오그린21은 AI를 이용한 지하수 개발 유망지를 찾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지속가능한 지하수 이용을 위한 관정연계시스템(Well Network System)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개발하여 실증까지 마쳤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을 통하여 상습 가뭄지역의 지역적 특색에 적합한 기술들을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물 관리는 큰 이슈인 것 같습니다. 혹시 해외 프로젝트나 글로벌 진출 로드맵이 있으신가요?
A. 현재 UAE 석유 지하저장시설에 대한 수리지질 유지관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지하수 저류댐을 기조로 하는 수자원공급프로젝트를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타당성조사를 마치고 올해는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추가적인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수 관련 엔지니어링과 수자원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은 해외사업 역량은 부족한 편입니다. 국내 사업에 비해 상대적인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단계별로 확대할 방안을 갖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현재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의 경험을 디딤돌로 삼아 인력을 재편하고 해외 사업 경험이 많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여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Q. 앞으로 25년 뒤 50주년을 맞이했을 때 그리고 싶은 청사진은 무엇입니까?
A. 국내 지하수, 지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들어와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공공발주와 입찰에 의존하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입찰 중심의 구조는 불확실성이 크지만,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이 새로운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수자원 뿐만 아니라 기존에 꾸준하게 수행했던 지하수정화사업을 확대하고, 원자력 관련 엔지니어링, 지하공간 관련 사업 등으로 확대하고, 민간분야에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엔지니어링 기반의 사업 외에 자체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AI를 이용한 지하수 개발 유망지 탐사 기술은 상업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지하수자원인 먹는샘물을 탐사에 적용하고 있으며, 대용량 관정 개발을 통한 상수원 공급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적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다음 25년을 준비하는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Q. 후학 양성과 인재 발굴도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수자원 분야를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지속가능한 수자원이라는 키워드가 있었지만, 지하수나 지표수를 구분했었습니다. 이후 지표수-지하수 연계에 대한 이슈나 통합 물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실제 정책적으로 반영되는 부분은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여러분들은 수자원이 상호 연계되어 영향을 주는 부분을 이해하고, 수자원의 가치뿐만 아니라 에너지, 환경의 가치까지 융합해여 기후위기의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면 많은 공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물이란 무엇입니까?
A. 좋은 물은 직관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막상 정의를 하자면 추상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준만으로 좋은 물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문화에서 약수(藥水)처럼 치유나 건강을 연결시켰던 것을 생각하면 단순히 깨끗함을 넘어 사람 건강에 좋은 물의 특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의 미네랄이나 미량원소가 주는 건강성과 맛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좋은 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공통질문입니다. ‘물’의 모양은 담는 용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표님의 마음 속에는 물이 어떤 모양입니까?
A. 물은 가장 흔한 물질이면서, 가장 귀한 물질입니다. 또한 물이 존재하는 형태, 위치 그리고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인간과 환경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물의 ‘흐른다’ 또는 ‘이동한다’는 특성이 모양이면서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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