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관련된 제조, 기술, 유통 뿐만 아니라 환경, 지질, 건강,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그 뒷 이야기를 조명하고 탐구합니다. 물이 단순히 생필품이 아니라 우리 삶과 문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존재임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합니다.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우승자 정진영 대표와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고재윤 회장 @KISA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우승자 정진영 대표와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고재윤 회장 @KISA

지난 10월 25일과 2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15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요리 출강 및 메뉴 R&D 전문업체 ‘SMOOCHSMOOCH’의 대표이자 한양여자대학교 외식산업과 정진영 겸임교수가 금상을 받았다. 그녀의 열정적인 도전과 대회 우승 스토리에 대해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가 되신 정진영 대표님. 이번 워터소믈리에 대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림니다. 우승 실감이 나시나요? 대회 전과 후에 달라진 게 있으신가요?

A.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실감이 완전히 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던 시간과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돌아보면, 이번 수상은 단순한 결과뿐만 아니라 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맛과 문화, 감각과 과학을 잇는 여정의 한 단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회 중 워터를 테이스팅하는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대회 중 워터를 테이스팅하는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워터소믈리에로서 물을 테이스팅한다는 것은 단순히 미네랄 밸런스나 향미를 구분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물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어떤 문화 속에서 소비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수상 이후에는 좋은 물을 선별하는 사람을 넘어서 물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연구하고 전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이 더 커졌습니다.

앞으로는 워터소믈리에의 감각과 연구자의 시각을 함께 살려, 물과 음식, 그리고 인간의 감각이 만들어내는 지속가능한 미식의 방향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습니다.

Q. 워터소믈리에를 접하시게 된 건 언제였습니까?

A. 제가 물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12년, 경희대학교 조리외식경영학과 석사과정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물을 연구하시는 고재윤 지도교수님 연구실에서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워터소믈리에 자격 인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때만 해도 워터소믈리에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참고할만한 자료도 많지 않았습니다. 관련 서적과 논문을 찾고, 해외 연구 자료를 통해 물의 세계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저에게는 단순한 워터 프로젝트를 넘어 물의 감각적 특성과 과학적 원리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었고, 결국 지금의 연구와 교육 철학 물은 맛과 문화, 감각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만드는 매개체로 이어졌습니다.

Q. 물과 음식과의 조화, 혹은 물로 새로운 경험을 한 사례가 있을까요?

르꼬르동 블루에서 제빵을 공부한 정진영 대표 @정진영
르꼬르동 블루에서 제빵을 공부한 정진영 대표 @정진영

A. 물은 조리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워도우(Sourdough)를 만들 때 물의 경도와 미네랄 조성에 따라 발효의 속도, 향의 깊이, 크러스트의 질감이 달라집니다. 부드러운 연수로 만든 반죽은 섬세하고 촉촉한 향미를 주고, 단단한 경수는 밀 단백질을 더 강하게 결합시켜 구조감 있는 빵을 완성하죠.

이처럼 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리 전반의 균형과 감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저는 물을 보이지 않는 조미료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재료의 맛을 이끌어내고, 식감의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내며, 결국 한 접시의 음식을 완성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워터 디톡스를 제조중인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워터 디톡스를 제조중인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워터 디톡스 출품 @KISA
워터 디톡스 출품 @KISA

Q.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고재윤 회장님과 함께 대표님과 여러가지 워터 프로젝트를 함께 했습니다. 정수기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와 먹는샘물 물맛 연구, 그리고 올해 6월에 BWF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워터소믈리에에 앞서 연구자로서 관점은 저와는 다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워터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간단한 소회를 부탁드려요.

A. K-Water 워터소믈리에 프로젝트를 처음 접한 이후, 국내 유명한 정수기 회사와 먹는샘물 회사의 다양한 워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그 중에는 정수기의 물맛, ·먹는샘물 제품의 물맛 개발과 미네랄 연구, 그리고 관능 품평회 자문 등에 참가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워터 프로젝트들은 저에게 “물의 과학적 분석과 감각적 평가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결국 물의 연구는 감각을 과학으로 해하고, 과학을 다시 일상 속 미각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회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저에게 이번 대회는 단순히 물맛을 구분하는 경쟁이 아니라, 음식과 문화의 근본이 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 그 조리와 발효, 향과 질감의 출발점은 결국 물이기 때문입니다.

워터테이스팅 중인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워터테이스팅 중인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그래서 이번 도전은 저에게 감각의 시험이라기보다 철학의 실천에 가까웠습니다. 워터소믈리에로서 물을 맛본다는 것은 단순히 미네랄 밸런스를 구분하는 일이 아니라, 물의 성질이 어떻게 맛을 바꾸고, 그 맛이 다시 한 나라의 식문화와 조리 전통으로 이어지는지를 몸으로 체감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은 앞으로 제가 연구하고 가르칠 지속가능한 식문화의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해주었습니다.

Q. 대회 우승자 타이틀을 가지고 나서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A. 이번 수상은 저에게 단순한 영광이 아니라 책임감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로서 물의 맛을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의 본질과 그 안에 담긴 문화적·감각적 의미를 연구하고 전하는 일이 제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물의 미네랄 조성과 감각적 특성이 비건· 대체식품부터 디저트와 전통 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문화 전반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탐구할 계획입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물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식문화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운영하고 있는 ‘SMOOCHSMOOCH’는 조리 강의와 메뉴 R&D를 함께 진행하는 전문업체로, 각 메뉴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물을 선택해 새로운 맛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맛과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메뉴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며, 물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물의 감각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식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KISA
"물의 감각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식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KISA

결국 제 목표는 물의 감각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식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한 잔의 물이 맛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감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는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Q.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물의 조건, 혹은 프리미엄 워터라는 무엇입니까?

A. 좋은 물이란 단순히 미네랄 함량이 일정하거나 pH가 안정된 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는 마시는 순간 식재료와 조화를 이루고, 감각적으로 균형을 만들어내는 물이 좋은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의 맛은 절대적인 기준보다 균형과 맥락의 예술에 가깝습니다. 같은 물이라도 어떤 음식과 함께하느냐, 어떤 온도와 환경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그 감각적 인상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워터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음식이나 공간, 그리고 사람의 감각과 조화를 이루는 섬세한 밸런스에 있다고 봅니다.

결국 좋은 물이란 과학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자연스러운 물, 즉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감각이 조화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물은 우리의 식문화를 한층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믿습니다.

Q. 개인적으로 한국에 계신 워터 애호가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워터 브랜드가 있을까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리산 1915를 서비스하고 있는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지리산 1915를 서비스하고 있는 정진영 워터소믈리에 @KISA

A. 제가 한국의 워터 애호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브랜드는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1호에서 생산되는 ‘지리산 1915’와 글로벌 심층수에서 제조하는 ‘DEEPS 해양심층수’입니다. 저는 광천수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향후 연구하고 싶은 물은 해양심층수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의 청정 해역 약 600m 아래에서 취수한 해양심층수를 원수로 개발한 브랜드입니다.

DEEPS는 해양심층수의 안정적인 미네랄 밸런스와 깨끗한 수질을 기반으로, 골드(Gold)·그린(Green)·키즈(Kids)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음용 목적과 연령,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매우 매력적이며, 장점입니다. 특히 해양의 깊은 에너지를 담아내면서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저는 DEEPS를 단순한 식수원이 아니라 자연의 순환과 감각의 균형을 함께 담은 프리미엄 워터라고 생각합니다. 깨끗한 수질과 감각적 깊이를 모두 갖춘,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워터 브랜드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Q. 공통질문입니다. ‘물’의 모양은 담는 용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국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정진영 대표님의 마음 속에는 물이 어떤 모양입니까?

A. 제 마음속의 물은 ‘순환하는 원(圓)’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이 따로 없고, 한 번의 흐름이 또 다른 생명을 만들어내는 순환이죠. 그 안에서 저는 지속가능한 맛과 문화의 근원을 봅니다.

물은 늘 저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의 맛과 문화는 어떤 순환 위에 서 있나요?” 그 질문 앞에서 저는 언제나 겸손함과 감사함, 그리고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물이 세상 모든 생명을 품듯, 저 역시 제 일과 연구가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맑게 하는 흐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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