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 만나는 워터 인터뷰, 워터 비하인드

물과 관련된 제조, 기술, 유통 뿐만 아니라 환경, 지질, 건강,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그 뒷 이야기를 조명하고 탐구합니다. 물이 단순히 생필품이 아니라 우리 삶과 문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존재임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합니다.


2025년 6월 4일과 5일, 슬로베니아의 빌라 블레드(Vila Bled)에서 열린 블레드 워터 포럼/페스티벌(Bled Water Forum/Festival, 이하 BWF)은 올해 10년을 맞이했다. 이 뜻깊은 10주년을 기념하며 BWF의 창립자 마르코 가이치(Marko Gajic)의 아내이자 든든한 후원자인 파트리치야 멘치가르를 만났다. 마르코는 과거 본지에서도 인터뷰로 소개된 바 있으며, 그는 BWF의 시작점이 바로 파트리치야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의 개인적인 헌신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BWF를 성장시켜왔는지 궁금했다.

전문번역회사 오너이자 BWF 공동창립자 파트리치야 멘시가르(Patricija Mencigar)

Q. 안녕하세요, 파트리치야.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파트리치야라고 하고, 물을 단순한 수분 공급을 넘어 삶의 본질(the essence of life)로 믿는 워터 애호가입니다. BWF는 사실 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어요. 전 세계가 물 문제에 대해 협력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죠. BWF의 초기 구상을 제가 주도했고, 지금도 우리의 비전을 이끌고 운영을 지원하고 있어요.

Q. BWF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0년간 BWF의 주요 성과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 BWF는 현재 대한민국, 중국, 미국과 함께 식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세계 4대 주요 기구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매년 고위급 국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올해는 38개국 대표단이 참가했어요.

슬로베니아 대통령 부군을 포함해 외교부, 환경부와 협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 38개국 환경부 및 국립연구기관과 협력중이다. @BWF

2020년에는 유럽워터소믈리에협회(European Water Sommelier Association)를 설립해 워터 테이스팅과 미식적 페어링(gastronomic pairing)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확산시켰습니다. BWF가 만든 BWF 인증(BWF excellence certification) 제도는 이후 호스피탈리티 교육 시스템에도 통합되었고요.

매해 BWF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는데, 올해는 일본의 RIKEN 연구팀이 수상했어요. 이 팀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 생성을 방지하며 무독성 화홥물로 분해되는 초분자 폴리머(supramolecular polymer)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Q. 처음 BWF를 구상했을 때와 10년을 운영한 지금, 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나요?

A. 지난 10년 동안 제 물에 대한 인식, 특히 식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어요.

우선,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trust in tap water safety)가 줄어들었어요.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여러 분석 결과들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맛이나 냄새, 혹은 오염물질 때문에 지금은 대부분 생수를 선택합니다.

단순 수분 섭취를 넘어 문화적, 생태적, 경험적인 자원으로서 인식이 넓혀지고 있다. @BWF

또한 과거에는 물을 단지 상품으로만 보았다면, 이제는 그것이 문화적, 생태적, 그리고 경험적인 자원으로써 넓은 의미로 인식하는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Q. BWF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A. 저는 전문 번역가이고, 15년 넘게 번역 회사를 운영해왔어요. BWF는 저의 개인적인 열정 프로젝트입니다. 여가 시간 대부분을 BWF에 투자하고 있고, 이것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자 합니다.

Q. 이전 직업 경험이 BWF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끝없는 호기심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번역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대부분 책을 읽으며,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접합니다. 책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이는 BWF 비전 설정에 도움을 줬어요.

Q. BWF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궁금합니다.

BWF는 비영리기구이며 10년동안 운영해올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 덕분이다. TEAM BWF @BWF
BWF는 비영리기구이며 10년동안 운영해올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 덕분이다. TEAM BWF @BWF

A.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부족한 재정 지원과 후원이에요. 사실 BWF는 비영리행사이며, 자원이 풍부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많은 부분을 열정과 자발성에 의존해요. 대부분 선의, 자원봉사와 지속적인 끈기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10년 동안 BWF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시나요?

A. 향후 10년 안에 BWF가 연 1회 열리는 포럼을 넘어, 연중 운영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되길 바라요. 젊은 세대와 워터소믈리에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교육과 혁신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또한 BWF가 공공보건 중심의 해법, 국제적 물 외교, 그리고 물에 대한 새로운 문화적 담론의 중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 규제되지 않은 오염물질에 대한 정책 형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안전한 식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물을 통해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BWF 2025 @BWF

Q. 기억에 남는 물과의 페어링 경험이 있다면요?

A. 저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신 경희대 고재윤 교수님의 페어링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물에서 페어링을 찾아내는 접근은 정말 새로웠어요. 그의 철학적 성찰은 단순히 물을 마시는 것 이상의 경험이 되었고, 물을 바라보는 깊이가 달라졌습니다.

Q. 훌륭한 물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요?

A. 훌륭한 식수란 다음 네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1. 안전성(Safe) – 병원균이나 유해 화학물질이 없어야 해요.

2. 쾌적함(Pleasant) – 맑고 깨끗한 맛, 냄새가 없어야 해요.

3. 균형(Balanced) – 미네랄이 적당하고, pH는 중성에 가까워야 해요.

4. 접근성(Accessible) – 누구나 쉽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꾸준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이러한 조건들은 물이 건강과 감각적 즐거움 모두를 충족시키는 데 필수입니다. 이는 물 페어링이나 테이스팅, 요리에서도 핵심 요소예요.

Purpose of water by Aquinity 8 @BWF

Q. 향후 유럽 물 시장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A. 유럽 물 시장의 미래는 워터 스마트 경제(Water-Smart Economy)로 가야 합니다.

이 시장은 물을 생태적, 기술적,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보안, 지속가능성, 순환성, 형평성 등의 원칙 아래 디지털 시스템 투자 및 인프라 개선, 권리 기반의 거버넌스, 글로벌 복원 노력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Q. 이 질문은 모든 분에게 묻습니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당신에게 물은 어떤 모양인가요?

A. 저에게 물은 마음의 투명함(clarity of mind)을 비추는 존재입니다. 잔잔한 수면은 세상을 왜곡 없이 반영하듯, 맑은 물은 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맑은 정신과 열린 마음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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