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정말 섬세해서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TV CF와 라디오에서 가끔 들리는 한 보온병 업체의 광고 카피다. 물은 정말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까?
 

▲ 물은 섬세해서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마지막 한방울까지 온도를 지켜준다는 한 보온병 광고.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물을 포함한 물질들은 온도에 따라 분자구조 및 분자배열이 달라진다.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의 활동성이 커지면서 분자 사이의 인력이 약해지게 된다. 인력이 약해지면 분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즉 고체에서 액체나 기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변한다. 물질의 상태가 변하지 않더라도 온도에 따라 분자배열이 달라지므로 물의 경우에도 온도가 달라지면 배열 상태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물의 온도가 다르다’라는 건 우리의 감각기관에서 물을 느낄 때, 온점과 냉점에서 온도를, 촉점이나 압점 등에서 물의 무게감, 밀도, 질감 등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냉장시설이 발달하기 전에는 보통 수원지나 저장소의 온도 그대로 물을 마셨을 텐데, 가장 맛있는 물맛이란 우물이나 산속 깊은 곳 광천수가 나오는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바로 마시는 물맛이었을 것이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우물물이나 광천수의 경우, 평균 12.8℃라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는 자연에서 나오는 물의 온도를 가장 맛있게 마셨을 것이다.

냉장시설이 발달한 최근에는 워낙 많은 온도 조절 체계와 온도 유지 기술이 발달했다. 물은 온도에 영향을 쉽게 받아, 물의 온도가 변화할 경우 고유의 개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같은 물도 다른 온도로 테이스팅하면 다른 물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맛이 달라진다. 특히 탄산수의 경우에는 온도에 따라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데, 시원한 콜라와 미지근한 콜라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래서 자격증 시험이나 대회, 중요한 품평회에선 주최하는 측에서 모든 물의 보관 온도와 서비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느 온도가 가장 맛있게 물을 마실 수 있는 온도일까? 일본에 있는 한 물 연구소에서는 추천 자신의 체온보다 24℃가 낮은 온도의 물이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체온이 보통 36.5 ~ 37℃ 정도 하니 12 ~ 13℃의 물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고재윤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생수의 제공온도는 10 ~ 12℃이며, 계절에 따라 마시는 온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또 미국의 유명한 물 전문가인 마이클 마스카 박사(Dr. Michael Mascha)는 물의 탄산 함유량에 따라서도 온도에 따라 가장 맛있는 온도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탄산이 없는 일반 스틸 워터(Still: 탄산이 함유되지 않은)는 12℃라고 하며, 탄산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물은 17℃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탄산음료는 차가울수록 선호한다. 하지만 마이클 마스카 박사는 탄산이 너무 강하게 되면 트림을 유발하고, 탄산이 야단스러워 견디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국내의 인공 탄산수 같은 경우에는 다른 미네랄이 들어있지 않고 탄산만이 매력이기 때문에 차갑게 마실수록 탄산의 매력이 터지지만, 해외의 유명한 천연 탄산수의 경우엔 탄산 외에도 짠맛, 신맛 등 고유의 맛이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을 즐기기 위하여 강한 탄산을 살리는 낮은 온도보다는 15℃ 정도를 추천한다.

맛은 개인적인 취향이 강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말은 참고만 할 뿐, 각자의 가장 맛있는 온도를 찾아보는 것도 물을 마시는 즐거움이 아닐까?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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