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다른 어느 때 추석보다 일찍 찾아온 듯하다. 일반적으로 9월 중순 이후에 추석을 경험했다면 올해는 9월 초에 추석이 시작된다. 과거 추석하면 전통주 업체들에게는 많은 술을 판매를 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지금은 적어졌지만, 명절 선물세트로 전통주는 나름 제사에 사용할 수도 있고 끝나고 나서는 서로 나누어 마실 수 있는 실용적인 선물 중에 하나였다.

추석은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을 수확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하는 명절이다. 차례, 즉 명절에 지내는 제사에 있어서도 그 정성은 다른 어느 명절보다 컸다. 추석의 의미가 조상에게 농사를 잘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둥근 보름달은 추석을 상징한다 @픽사베이
둥근 보름달은 추석을 상징한다 @픽사베이

추석은 수확의 넉넉한 만큼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조선 순조 때 학자인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849)'에는 8월 한가위의 세시풍속으로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어 팔며 떡집에서는 햅쌀 송편과 무와 호박을 넣은 시루떡을 만든다'고 했다. 가을 추수를 끝내기 전에(조선시대 추수는 음력 9월) 덜익은 쌀로 만든 별미 오려송편('오려'란 올벼를 뜻함)과 햅쌀을 이용해 빚은 신도주(新稻酒)가 그러했다.

이제 집에서 햅쌀을 이용해 신도주를 만들어 차례에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하지만 차례가 끝난 다음 ‘음복’이라 하여 차례에 쓴 술이나 음식을 그 자리에서 나누어 먹는다. 이렇게 돌아가신 조상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조상의 덕을 이어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차례에 사용되는 술들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다.

추석에는 신도주를 마셨다 @국순당
추석에는 신도주를 마셨다 @국순당

대부분은 대량 생산된 술들을 구입해서 차례에 사용한다. 그동안 많이 사용되는 술은 ‘정종’이라 불리는 청주였다. 이제는 정종이 일본식 사케를 지칭한다는 것을 알기에 최근에는 ‘차례주’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누룩을 사용하고 전통 제조법으로 제조한 술의 사용 비율이 늘고 있다. 이러한 전통 제조법을 이용한 술들을 사용하는 것은 전통주의 소비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최근 우리 전통주의 관심 정도를 본다면 이번 추석에는 조금 다른 형태의 술들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바로 내가 사는 지역의 술들을 차례에 사용하는 것이다. 전국에는 지역 전통주들 또는 우리 술(막걸리, 약주, 소주 등)들이 많이 있다. 현재 양조장의 개수만 8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니 각 도에 적어도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양조장들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다양한 원료와 제조 방법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지역 술들이 갖는 장점은 많이 있다. 대량으로 생산되어 획일화된 맛이 아닌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다. 또한, 지역 유통을 위해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술들이 많다. 차례 음식도 지역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차례 음식과 지역 술은 좋은 페어링이 가능할 것이다. 지역 술들은 지역의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좋은 쌀을 이용한 술을 차례 상에 올리게 되는 것이다. 제사는 조상들에게도 좋은 술을 올리는 거지만 결국 음복이라는 풍습을 통해 우리도 좋은 술을 마시게 된다.

추석 차례상 @픽사베이
추석 차례상 @픽사베이

차례에 어떤 지역 술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을 할 필요도 없다. 과거 차례상에 과일 놓는 순서로 알려진,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음),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곶감)도 근거가 없는 후대에 만들어진 절차라 이야기한다. 이처럼 차례상에 올라가는 것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기에 술도 정성이 있는 술이면 되는 것이다. 가끔은 우스갯소리로 맥주든 와인이든 돌아가신 분이 살아생전 좋아하는 술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역의 추석 술 추천 @오른쪽 술담화, 왼쪽 전통주갤러리
지역의 추석 술 추천 @오른쪽 술담화, 왼쪽 전통주갤러리

많은 사람이 모이는 추석이기에 고향의 향수와 추억을 가진 그리고 차례에 사용할 정성 가득 한 술로 지역 술을 추천해본다. 대기업의 술들은 명절 이후에도 쉽게 마실 수 있고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올해는 지역 마트나 슈퍼마켓에 진열된 지역 술들을 구입 할 수 있는 뜻깊은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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