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부터 국내 와인시장의 떠오르는 이슈는 ‘내추럴 와인’일 것이다. 내추럴 와인을 간단히 이야기 하면 현대식 농기계, 화학비료,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손수 농사지어 얻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한다. 양조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이산화황 외에는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는다. 오직 포도에 서식하는 자연 효모만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와인이다. 프랑스의 경우 90년대 후반에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 국내 와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되고 있다.

비슷해 보이는 말로는 유기농(Organic) 와인,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와인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을 포함한 것을 내추럴 와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다르게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유기농 와인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제한해서 포도를 재배해 그 규정에 맞게 양조한 와인이고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천연비료를 사용하고 천체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든 달력에 맞춰 포도를 길러 빚은 와인이다. 어찌보면 아직 정확한 정의가 없기에 내추럴 와인이라는 시장의 다양성이 더 존재 하는 듯 하다.

일반 와인과 내추럴 와인 등의 비교 
일반 와인과 내추럴 와인 등의 비교 

국내외에서 내추럴 와인이 유행하는 이유를 보면 희소성과 먹거리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이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양조할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이다. 내추럴 와인은 그 희소성이 커서 ‘지금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와인’이라는 점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듯 하다. 또한, 내추럴 와인의 장점은 화학성분이나 첨가물을 쓰지 않고,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내추럴 와이너리가 웹사이트 등을 통해 와인의 생산지와 제조 과정을 소비자에게 오픈하고 있다. 그만큼 와인의 성분과 제조과정에 자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화학 성분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를 ‘내추럴(Natural)’하다고 정의할지에 대한 의견이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주의 그리고 희소성이 따라붙는 내추럴 와인
자연주의 그리고 희소성이 따라붙는 내추럴 와인

맥주에서도 내추럴 와인과 비슷한 제조방법으로 만드는 술이 있다. 바로 람빅(Lambic) 맥주이다. 대기 중에 부유하거나 람빅 맥주가 담긴 오크통에 서식하는 효모나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서 맥주를 만드는 방식이다. 람빅 맥주에서도 인간은 맥아를 당화시켜 넓은 개방형 발효조에 넣고 야생 효모와 박테리아들을 받아들여 발효를 유도하는 작업 이외에는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원료와 발효 방식이 다르지 생산의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관여를 최소화 한 의미에서는 내추럴 와인과 비슷하다.

현재의 람빅 맥주는 자연에 있는 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내추럴 와인이나 람빅 맥주에서 원료를 쌀로 바꾸어 놓고 생각을 하면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와도 비슷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과거부터 만들어 마셔오던 술 제조 방식은 쌀, 누룩, 물 이외에는 특별한 첨가제를 넣지 않고 만들었다. 쌀의 전처리 방법, 누룩과 물의 첨가량 그리고 발효온도를 다양화 하면서 맛의 차별화를 만들어 왔다.

물론 첨가물을 넣지 않는 제조방법은 사실 과학이 발달해서 효모를 발견하고 미생물을 제어하는 첨가물이 나오고 제품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여과 방법 등이 나오기 전 모든 나라의 술 제조 방법이기도 했다.

우리술의 원료는 쌀, 누룩, 물만 있으면 된다 (사진=더술닷컴)
우리술의 원료는 쌀, 누룩, 물만 있으면 된다 (사진=더술닷컴)

한 동안은 술을 만드는 과정중에 무엇인가를 넣지 않고 자연적으로 만드는 제품의 경우 맛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았기에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했다. 이러한 술들은 좋은 원료와 오랜 정성을 들여서 만들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술들을 가리쳐 프리미엄 또는 수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많이 보는 단어 중에 하나이다. ‘프리미엄’은 다른 제품보다 조금 더 좋은 품질의 제품에 붙이는 형용사로 ‘고급의’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프리미엄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어떤 것을 프리미엄이라 불러야 하는지 규칙도 없다. 일부 마케팅 전문가들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시장 평균 가격의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인정받는 제품을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한다.

하지만 정해진 기준이 없기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쓰는 의미없는 관용구가 되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라는 단어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술 제조방법을 설명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현재 프리미엄 막걸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한 병에 1,000원 ~1,500원하는 '보통 막걸리'보다는 품질이 좋은, 업그레이드된 상품으로 3~10배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막걸리들을 일반적으로 이야기 한다. 어떤 이들은 국산쌀과, 누룩, 물로만 만들어진 술들을 프리미엄 이라고 붙이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술들은 감미료가 들어간다거나 원료가 국산이 아니어도 업체에서 자유롭게 프리미엄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것들이 프리미엄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내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차별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누가봐도 프리미엄 단어가 제대로 적용된 제품이 있는가 하면 분명 그러한 단어가 쓰이는 것이 이상한 제품들도 있다. 오히려 이 명칭이 전통 막걸리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수제라는 의미도 제조방법에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만 있을 뿐 원료나 제조방법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지 못한다. 전통주에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이나 수제를 대체할 단어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한 새로운 단어로 ‘내추럴’이라는 단어는 어떨까한다.

제조 형태에 있어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한 내추럴 와인을 보면서 최근 생산되는 전통주 형태의 막걸리를 ‘내추럴 막걸리’라 부르면 어떨까 싶다. 우리 전통 막걸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추럴 와인처럼 자연에 있는 균을 사용하고(누룩) 제조에 있어서도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철학과 제조 형태가 내추럴와인이나 람빅 맥주와 차이가 없는 듯하다. 우리 막걸리는 태생부터가 내추럴이기에 ‘내추럴 막걸리’라는 단어의 사용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내추럴 막걸리 한잔 어떠세요?
내추럴 막걸리 한잔 어떠세요?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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