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 롯 (사진=flickr, @koolbe)
노블 롯 (사진=flickr, @koolbe)

노블 롯이 자주 일어나지 않고 불확실한 곳에서는 예전부터 보트리티스 곰팡이가 감염되도록 유도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최근에 포도밭을 보트리티스 곰팡이로 감염시키는 방법이 캘리포니아 나파(Dolce wine, Oakville)에서 성공하였는데, 여기서는 세미용 포도에서 분리한 천연 보트리티스 균을 노블 롯을 유발하는 접종원으로 사용하였다. 이 균주는 이후 몇 년 동안 포도밭에서 인위적인 감염용으로 성공적으로 사용되었고, 이 균의 유전자 서열도 최근에 발표되었다.

다른 곳에서는 수확한 포도를 인위적으로 보트리티스 곰팡이가 감염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파시토(아마로네, 레초토 등)는 전통적으로 완전히 익은 포도를 수확하여 실내에서 보트리티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건조시켜 만들지만, 어쩔 수 없이 포도밭이나 건조 과정에서 보트리티스 감염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 발생률은 계절적 조건과 건조 양상에 따라 아주 불규칙적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유형의 파시토에 대한 연구 결과, 오히려 보트리티스 감염으로 아로마의 조성이 바람직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포도를 수확하여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에 두고, 상대습도 76%와 온도 11℃에서 30일, 이어서 습도 100%에 7일 동안 두고 마지막으로 습도 76%와 온도 8-10℃에 두면서 탈수시킨다. 이 방법으로 포도송이의 보트리티스 활성을 유도하고 완성된 와인도 보트리티스 와인의 전형적인 특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판매용 보트리티스 균주를 포도에 분무하여 감염시키는 것으로 습도 50%로 3-4일 둔다. 포도 전체를 감염시키고 건조 상태에 이르기까지 품종에 따라 15-25일 정도 소요된다.

이렇게 인위적인 보트리티스 곰팡이의 유도 기술은 파시토 와인의 관능적인 특성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자연적으로 노블 롯이 불가능한 지역이나 가능한 지역이라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에도 보트리티스 와인의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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