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성 보이차의 세계는 아는 만큼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가 있다. 2025년 2월에 무서운 겨울 추위를 피해 운남성 숨겨진 보이차를 찾아 나섰다. 임창(臨滄), 맹해(勐海)를 거쳐서 맹라현(孟腊縣)의 이무(易武)로 향했다. 최근 중국 운남성 보이차 중에 떠오르는 박하당(薄荷塘), 묘이타(猫耳朵), 도자채(桃子寨) 차산이 매우 궁금했다. 중국 운남성(雲南省) 보이차산 중에서 맹라현(孟腊縣)에 위치한 구6대차산(古六大茶山)은 청나라 시대부터 보이차로 명성을 얻었지만, 박하당, 묘이타, 도자채 차산은 청나라시대부터 숨겨진 차산이었지만, 최근에 프리미엄 보이차로 빛을 보게 되었다. 구육대차산인 만전(蛮砖)차산에 속한 도자채 차산은 박하당과 견줄수 있을 만큼 보이차 애호가에게 인기가 있으며, 도자채라는 이름만 들어도 복숭아나무 숲이 우거져 복사꽃이 만개한 무릉도원 같은 곳일까 하는 상상되었다.

상명향(象明鄕) 만장촌(曼庄村) 소만룡(小曼竜) 마을에서 40대 후반의 소명유(肖明有) 차농을 만나서 도자채의 비밀을 풀수 있었다. 도자채 고수차 밭을 소유하고 있는 농가는 9가구로 소만룡(小曼竜) 마을에 6가구, 이무(易武) 마을에 1가구, 신만공(新曼栱) 마을에 2가구이다. 춘차의 찻잎은 4월 20일 이후에 채엽이 가능할 정도로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만전 국유림의 깊고 깊은 숲속 계곡에 숨겨져 있었다. 청나라 말까지 도자채 마을이 있었는데 언제, 전염병인지 아니면 어떤 이유인지를 모르지만, 마을의 모든 사람이 이주한 이후에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밀림 숲에 갇혀버리면서 도자채 마을의 이름만 전설 속에 남게 되었다. 이곳 차농들은 조상 대대로 전해온 도자채 마을을 수없이 찾아다녔지만, 수수께끼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2002년 2월 소명유(肖明有) 부친께서 사냥하러 갔다가 멧돼지가 달아나는 깊은 숲속을 한참 동안 쫓아갔는데 급경사가 아주 심한 깊은 계곡의 밀림으로 들어가게 된 곳에서 멧돼지는 사라졌고, 수령이 오래된 고차수 밭을 발견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대삼림(大森林)으로 이주한 차농들이 산길을 내고 차산을 개발하며, 차나무를 심고 관리해 왔다. 1년에 춘(春) 고수차는 220kg 정도, 소수차를 포함하면 550kg 정도 생산한다. 도자채 고수차 생산량은 매우 소량인데도 불구하고 보이차 애호가들이 많이 찾으면서 도자채 고수차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도자채 고수차 맛의 특별함과 품질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가격이 매년 올라가고 있다. 

소명유(肖明有) 차농은 부친이 발견한 자신의 도자채 차산을 보여주겠다며 오토바이에 필자를 태우고 만전(蛮砖) 국유림 깊은 산속으로 향했다. 잠시 국도를 벗어나 산속 비포장도로로 접어들면서 깊은 산속으로 계속 들어갈 때마다 좁은 길이 나타나고 마침내 길이 사라져 오토바이는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낙엽이 푹 덮여 한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길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는데 오랜만에 산행이라 자주 넘어졌다. 힘들게 겨우 몸을 겨눌 수 있었던 것은 소명유 차농이 즉석에서 만들어준 대나무 지팡이였다. 소만룡(小曼竜) 마을에서 도자채 차산까지 약 50분정도 걸렸는데 값진 시간이었고, 과거 애뢰산, 대설산의 차왕수를 본 것만큼 행복한 경험이었다. 우거진 삼림으로 햇볕조차 들어오지 않은 원시림에 복숭아나무는 한그루도 찾아볼 수 없고, 고목(古木)들이 수년간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구름 위로 우뚝 솟아있는 자태를 보니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소엽종 교목 차나무는 키가 10m 넘고, 수령은 100년, 300년 이상 된 고차수(古茶樹)는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자생하고 있었다. 

필자도 도자채 2024년 춘차(春茶) 고수차를 처음 마셨다. 도자채 보이차를 처음 마신 사람들은 도자채 보이차가 지닌 자태, 특별한 향에 놀랐다고 하는 의견에 공감이 갔다. 도자채 보이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달콤한 꽃향기, 진한 숲의 향기가 입안에서 퍼졌고 후미가 짙고 강한 맛을 남겼다. 특히 도자채 보이차는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더 달콤한 단맛, 아주 미세한 쓴맛, 우아한 신맛의 균형이 매우 탁월해 나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냈다. 부드러운 신맛과 쓴맛이 미세하게 느껴지지만, 바로 단맛이 강하게 입안을 감싸며, 마신 후에도 꿀과 꽃향기가 어우러져 회감으로 나타나면서 매우 깨끗하고 풍부한 자연의 숨결을 마시는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도자채 고수차는 자신만의 독특한 자생 생태환경과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자생한 고목(古木) 차나무들이 만든 특별한 맛 덕분에 보이차의 대표적인 고수차로 자리 잡았다. 보이차 애호가들에게 도자채 고수차의 숨겨진 보물의 비밀을 누설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로운 도자채 보이차의 품격과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210여편을 발표하였다. 2001년 한국의 워터 소믈리에를 처음 도입하여 워터 소믈리에를 양성하여 '워터 소믈리에의 대부'고 부른다. 2000년부터 보이차에 빠져 운남성 보이차산을 구석구석 20회 이상 다니면서 보이차의 진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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