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워터의 정의나 카테고리에 대해선 2016년 [김하늘의 소물이에] 3편(너도 나도 프리미엄 워터?), 2017년 [김하늘의 소물이에] 45편(프리미엄 워터 카테고리)과 2018년 [김하늘의 소물리에] 64편(울트라 프리미엄 워터)에서 과거의 필자가 서술해 놓은 적이 있다.

짧게 요약하자면, 프리미엄 워터는 소위 ‘비싼 생수’로만 알려져 있으며, 나의 인사이트는 가격이란 정보를 너머 고객이 해당 브랜드를 구매할 때, 맛이 더 있다든지, 라벨이나 병이 예쁘다든지, 수원지가 깨끗하다든지 등 수분 섭취 등 식수 목적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어 판매를 어필할 수 있다면 프리미엄 워터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타겟층에게 어필이 되는 것을 너머 모두가 인정하는 역사, 아이덴티티, 세련미 넘치는 패키지 등을 모두 갖춘 1등급 워터는 ‘울트라 프리미엄 워터’로 소개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흘러 2025년이 돼서 과거의 내 생각에서 추가된 경험 등을 토대로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느꼈다. 앞으로도 과거에 한번 설명했던 부분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가겠다.

사실 10년간 국내에서 프리미엄 워터의 발전은 거의 없다고 본다. 생수시장은 2014년 6천 억대에서 2024년 3조 원대(유로 모니터 기준)로 약 5배 성장했는데, 수입생수 시장은 현재 약 1천 억 이하로 유추하며 10년 전에 비해 유의미한 성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2014년 워터 바에 근무할 당시 수입생수 품목코드는 200개, SKU는 70개 정도 갖추고 있었는데, 현재 어떤 백화점, 고급 식료품 매장에서도 30가지를 넘기기 어렵다. 70개 정도 종류가 있을 땐 다양성이 존재했다. 글로벌 메가 브랜드인 에비앙, 피지워터, 아쿠아 판나 등과도 가격으로 경쟁하는 브랜드도 더러 존재했고, 차별성에 중점을 두어 1병에 만 원에 육박하는 브랜드도 꽤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만 원 이하에 다양한 생수들이 가격대에서 다양하게 포진했었고, 호기심 차원에서도 아메리카노 1잔 가격에 많은 고객들이 이번에는 이 브랜드, 다음에는 저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넘쳐났다.

하지만 오늘날의 프리미엄 워터 시장은 10년간 유혈에 가까운 경쟁을 거쳐 팔리는 물만 살아남았고, 국내 프리미어 워터 시장엔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피맛을 아직 못 본 신생 유통사의 제품만 남아 있다. 10년간의 경험으로 보아 다양성의 옵션을 주는 신생 유통사의 브랜드는 현지 공장의 대단한 서포트 없이는 시장에서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하지만 프리미엄 워터의 시장은 진짜 어둡고, 니즈가 더 이상 없는 것일까?

2~3년 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지배인께서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그 레스토랑은 우리나라에서 탑급 레스토랑이었고, 사실 우리나라 최고의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분들은 국내 극 소수의 열렬 지지자와 외국인 손님이다. 몇 년 간 국내 탑급 레스토랑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계절별 새로운 에피소드가 그 전의 기대를 뛰어 넘으면서 계속해서 갱신해야 한다. 그 에피소드가 고객에게 소구된다해도, 와인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조화의 경험으로 만족시켜야 한다. 해당 업장 소믈리에도 국내 탑 소믈리에로 정평이 난 분이었다. 하지만 물을 스틸 1종, 스파클링 1종으로 단순하게 해서 무료 제공하다보니 나중에는 그 업장에서 유일한 컴플레인이 물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물이라고 해도 모든 카테고리의 음식에 다 어울릴 수 없다. 어떤 음식과의 페어링이 엄청나게 좋다면, 필시 다른 종류의 새로운 음식이랑은 페어링은 최악일 수 있다. 워터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보니 해당 업장에서는 대응할 수가 없다.

다른 업장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한식으로 유명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인데, 자체 품평회를 통해 최고의 물맛 브랜드를 선정했다. 하지만 어떤 에피소드에서 보리굴비가 나왔는데, 선정된 물의 TDS가 낮아 항상 보리굴비 후에 마신 그 물은 비린내로 오염이 되어 컴플레인이 나오는 것이었다. 해당 업장에서는 물의 종류가 단순해 다른 물로 대체할 수가 없었고, 결국 리스트에서 그 워터는 빠지고, 차가 제공됐다.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파인다이닝은 그 만큼 다양한 와인이 필요하겠고, 그만큼은 아니지만 단순하지 않은 워터 리스트는 필수적으로 준비해야한다.

전 국민이 알 정도의 글로벌 메가 브랜드의 한국 지사장님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사실 글로벌 메가 브랜드도 프리미엄 워터 시장이 이렇게 위축된 상황에서는 여러가지 시도하기가 어렵다. 특히 본사가 있는 유럽의 감성으로는 한국의 물 시장의 다름을 이해시키기 어렵다. 그냥 매출 안 나오는 수출처 N곳 중 하나일 뿐이다. 지사장님께 그런 말씀을 드렸다.

“아무리 글로벌 브랜드라고 해도, 모든 음식과 모든 상황에서 90점 이상의 페어링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페어링은 100점에 가까울 수도, 어떤 페어링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와의 공존이 시장을 확대하는 길이고, 100점에 가까운 상황에 제한적으로 노출되어야 결국 그 브랜드가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사진=Fine Waters
사진=Fine Waters

스페인의 O Lar Do Leiton 레스토랑은 워터 리스트가 150가지가 넘는다. 어쩌면 광적인, 패닉에 가까운 150개의 워터 리스트는 분명히 자신의 150가지 물 중 우위를 점하는 디테일한 상황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고객을 놀라게 할 것이고, 10만 원이 넘는 울트라 프리미엄 워터들은 어쩌면 소량의 고가 프리미엄 와인들보다도 레스토랑에 다양성, 매출과 수익에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4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과 한국음식평론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국내외 품평회 심사위원 및 써밋과 포럼에서 초청 연사로 활약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IT업계를 거치며 프리미엄 워터와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쌓아온 그는, 2025년부터 자신의 회사 ‘워터링크’를 통해 ‘프리미엄 워터 캠페인’을 전개하며 물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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