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DOC 와인 프레스 디너, 레스토랑 주은 김주용 소믈리에와 이인순 와인랩 대표
시칠리아 DOC 와인 프레스 디너, 레스토랑 주은 김주용 소믈리에와 이인순 와인랩 대표

5월의 마지막날인 지난 30일 광화문 소재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주은에서 특별 한식 코스와 함께하는 시칠리아 DOC와인 프레스 디너 행사가 진행되었다. 

와인21닷컴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시음회는 시칠리아 DOC컨소시엄의 관계자가 방한하여 국내 언론기관의 식음전문 기자들과 와인 전문가, 인플루언서들과의 교류의 기회로 마련되어 이인순 와인랩 대표의 유익하고 재미난 강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이태리 와인의 역사와 주요 생산지역별 떼루아의 특성, 이태리 고유 품종에 대한 설명에 이어 Modern 한식의 다양한 메뉴와 6종의 시칠리아 와인의 환상적인 페어링이 이어졌다. 특히 레스토랑 주은의 매니저 김주용 소믈리에가 서빙된 음식 하나 하나에 대한 재료와 조리 방법까지 설명해주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시칠리 와인은 Casa Vinicola Fazio, Grillo Brut NV 스파클링을 시작으로, Ermes Vento di Mare Grillo 2021, Tasca d’Almerita, Mozia Grillo 2022, 레드 와인으로는 Vigna di Pettineo, Frappato 2021, CVA Canicatti,, Aquilae Nero d’Avola 202가 나왔고, 마지막 디저트 와인으로는 Caruso & Minini, Tagos Grillo Vendemmia Tardiva 2019가 선보였다. 

와인과의 페어링으로 나온 레스토랑 주은의 한식 디너 메뉴는 10개 코스로, 한입거리를 시작으로, 죽, 채, 면, 적, 찜, 구이에 이어 반상과 후식, 다과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유기농 식 재료의 식감과 신선한 풍미를 잘 살려내고 전통적인 발효식품으로 간을 맞춰 자연스러움을 더했고 와인의 풍미에 맞춰 코스를 배열한 노력이 돋보였다.

 그동안 국제품종에만 너무 치우쳤던 와인애호가들의 입맛에 시칠리아 고유 품종의 생경하면서도 프레쉬한 풍미는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고 와인에 대한 열정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수천 년에 걸친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를 지닌 시칠리아는 여러 문명의 영향을 받아 문화, 건축, 그리고 전통에 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카르타고 시대에는 페니키아 상인들이 섬에 식민지를 세웠고, 그리스는 신전을, 로마시대에는 십자군의 성채가 세워졌으며, 팔레르모에는 아랍 양식의 성당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처럼 많은 문명이 교차했던 시칠리아는 와인의 발전은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는데, 90년대에는 EU의 보조금을 타기 위해 거대규모의 협동조합들이 생겨났고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 2011년 시칠리아 와인이 IGT에서 DOC로 승격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70여종에 달하는 토착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의 다양성은 시칠리의 핵심 경쟁력이며, 연중 맑고 건조한 기후는 농약을 필요로 하지 않아 건강한 포도 생산이 가능하기에 시칠리 와인의 30% 이상이 자연친화적 유기농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시칠리아 와인의 원산지 통제 명칭(DOC)의 지정은 이탈리아 농림축산식품부의 법령에 의해 2011년 시작되었는데, 이듬해인 2012년 DOC 품질기준에 동의하는 포도 재배자와 와이너리들은 시칠리아 DOC 와인의 생산과 품질 보호, 홍보를 위해 Consorzio di Tutela Vini DOC Sicilia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이번 행사에 선보인 와인들 
이번 행사에 선보인 와인들 

이번 행사에 선보인 그릴로Grillo 라는 청포도 품종은 Zibibbo(뮈스카 드 알랙산드리아)와 Cataratto의 교배종으로 소비뇽 블랑 같은 느낌에 복숭아와 패션 프루트의 신선한 풍미가 좋았고 풍부한 바디와 입안을 채워주는 질감이 좋았는데, 같은 품종으로 가벼운 스타일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면 뮈스카 같은 달콤한 청포도향이 매력적이다.   

이 외에도 토착품종인 Nero d' Avola와 Frappato 와인이 선보였는데, 네로 다볼라는 검은 과일 향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바디감이 특징으로 산악 지역에서는 우아하며 장기 숙성에 유리한 와인이 나오고, 남동부 지역에서는 풀바디하면서 강한 타닌, 익은 붉은 과일 풍미와 떫은 맛이 있어 음식과의 페어링이 좋으며, 서부 지역에서는 따뜻한 바람과 좋은 날씨 덕분에 타닌이 더 부드러운 편이다. 시칠리아 레드 와인 중 가장 섬세한 Frappato프라파토는 석회질과 모래 토양에서 잘 자라며 설탕에 절인 사우어 체리, 라즈베리, 꽃 향이 특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새롭게 선보인 시칠리 와인들은 익숙함에 젖은 와인애호가들의 입맛을 되살려주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태리에서도 가장 늦게 변화하기 시작한 시칠리아 와인은 오히려 꾸밈이 없고 진솔하며 포도가 가진 순수함을 농부의 투박한 손맛으로 만들어 낸 것이기에 더 친근하게 다가와 우리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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