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y Bay Sauvignon Blanc 2022 Marlborough, New Zealand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22 Marlborough, New Zealand

Cloudy Bay (안개낀 항만) 이란 지역명은 약 250년전인 1770년 이곳을 처음 방문한 영국의 항해사이자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에 의해 명명되었는데, 발견 당시 뿌연 안개에 덮여 있었다 하여 지은 이름이다. 1800년대초반에는 물개 잡이나 고래 잡이 어부들이 들어와 정착촌을 형성했고 1840년에는 150명 정도의 유럽인들이 정착하여 살았다.

뉴질랜드의 남섬 최북단 말보로에 위치한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 지역은 지난 2014년부터 공식 명칭이 Te Koko-o-Kupe(테 코코 오 쿠페)로 바뀌었는데, 이곳에 수백 년 전에 정착해서 살았던 원주민의 언어로, 폴리네시아에서 온 전설의 탐험가 Kupe쿠페가 이곳에 도착하여 굴을 따서 모았던 곳이란 뜻으로, 뉴질랜드의 원주민 보호 정책에 의해 서양의 정복자제임스 쿡이 명명한 이름을 버리고 원래 살던 사람들의 지역 이름으로 되돌려준 것이다.

뉴질랜드는 매우 엄격한 기독교 신자들의 나라였고, 금주법 때문에 호텔에서만 와인을 판매할 수 있었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는 금지되었으며 레스토랑에서 와인의 판매가 허용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따라서 뉴질랜드에서의 와인산업은 1970년대에 이르러 시작된, 와인에 관한한 최 후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불과 50년전인 1973년에 처음으로 말보로 지역에 포도나무가 재배되기 시작했고, 특히 소비뇽 블랑이 떼루아에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알려지면서 뉴질랜드 와인 산업은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서호주 마가렛 리버에서 유명한 와이너리인 케이프 멘텔(Cape Mentelle)을 1970년에 설립했던 데이비드 호넌(David Hohnen)은 어느날 뉴질랜드에서 그를 찾아온 와인메이커들이 선물로 주고 간 소비뇽 블랑을 마셔보고 그 맛에 매료되었고, 이후 직접 말버러 지역을 방문하여 토양과 품종을 연구한 끝에 1985년 클라우디 베이 와이너리를 세우게 된다.

데이빗 호넨의 명성과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의 기막힌 맛이 만나 크게 유명해지자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뵈브 끌리꼬(Veuve Clicquot)가 2003년 클라우디 베이를 인수하여 새 주인이 되었으며, 이후 2010년 뵈브 끌리꼬가 LVMH에 흡수되면서 클라우디 베이는 루이뷔통의 와인사업 중 하나로 편재되었다.

이 와인이 갑자기 미국에서 인기를 끈 것은 미국작가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가 1997년에 내 놓은 ‘빅 픽쳐Big Picture’라는 소설 때문이다. 2009년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던 이 소설속에서 큰 전환점을 이루는 살인 도구로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1993빈이 사용된 것이다.

사진작가를 꿈꾸던 주인공 벤은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법대를 나와 로펌에서 평범한 변호사의 삶을 살아가는데, 부인이 이웃에 사는 무명의 사진작가 게리와 바람이 나자 그를 찾아가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그를 와인병(클라우디 베이 1993)으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하고 그의 신분을 도용해 평소 꿈꿔왔던 사진작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후에 사진작가로 유명해진 그는 다시 신분이 탄로날 위기에 처하고 또 다른 제3의 인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이후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내가 원하는 인생이 아닌, 남이 원하는 인생을 억지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는 소설이자 영화였기에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22 Marlborough, New Zealand
Cloudy Bay Sauvignon Blanc 2022 Marlborough, New Zealand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2022빈은 가장자리에 연둣빛 반영을 보이는 옅은 레몬 옐로우 색상을 보였고, 코에서는 강렬한 레몬 제스트, 아스파라거스, 깎은 잔디, 토마토 줄기 같은 피라진 향과 패션 프루트의 향이 느껴졋고 팔렛에서는 기분좋은 크리스피한 산미와 함께 레몬, 구스베리, 그린 빈, 넥타린, 젖은 돌 같은 rich하면서도 드라이한 풍미가 훌륭한 밸런스를 이루었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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