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에서 25일 사이에 치러진 제34회 문두스 비니 와인 품평회 (영문명 Grand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는 그 여파가 폐막한 후에도 보름이나 지속된 대회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금년도 품평회가 만들어낸 성과가 자신이 세운 역대 기록들을 경신했고 보름뒤에 개최된 프로바인 전시회까지 선한 영향력을 미친 데서 알 수 있다.

먼저 문두스 비니가 건저 올린 신선한 기록들을 살펴보자. 출품수를 보면 45개국에서 7430개의 와인이 접수됐다. 출품국 명단을 보면 남반구와 북반구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와인을 생산할 거라 꿈도 꾸지 못했던 모로코, 튀니지, 폴란드, 콜롬비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룩셈부르크가 여기에 포함된다. 나라별 출품 순위는 이탈리아는 1681종으로 랭킹 선두를 차지했고 2위는 1313종의 스페인, 그 뒤를 882종의 독일이 따르고 있다.

심사원 국적과 인원수도 뒤지지 않았다. 55개 국적 268명의 심사원이 6일간 치열하게 갈고닦은 감각을 공정한 심사에 쏟아부었다. 심사원 출신을 보면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순으로 많았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전란 중에도 불구하고 22개의 와인을 접수했고 심사원도 4명이나 참여해 와인은 이념이나 국경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메달집계를 보면 총 2974개의 와인이 메달권에 진입했다. 메달 별 순위를 보면 그란골드 12개, 골드 370개, 실버 257개를 거머쥔 이탈리아가 압승해 3년 연속 1위를 제패했다. 2등은 535개를 획득한 스페인(그란골드 7, 골드 302, 실버 226), 3위는 352개의 메달을 목에 건 포르투갈에 돌아갔다. 문두스 비니는 자체적으로 세운 메달선정 정책에 따라 메달권 커트라인을 총 출품 와인의 40% 내로 못 박아놨다. 메달 별 커트라인은 실버메달은 85점, 골드메달은 90점, 그란골드 메달은 95점이다. 그러나 출품하는 와인의 품질을 분석한 결과 평균치가 상승하는 추세라 메달 별 커트라인보다 2점 내지 3점이 높아야 메달 안정권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상와인은  https://www.meininger.de 에서 확인할수 있다.

그란골드 메달을 획득한 이탈리아 와인 리스트

▶Codarossa Toscana Malbec IGT 2020 - Fattoria Le Sorgenti Di G. Ferrari 와이너리

▶Salentino Doc Passione d’Italia 2019-Cooperativa Produttori Agricoli Cantine San Pancrazio

▶Primitivo di Manduria Anima di Primitivo 2021-Claudio Quarta Vignaiolo SRL

▶Fantini Montepulciano d’Abruzzo 2022-Fantini Group

▶Marche IGT Sangiovese 2021-Società Agricola Moresco

▶Vin Santo del Chianti Occhio di Pernice Riserva Doc 2015- Fattoria La Vialla

▶Barbaresco Riserva Docg 2019- Azienda Agricola Roberto Sarotto di Cavallotto Aurora

▶Messapi Negroamaro Puglia IGP 2023- Fantini Group

▶Ben Ryè Passito di Pantelleria Doc 2021- Donnafugata

▶Brunforte IGT Marche Rosso 2017- Tenuta Muròla

▶VP Centenario Nero di Troia Castel del Monte Docg Riserva 2015- Cantine Torrevento SRL

▶Ebrosia Primitivo AQ Puglia IGT 2022- Cantine Torrevento SRL

흥미로운 기록들

처음 출전한 우즈베키스탄이 1개의 실버메달을 가져가 와인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한 폴란드 화이트 와인이 골드 메달을 획득해 역대 2번째 골드 메달 수상 기록을 세웠다. 폴란드는 전통적으로 보드카 분야에서 손꼽히는 강자로 이번기회로 와인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편 신대륙의 활약도 괄목할 만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95개 메달), 칠레(55개), 호주(50개)등 3대 거인이 288 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동유럽권 와인은 문두스 비니 메달 밭으로 인증을 받았다. 특히, 몰도바의 활약이 대단했는데 3개의 그란골드, 56개 골드, 37개의 실버등 96개를 수상했고 이어 조지아( 83개), 루마니아(71개), 북마케도니아(42개) 순으로 선전했다.

독일 최초의 와인 가도 중심에서 열리는 품평회

문두스 비니를 유치하는 장소는 잘바우(Saalbau) 극장. 남부 독일 팔츠지역에 자리 잡은 소도시, 노이슈타트 바인스트라세 (Neustadt Weinstrasse 이하 노이슈타트 ) 도심에서 살짝 비켜있다. 오페라, 발레, 콘서트, 전시회로 연일 붐비는 노이슈타트 문화의 전당이다. 외곽으로 잠시만 벗어나도 사방에 독일 양대 리슬링 산지로 손꼽히는 팔츠 전경이 펼쳐진다. 팔츠의 포도밭 면적은 23,000헥타르에 이른다. 이중에는 폴스트(Forst)와 다이데스하임(Deidesheim) 밭 같은 팔츠 리슬링의 전설을 품고 있다.

팔츠는 1935년 독일 최초의 와인가도를 개설해 독일 와인투어리즘을 촉발시켰다. 연례행사로 열리는 와인 퀸 Wine Queen 선발대회는 가장 붐비는 와인 이벤트다. 문두스 비니가 와인 가도에 세워진 새 도시란 뜻을 품은 노이슈타트를 개최지로 정한 데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팔츠는 황제의 성을 의미하는 라틴어 팔라티움(Palatium)에서 유래했다. 일조량도 풍부하고 건조한 기후를 보여 독일의 토스카나란 애칭이 따라다닌다. 리슬링, 피노 블랑, 뮬러 투르가우, 피노 그리조 같은 화이트 품종과 포루투기저, 도른펠터, 피노누아 같은 레드가 주품종이나 총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리슬링이 품질과 수량면에서 압도적이다.

잘바우 극장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마이닝겐 출판사(Meininger Verlag GmbH) 본사가 있다. 문두스 비니는 마이닝겐 출판사가 2000년에 개설하여 연평균 등록수 1만 2천 개를 올리는 굴지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 마이닝겐 출판사는 노이슈타드 출신 4세대 가족이 120년간 키워 온 와인 그룹이다. 와인, 포도학, 양조학, 와인 마케팅 분야의 독보적인 활약으로 11종류의 페이퍼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출판사가 국제행사를 개최하게 된 계기도 바로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쌓아온 내공이 기반이 됐다. 문두스 비니 외에도 11종류의 와인 및 주류 경연대회를 주최한다. 와인 비지니스 분야에도 진출해 B2B 와 B2C 관련 각종 국제미팅을 주최한다.

문두스 비니에 우승한 와인을 프로바인 품에서

프로바인 문두스 비니 스탠드 photo credit ProWein
프로바인 문두스 비니 스탠드 photo credit ProWein

문두스 비니의 열기는 독일 뒤셀도르프 프로바인 전시회에서도 발휘되었다. 문두스 비니에서 우승을 거둔 350종의 와인이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문두스 비니 스탠드에 전시됐다. Hall 4, Stand A 59에 설치된 무료 시음 공간은 우승한 와인을 시음하려는 와인 수입사와 와인업계 종사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첫날 오프닝 행사는 ‘Best Of Show’와 ‘Best Producer’ 시상식이 장식했다. 사회는 문두스 비니 데구스테이션 디렉터(Degustation Director)인 크리스티안 울프가 맡았다. Best Of Show시상식은 카테고리 별 와인과 국가별 최고 와인에 뽑힌 수상자를 시상한다. Best Producer는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와이너리한테 주는 상이다. 올해는 25군데가 선정돼었는데 이들 중 R&A Pfaffl (오스트리아), DGB( 남아공), Vinaria Purcari (몰도바), Anecoop (스페인), Fantini Group(이탈리아)등 다섯 군데가 163개의 메달을 휩쓰는 진기록을 세웠다.

콜리 토리토네지 티모라쏘 Colli Tortornesi Timorasso시음회

시음회에 참석한 콜리 토르토네지 와인협회 생산자들
시음회에 참석한 콜리 토르토네지 와인협회 생산자들

다섯째 날 오후는 시음회가 문두스 비니에 풍성함을 더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서 날아온 티모라쏘 생산자들이 Tafel & Wein 레스토랑에 심사원을 초대한 것. 7명으로 구성된 콜리 토르토네지 와인협회(Tutela Vini Colli Tortonesi Consortium) 소속 와이너리가 피에몬테의 숨겨진 보석 데르토나 티모라쏘(Derthona Timorasso)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데르토나 티모라쏘는 피에몬토주 남동부 콜리 토르토네지 언덕이 지구상 유일한 자생지로 둔 화이트 품종이다. 데르토나는 로마인이 지어 준 라틴어 지명이며 후에 수 차례 어휘변화를 겪은 후 토르토나로 정착했다.

티모라쏘 품종은 1980년대 멸종위협을 받고 있었다. 위기에 처한 품종을 구출하고 고품격 와인의 잠재력을 발견한 이는 발터 마싸(Walter Massa)다. 그때가 1987년이었고 마을 통틀어 티모라쏘 밭이라 곤 그가 가진 1헥타르가 전부였다. 이를 밑천으로 농사를 지었고 여기서 나온 첫 소출량은 1천 kg정도였다. 이후 인근 동료들도 가세해 티모라쏘는 꾸준한 품질개선과 재배 면적을 늘려나갔다. 36년 만에 티모라쏘 면적이 330헥타르로 늘어났고 연평균 1백만 병 생산실적을 거둘 만큼 인기몰이를 했다. 2020년 생산자들은 콜리 토르토네지 등급에서 데르토나 티모라쏘 지역만 따로 구분해 세부지역(subzone)으로 승격해 줄 것을 이탈리아 농림부에 요청해 논 상태다.

데르토나 티모라쏘는 어릴 때는 엷은 노란색을 띠다가 빠르면 4년 이내에 진노랑색으로 변한다. 수확한 해로부터 2~3년 지난 어린 와인은 복숭아, 살구, 허브, 들꽃, 타임, 아카시아 꿀, 생강, 자몽, 라임향기를 낸다. 그러다 열대 과일과 패트롤, 부싯돌 내음으로 발전한다. 과실향을 머금은 산미가 놀랍도록 깔끔하며 미네랄이 가세하여 맛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숙성하면 바디 선이 가늘고 곧아지며 모든 향기는 농축되어 느낌이 한결 선명해진다.
* Photo Credit- AD LUMINA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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