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박진우 셰프와 함께 랭스로 미식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랭스는 샹파뉴의 심장으로 불리며,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떼뗑저(Taittinger), 루이나(Ruinart) 등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들이 모여 있는 도시다. 수많은 샴페인 하우스에서 셀러 투어와 테이스팅을 즐길 수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미쉐린 레스토랑들도 자리하고 있어 와인과 미식을 사랑하는 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른 아침, 샴페인 한 병을 챙겨 랭스 대성당으로 향했다. 근처 가게에서 '로제 비스퀴(Rosé Biscuit)’라는 독특한 쿠키를 발견했는데 샴페인에 찍어 먹는 것이 전통방식이라고 했다.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종이컵에 샴페인을 낭만 가득 따르고 쿠키를 적셔 한입 베어 먹는 순간 무슨 말이 필요할까. 바로 이런 순간이야말로 진짜 행복이 아닐까.
비스퀴 위에 뿌려진 슈가 파우더는 샴페인을 점점 달콤한 디저트 와인처럼 바꿔주며 색다른 매력을 더해주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즐긴 샴페인과 비스퀴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점심 식사를 위해 랭스의 유일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L'Assiette Champenoise로 향했다. 아르덴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셰프 아르노 랄망 (Arnaud Lallement)이 이끌고 있다. 2014년부터 매년 미쉐린 가이드에서 3스타를 유지하고 있으며, La Liste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순위에도 매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셰프 아르노 랄망은 고향인 샹파뉴-아르덴 (Champagne-Ardenne) 지역의 재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섬세하고 현대적인 프렌치를 선보이며 다음과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저는 훌륭한 재료에 대한 열정과 진심을 지닌 축산업자, 어부, 채소 재배자들과 함께합니다. 그들이 정성껏 길러낸 재료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요리로 표현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요리입니다. 진짜를 드세요! Mangez Vrai!”
이 철학처럼 매일 프랑스 전역의 생산자 및 장인들과 협력하며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내고 그 재료를 존중하는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도어맨의 환영 인사가 설렘을 한층 더해주었다. 예약 확인 후 자리에 앉으니 셰프의 따뜻한 환영 인사와 함께 한 편의 멋진 공연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중년의 헤드 소믈리에가 아페리티프 샴페인 카트를 끌고 와 이날 준비된 샴페인을 소개해 주었다.

크룩(Krug)의 매그넘, 제롬 프레보(Jérôme Prévost)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샴페인을 글라스로 즐길 수 있었고,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놓쳤던 제롬 프레보 Les Béguines를 선택했다. '피노 뮈니에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우아한 꽃향기와 섬세한 기포가 인상적이었다. 준비된 4가지 아뮤즈 부쉬와 함께 천천히 즐기면서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골랐다.
신중한 고민 끝에 화이트 와인은 '도멘 르플레이브 부르고뉴 블랑 2015'와 레드 와인은 '도멘 드니 모흐떼 막사네 Les Longeroies 2017'을 선택했다. 특히 시음 적기에 접어든 르플레이브는 우아하면서도 잘 익은 사과, 배 더불어 은은한 아몬드와 스카치 위스키 등 복합적인 풍미가 매력적이었다.
주문한 와인들 모두 음식들과 섬세하게 잘 어울리며 최고의 페어링을 경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날 메인으로는 브레스 닭을 활용한 요리 Farm Reared Hen cour d’Armoise / Celeriac가 준비되었다.

식사가 끝난 뒤 다양한 지역의 치즈가 담긴 카트가 등장했고 각 치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추천을 부탁드렸고, 여러 가지 치즈를 골라주었는데 그중 렁그르 치즈는 정말 인상 깊을 만큼 훌륭했다. 이어진 약 1시간의 디저트까지 황홀함으로 가득했던 완벽한 식사였다.

식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프랑스 사람들의 여유로움이었다. 식사 전 야외 테라스에 앉아 아페리티프를 즐기며 소중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셰프와 소믈리에에 대한 존중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그들을 보면서 왜 프랑스가 미식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가정의 달 5월, 바쁜 일상은 잠시 내려두고 소중한 가족들과 와인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길 바란다.
마현수 소믈리에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SET Level 3 취득
Court of Master Sommelier, Certified Sommelier 취득
(현) 레스토랑 MUOKI Head Sommelier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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