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부터 18일까지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세계 최고의 와인 및 스피릿 전시회 프로바인(ProWein)이 열렸다. 와인업계의 불황과 무역 장벽의 위협,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국제와인박람회인 와인 파리(Wine Paris)의 도약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프로바인은 혁신과 비전, 그리고 미래 경쟁력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제시했고, 가장 국제적인 주류박람회라는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65개국에서 약 4,200개 업체가 전시 참가했고, 11개 홀의 넓은 공간에서 128개국에서 온 42,000여 명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예년에 비해서 쾌적한 분위기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에 좋았다는 피드백을 전시업체와 방문객으로부터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주최측이 공을 들인 덕분에 금년에는 행사가 열린 도시인 뒤셀도르프에서 대중교통의 스트라이크가 없었고, 최근 몇 년 동안 악명높았던 행사 기간 동안의 높은 호텔가격의 문제도 대체로 해소되었다.

프로바인의 특별 테마관인 Champagne Lounge는 항상 많은 방문객으로 붐빈다.
프로바인의 특별 테마관인 Champagne Lounge는 항상 많은 방문객으로 붐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 및 미식 전문 미디어 그룹인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가 매년 발행하는 와인 가이드 북 ‘비니 디탈리아(Vini d’Italia)’에서 가장 높은 평가인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를 받은 와인을 소개하는 감베로 로쏘 트레 비키에리 월드 투어(Gambero Rosso Tre Bicchieri World Tour)가 코로나 발생 이후 뒤셀도르프에서 열리지 않았었다. 금년에 다시 프로바인의 부대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프로바인 시작 하루 전에 뒤셀도르프 시내에서 열렸다. 프로바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들 중의 하나다.

1994년 ProVins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바인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 25주년을 맞이했을 때와 그 다음해에는 규모가 너무 커져서 박람회 개최일을 하루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바인의 가장 큰 매력은 사실 그 규모보다도 독일에서 개최되는 와인박람회이지만 독일의 참가업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신에 전세계의 와인생산지가 참여하는 국제성(Internationality)이었다. 코로나를 거치고 와인시장이 불경기를 겪으면서 행사의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31회를 맞이한 금년에도 프로바인의 가장 큰 매력은 여전히 국제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시업체가 전세계에서 참가했다.

프로바인의 국제성은 사실 독일이 물량 기준 세계 1위의 와인수입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네덜란드, 벨기에가 Top 10에 속하는 중요한 와인수입국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와인기구 OIV가 금년 4월 15일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독일은 물량 기준 세계 1위의 와인 수입국이고, 영국과 미국이 뒤를 잇는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각각 5위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금년에 프로바인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논알코올 와인, 스피릿, 동유럽 최고의 와인강국 몰도바 부스였다. 작은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와인으로 유명한 몰도바는 역대 최대 규모인 46개 와이너리가 참여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논알코올 와인의 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프로바인은 2023년에 처음으로 “World of Zero” 전시를 도입했는데, 금년에는 Hall 1에서 300종 이상의 논알코올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논알코올 와인 테이스팅 존이 형성되었다. 세계 최초로 논알코올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독일 회사 Carl Jung의 대표인 베른하르트 융(Bernhard C. Jung)에 의하면 논알코올 와인 붐 때문에 회사가 과거 어느때보다도 바쁘다고 한다.

46개 와이너리가 참가한 동유럽 몰도바의 부스
46개 와이너리가 참가한 동유럽 몰도바의 부스
World of Zero의 테이스팅 존
World of Zero의 테이스팅 존

2015년에 와인 생산과 마케팅에서의 특별한 아이디어 상품을 위해 처음 도입된 “same but different” 전시구역에서 2018년부터는 크래프트(craft) 주류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 두드러진 스피릿의 유행에 편승해서 금년에는 하나의 홀이 이 주류의 비즈니스를 위해 추가로 형성되었다. Hall 5에서는 45개국 300개가 넘는 스피릿 업체가 열띤 분위기에서 방문객을 맞이했다.

우리나라의 안동소주협회와 전통주수출협의회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프로바인에 참가해 한국 전통주에 대한 해외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첫해에는 단순 시음이 많았던 반면, 올해에는 전통 양조 방식과 수출 가격에 대한 문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바이어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양조장은 실제 수출 계약 성사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더 매력적인 안동소주협회의 부스 모습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더 매력적인 안동소주협회의 부스 모습

막걸리수출협의회와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처음으로 참가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막걸리수출협의회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주류 전문 바이어들과의 직접적인 비즈니스 상담 및 트렌드 파악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막걸리와 충남 전통주는 차별화된 매력과 상품성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 내 가능성을 확인하며, 향후 해외 진출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막걸리수출협의회의 부스에서 상담하는 모습
막걸리수출협의회의 부스에서 상담하는 모습
충남경제진흥원의 부스. 오른쪽은 사과로 만든 증류주 ‘추사’를 소개하고 있는 예산사과와인㈜의 정제민 대표.
충남경제진흥원의 부스. 오른쪽은 사과로 만든 증류주 ‘추사’를 소개하고 있는 예산사과와인㈜의 정제민 대표.

프로바인은 뒤셀도르프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세계로 진출해 있다. 지난 4월 15일부터 3일 동안 동경에서 열렸고, 홍콩(5월 14일 - 16일), 브라질 상파울루(9월 30일 - 10월 2일), 인도 뭄바이(10월 31일 - 11월 1일), 중국 상하이(11월 12일 - 14일), 싱가포르(2026년 4월 21일 - 24일)에서도 개최된다.

프로바인 2026은 뒤셀도르프에서 3월 15일에 시작된다. 프로바인은 엄격한 입장 관리를 통해 업계 전문가들만 참석할 수 있도록 하여, 진정한 전문가들만이 서로 교류하는 주류박람회다.


박찬준 대표 

㈜디렉스인터내셔날 대표이사
Break Events의 한국 대표
와인 강사, 와인 컨설턴트
아시아와인트로피 아시아 디렉터
아시아와인컨퍼런스 디렉터
동유럽와인연구원 원장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국제협력)
다수의 국제와인품평회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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