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에트루리아 부족이 전수한 농법으로 키운 알베라타 아베르사 밭을 걷고 있다. 7미터 높이의 미루나무 벽을 타고 자란 아스프리니오 포도는 산미가 뛰어나 스푸만테 원료로 사랑받고 있다
필자가 에트루리아 부족이 전수한 농법으로 키운 알베라타 아베르사 밭을 걷고 있다. 7미터 높이의 미루나무 벽을 타고 자란 아스프리니오 포도는 산미가 뛰어나 스푸만테 원료로 사랑받고 있다

남 이탈리아의 바롤로 - 타우라시

타우라시 DOCG – 타우라시는 지명으로, 이곳에서 알리아니코 양조법이 정교하게 다듬어져 격조 높은 보디와 우아하게 다듬어진 타닌결을 얻는다. 타우라시는 타우라시 자체와 인근의 17군데 마을이 관할하는 151,41 헥타르 밭이 DOCG에 지정되었고 서쪽은 사바토 강, 동쪽은 칼로레 강이 에워싸고 있는 분지다. 20세기 초엽 필록세라 해충의 파괴력이 극도에 달했을 무렵, 타우라시가 일약 유럽의 레드 와인 공급지로 부상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레드 중 완숙이 가장 느리며 밭이 놓인 고도에 따라 수확시기가 10월에서 11월 말까지 연장된다. 과피가 얇고 타닌함량이 다량이라 타닌이 제자리를 잡고 결이 유연해지려면 오크 숙성이 필수다. 오크 숙성은 타우라시 DOCG는 최소 12개월, 타우라시 리제르바는 최소 18개월 보낸 후에야 시판이 가능하다.

나티브(NATIV)는 2008년에 출범한 신생와이너리다. 페우도 산 그레고리오를 비롯해 다 수의 와이너리에서 양조가를 역임했던 마리오 에르코리노가 창립했다. 단 15년 만에 밭면적이 15헥타르로 불어났고 연 80만 병 실적을 거둘 만큼 급성장했다.

나티브는 토착이란 의미로 이르피니아의 토착종인 그레코, 알리아니코, 피아노를 의미한다. 양조장과 포도밭이 소재하는 파테르노폴리(Paternopoli) 마을은 어원이 은둔자의 언덕에서 유래하며 위치나 지형을 살피면 동명을 갖게 된 이유가 납득이 갈 정도로 외진 곳이다. 해발 450미터 구릉지에 조성된 밭들은 나폴리만과 아드리아해 중간에 놓여 있어 사방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노출된다.

2백 년 수령의 알리아니코. 라지에라 아벨리네제 수형으로 키운 고목
2백 년 수령의 알리아니코. 라지에라 아벨리네제 수형으로 키운 고목

비록 신생와이너리지만 수령이 2백 년도 더 되는 비첸테나리오 알리아니코 밭을 소유하고 있다. 식재된 고목들은 라지에라 아벨리네제(Raggiera Avellinese)란 전통 수형으로 재배되고 있다. 중앙에 심은 알리아니코 주변에 꽂아 둔 4개의 말뚝이 한 세트로, 모목인 알리아니코로 부터 선별한 튼실한 열매가지를 말뚝 끝에 고정시켜 놨다.이렇게 키운 데는 땅 주인과 소작농의 합의에 의한 것이다. 소작농은 포도를 주인에게 상납하고 농부는 포도를 가꾼 대가로 땅에서 자란 농작물을 가져갔다.

비첸테나리오 고목에 열린 알리아니코는 타우라시의 원료로 쓰이며 한편으로는 개체수 보존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즉 가지를 골라 땅에 삽목(꺾꽂이)하여 모체와 동일한 묘목을 얻는다.

나티브의 시그니처 와인들
나티브의 시그니처 와인들

타우라시 DOCG 루에 333 2019는 새 바리크에서 24개월 숙성했으며 초콜릿, 에스프레소 , 스파이시, 체리 쨈, 블랙베리, 흑자두의 농익은 과일향이 풍성하다. 타닌 결이 유려하며 풀보디의 임팩트가 집중감을 높이며 산도의 밸런스와 어우러진 미네랄이 깊은 맛을 준다.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수확풍습

알베라타 아베르사나 농법으로 키운 미루나무와 아스프리니오 나무가 만든 장관
알베라타 아베르사나 농법으로 키운 미루나무와 아스프리니오 나무가 만든 장관

나폴리 북부의 아베르사(AVERSA) 마을은 에트루리아 부족(기원전 768년~기원전 264년 중부 이탈리아에 존재한 문명)이 전수한 포도재배법으로 현재까지 스푸만테를 제조한다. 일명 알베라타 아베르사나(ALBERATA AVERSANA) 농사법. 이랑을 따라 정렬한 미루나무는 양쪽으로 나뭇가지를 활짝 뻗치고 있으며 개별 가지는 좌우에 똑같은 모양으로 팔을 벌리고 가지와 얽혀 나무 벽을 만든다. 이 벽은 높이가 10~15미터에 달하며 태풍이 불어도 안 쓰러질 정도로 견고하다.

미루나무 열 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아스프리니오 품종이 자라며 가지는 미루나무 벽을 타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다 보니 수확철은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아찔함을 연출한다. 높이가 조절되는 나무 사다리 끝에 의지한 채 농부는 포도를 딴다. 알베라타는 매우 견고해서 농부가 사다리를 걸어도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수확한 포도는 페시네(fescine)라 불리는 원뿔형 바구니에 담는데 바구니가 다 채워지면 농부는 바구니 양쪽에 매달아 놓은 끈을 도드래처럼 땅으로 내려보낸다. 뾰족한 끝은 땅에 정확이 꽂히는데 착지가 매우 정확해서 바구니가 엎어질 확률은 적다고 한다.

알베라타 아베르사나는 밭을 최대로 활용하려는 농경문화의 지혜와 맥을 같이한다. 위로 크려는 포도의 본능에 따라 나무 위에 키우고 땅에 붙어 자라는 작물은 나무 벽을 피해 빈 땅에 심었다. 아스프리니오(asprinio)는 ‘매우 시다’는 뜻을 지니며 그 산도로 인해 스푸만테에 제조에 적합하다. 19세기 나폴리를 지배했던 프랑스 앙주 왕가는 프랑스가 멀어 샴페인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자 나폴리 품종인 아스프리노로 만들게 해 대리만족을 얻었다고 한다.

카푸토 브뤼 밀레시마토 메토도 클라시코 스푸만테
카푸토 브뤼 밀레시마토 메토도 클라시코 스푸만테

칸티네 카푸토 와이너리의 카푸토 가족은 1890년부터 나폴리 토착 와인 전수에 전념해 왔다. 알베라타 농법으로 키운 아스프리니오는 스푸만테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카푸토 브뤼 밀레시마토 스푸만테는 18세기에 건축된 건물 15미터 지하를 굴착해 만든 응회암 동굴에서 2차 병숙성을 48개월 해 완성했다. 오랜 병숙성으로 인한 섬세하고 미세한 버블이 연속적으로 피어오르며 줄기는 안 흐트러진다. 청 사과, 시트론, 들꽃, 브레드, 크로와상, 미네랄은 샴페인 감성이 짙고 풍부한 아로마가 청량감을 선사하며 미네랄과 아몬드의 잔향에 기품이 돈다.

극한의 불카노 와인

라 시빌라 와이너리의 숙성실. 원래 로마인이 빗물을 저장할 목적으로 지었던 대형 물 저장소다
라 시빌라 와이너리의 숙성실. 원래 로마인이 빗물을 저장할 목적으로 지었던 대형 물 저장소다

캄파니아는 화산토를 포도경작지로 활용해 불카노 와인계에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했다. 캄피 플레그레이(Campi Flegrei) 지역은 활화산이란 극한의 자연을 와인 코드로 녹여 내 DOC등급에도 지정됐다. 또한 175헥타르 면적에서 연 80만 병 내외의 한정 생산량은 희귀성을 부추긴다.

기록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이 기원전 8세기 중반에 지금의 캄피 플레그레이 해안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장작이 탈 때의 열기를 느꼈다고 한다. 하여 불타는 대지란 뜻의 캄피 플레그레이란 지명을 얻게 되었다.

캄피 플레그레이는 활등처럼 굽은 서 나폴리 해안선에 촘촘히 나 있는 8개의 중소 도시와 프로치다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도시는 칼데라 안에 들어앉아 있으며 개별 칼데라는 나폴리 도로망과 연결되어 있어 나폴리 위성도시 망을 형성하고 있다. 나폴리의 제2 시한폭탄인 베수비오 화산과 불과 20여 킬로미터 사이를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캄피 플레그레이 지하 4킬로미터 지점은 마그마 방이 끓고 있으며 가스의 팽창으로 균열된 땅 틈새 (분기공)로 부터 유황가스가 분출된다. 마그마 방은 50번 폭발했는데 이 중 규모나 파괴력은 3만 9천 년에 터진 이님브리테 캄파나(Ignimbrite Campana)가 역대급이다. 이때 분출된 용암은 캄파니아주 땅을 덮기에 충분한 양이었고 굳어진 용암은 캄파니아 토양의 모체인 이님브리테 캄파나 응회암의 기원을 이룬다.

캄피 플레그레이 포주올리 마을에 분포한 분기공. 분기공이 분출하는 유황가스는 와인에 독특한 풍미를 준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캄피 플레그레이 포주올리 마을에 분포한 분기공. 분기공이 분출하는 유황가스는 와인에 독특한 풍미를 준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캄피 플레그레이는 팔랑기나 화이트와 피에디 로쏘 레드가 재배되고 있으며 둘 다 그리스 민족이 전달했다. 이들은 건조한 공기 작열하는 태양과 해풍에 적응해 고유의 클론으로 진화했다. 잦은 비로 인한 습도는 오히려 과육을 팽창시켜 껍질 파괴의 원인이 된다. 포도는 대목 하지 않는 원뿌리로 모래층을 뚫고 암반수에 도달하기까지 심층 4km까지 뿌리를 내린다.

라 시빌라( La Sibila) 와이너리는 캄피 플레그레이의 극서 쪽인 바콜리 Bacoli 마을에 위치한다. 극서 캄피 플레그레이로 부터 최남단 끝에 위치한 미세노 호수까지 내려가야 도달한다. 미세노 호수는 모래가 쌓아 놓은 모래둑에 갇힌 석호로 호반과 맞닿은 구릉지에 와이너리와 포도밭이 들어앉아 있다. 여기서 뿌연 연무 속에 이스키아 섬의 형체가 비친다.

라 시빌라는 1997년에 출범했으나 오너인 디 메오 가족은 조상 대대로 포도농사를 지었다. 선대로부터 전수받은 포도 농법을 불카노 와인 재현에 녹여냈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밭 관리와 농사는 외주를 안 주고 가족과 오랜 지인이 손수 짓는다. 2009년 양조학 전공한 오너의 아들 빈첸조가 합류하면서 숙성방식에 큰 변혁이 일었다. 불카닉 특징을 가장 잘 끄집어내는 용기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라 확신한 그는 오크 사용을 중단했다. 시그니처 와인은 캄피 플레그레이와 남서향의 쿠루나 데라고, 도무스 줄리, 비냐 베끼아 밭에서 선별한 팔랑기나를 담은 싱글빈야드 라인이다. 일단 병입 한 와인은 무조건 로마인이 건설한 지하 저장고 안에서 숙성한다.

라 시빌라의 대표 와인들. 맨 좌측은 캄피 플레그레이 페이디로소, 맨 우측은 캄피 플레그리에 팔랑기나다. 중앙에 있는 와인들은 싱글빈야드 팔랑기나 라인이다
라 시빌라의 대표 와인들. 맨 좌측은 캄피 플레그레이 페이디로소, 맨 우측은 캄피 플레그리에 팔랑기나다. 중앙에 있는 와인들은 싱글빈야드 팔랑기나 라인이다

캄피 플레그레이 DOC 2022 년 산 팔랑기나는 살구, 리치, 카모마일, 흰꽃, 아몬드향이 화사하다. 어리지만 미네랄과 산미가 잘 결합해 뛰어난 음용감을 선사한다. 싱그러움과 활발함이 충만해 무념무상으로 마시기에 적당하다.

캄피 플레그레이 DOC 2022년 산 피에디 로쏘는 체리, 자두, 딸기, 라즈베리, 바이올렛, 페퍼 향이 샘 솟는다. 캄파니아의 피노누아라 할 만큼 발랄한 분위기와 또렷한 향기를 지녀 직관적이다. 타닌이 순하며 각 성분이 도드라지기 보다는 다른 성분과 조화를 이루는 친밀성이 뛰어나다.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Langhe Wines Ambassador
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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