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시칠리아 서부 삼부카 디 시칠리아에서 21회 국제 와인 시티 챌린지 와인 품평회(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가 열렸다. 대회 기간 동안 개최 도시의 전통축제일과 겹쳐 풍성한 볼거리도 제공했다.
이번 품평회에는 1천2백87종의 와인이 출품했으며 총 390여 종의 와인이 메달을 수상했다. 입상한 와인 중 그랑골드는 43종, 골드메달은 347종 와인에 돌아갔다. 국가별 메달 순위를 보면 그랑골드 메달 27개와 골드메달을 289개를 우승한 이탈리아가 1위에 올랐고 2위는 그랑골드 10개와 골드메달 29개를 획득한 포르투갈이, 3위는 그랑골드 5개와 골드메달 12개를 수상한 몰도바가 거머 줬다. 본 품평회 심사와 채점은 국제 와인 기구(OIV)가 정해놓은 규정을 따르며 메달권 기준은 개별 와인 점수를 고득점자 순으로 나열했을 때 상위 30% 이내로 정해놨다. <결과보기 https://concorsoenologicocittadelvino.it Results 2023 >
품평회는 일반 부문과 특별상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출품한 전체 와인이 심사대상이 되는 일반 부문의 최고 득점자는 95.2점을 기록한 포르투갈의 주스티노스 마데리아(Justino’s Madeira) 의 틴타 네그라 푸라스케이라 (Tinta Negra Frasqueira 1995)에 돌아갔다. 2위는 94.4점을 받은 이탈리아의 칸티네 코로시 (Cantine Colosi Srl)가 출품한 파시토 나임 (Passito Najm 2020)이 차지해 올해도 디저트 와인이 부동의 1,2위를 과시했다.
특히, 베네토 출신 카 아비뇨네( Ca Avignone) 와이너리의 3 Tinto Riserva Bio 2019 와인이 일반 부문, 화산 와인 특별상, 치타 델 바이오 특별상등 3개 부문에서 그랑골드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마찬가지로 칸티네 코로시(Cantine Colosi Srl ) 와이너리도 일반부문과 화산 와인 특별상에서도 그랑골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비올로 특별상은 북이탈리아의 3대 주요 네비올로 생산지인 피에몬테, 사르데냐, 발레다오스타가 후원한다. 이 부분에서 29종의 와인이 우승했고 피에몬테주가 메달을 휩쓴 가운데 사르데냐와 발레다오스타 산 와인도 보여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는 가브리엘레 코르데로 와이너리의 랑게 네비올로 푸스키아(Langhe Nebbiolo Fuschia 2021)가 골드메달을 차지했다.
본 품평회는 이탈리아 와인 도시 협회인 치타 델 비노 와인 협회(ASSOCIAZIONE CITTA’ DEL VINO)가 주최한다. 치타 델 비노는 1987년 와인산업이 지역 경제의 주축인 39개 도시의 시장이 모여 토스카나 시에나에서 창단식을 가졌다. 이탈리아 와인 홍보와 와인 투어, 지역 특산물, 지속가능한 발전을 창립 모토로 삼는다. 개인이나 와이너리는 가입할 수 없고 도시, 코무네( 기초 자치 도시), 와인가도 협회, PRO LOCO 지역 문화 및 관광 진흥 기관에게 가입자격이 주어지며 현재 537개 도시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협회는 2001년에 셀레지오네 델 신다코(Selezione Del Sindac)의 이름으로 품평회를 출범시켰고 2019년부터 명칭을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이탈리아어 Concorso Enologico Internazionale Città del Vino혼용)로 변경했다.
치타델 비노 협회는 한국과도 각별한 사이다. 2016년 10월 31일 영천시와 치타델 비노가 MOU를 체결을 했다. 영천시 와인 문화 및 와인 관련 관광의 상호 교류 발전을 위한 와인 세미나, 이벤트를 서로 개최한다는 업무협약을 골자로 한다.
21회 품평회를 유치한 삼부카 디 시칠리아의 명물들
협회 설립 취지에 맞게 품평회는 회원에 가입한 도시 중에서 선발한다. 올해는 삼부카 디 시칠리아(이하 삼부카)가 유치하였으며 동명의 DOC 등급 와인이 나오는 와인도시이기도 하다. 시칠리아 서부의 요충지에 위치한 까닭에 그리스 침략을 받았고 830년에 아랍인 수중에 넘어갔다. 아랍인이 점령했던 시절에 지명은 아랍 수장의 이름을 따 자붓(ZABUT)이라 불렀다가 1928년 베니토 무솔리니가 삼부카 디 시칠리아로 변경했다.
동서양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 머물렀지만 마치 세 쌍둥이가 한꺼번에 탄생한 것처럼 그리스, 아랍, 가톨릭 문화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구도심은 지명의 유래가 된 자붓( ZABUT)의 경계선과 일치한다. 아랍주거지는 ‘7개의 사라센 길’이라 불리며 후에 새로운 지배자가 들여온 건축양식을 따라 지은 건물들이 도시경관을 완성한다. 특히 사라센 길은 두 사람이 간신히 어깨를 맞대고 있을 정도로 비좁고 거리명은 아랍어와 이탈리아어를 혼용하고 있다.
마침 품평회 기간에 사그라 델레 민나 디 비르지니( SAGRA DELLA MINNA DI VIRGINI) 전통 축제가 열려 축제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축제 명칭은 처녀 가슴이란 뜻으로 전통 디저트 이름이기도 하다. 축제 거리는 볼록한 부분을 갖가지 장식과 색으로 치장한 디저트를 쌓아놓은 키오스크로 넘쳤다. 키오스크마다 디저트 명칭의 유래에 호기심이 발동한 관광객들로 부쩍 댔다. 선정적인 이름의 디저트는 아이로니하게도 수녀가 원작자다. 삼부카의 후작부인이 아들의 결혼식 때 피로연에 내놓을 디저트를 수녀한테 부탁했던 것이다. 수녀는 처녀 가슴을 닮은 빵을 만들고 싶었으나 모양을 구체적으로 떠 올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수녀의 눈에 수도원 창문 뒤로 봉긋 솟아있는 언덕이 비쳤다. 언덕 모양을 모방한 디저트는 한 손안에 들어올 만한 크기로 속은 초콜릿, 설탕, 레몬즙, 계피를 섞은 크림이 들어 있다.
삼부카 디 시칠리아는 플라네타 가문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5백 년 전부터 17세대에 이르는 긴 과거와 시칠리아의 아이콘 6대 와인 산지를 거느린 와인 커리어의 현재가 처음 시작된 곳이다. 울모ULMO라 불려지는 이곳은 1990년대 디에고 플라네타가 대물림받은 경작지를 포도밭으로 전환한 후 ‘라 세그레타 시리즈’ ‘멘피 DOC’ ‘시칠리아 DOC’ 같은 히트작을 연속 배출했다.
소담스러운 와이너리 건축과 색조, 담장 너머의 아란초 호수, 호수변에서 방사선 형태로 갈라지는 포도밭은 시칠리아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플라네타는 시칠리아를 가장 잘 구현한 6군데를 거점지로 지정해 이를 염주처럼 꿴 플라네타 와인투어를 운영한다. 울모에서 출발해서 서남(멘피, 빗토리아), 동남(노토)을 경유해 에트나산을 거쳐 동북의 카포 미라쪼 곶을 일주하는 코스다. 시칠리아 주요 관광루트 내에 와인산지를 콕 찍어주기 때문에 시칠리아 여행 툴로 활용할 수 있다.
백난영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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