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소비 감소와 병충해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르도 지방 포도밭을 위해 정부, 지자체, 보르도와인협회 등이 포도나무 제거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2023년 6월부터 포도나무 제거를 위한 온라인 사전 신청이 시작되었으며, 2023년 말까지 1헥타르 당 6천 유로의 금액이 지원되어 약 9,50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의 포도밭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도나무 제거 지원 계획에는 총 5,700만 유로(국가 지원금 3,800만 유로, 보르도 와인 협회(CIVB) 지원금 1,900만 유로)가 소요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보르도 지역 다수의 포도원들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버려진 포도나무가 포도황화병(flavescence dorée)을 비롯한 병충해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하에 진행되고 있다. 관리가 어렵거나 병든 포도나무를 뿌리째 제거함으로써 다른 포도나무들이 병충해에 노출될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포도나무 제거는 올해(2023년) 포도수확이 끝난 후 시작될 예정인데, 포도나무 제거를 위해 국가 지원금을 수령하는 포도재배 농가는 포도밭을 20년 동안 휴경지로 두거나 재조림해야 한다. 한편, 지방 및 보르도 와인 협회의 지원금을 받는 포도재배 농가는는 포도나무를 다른 작물로 대체하게 된다.
포도나무 제거는 포도의 수요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럽에서 수천 년 전부터 행해진 국가 정책이기도 했다. 포도 과잉생산 시 국가적 차원에서 포도나무 제거를 시행함으로써 와인의 가격 하락을 방지했으며 포도농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포도나무 제거의 역사는 로마제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 후 1세기 말(92년) 로마제국의 도미티아누스(Domitianus) 황제 통치 하에서는 갈리아 지방(현재 프랑스)의 포도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이탈리아 포도 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보르도 지방의 포도나무를 제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1395년에는 부르고뉴 공작 필리프 2세 (Philippe le Hardi)는 부르고뉴 지방에서 피노 누아(Pinot Noir) 품종만을 재배하기 위해 가메(Gamay) 품종의 포도나무들을 뿌리째 뽑는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는 시장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유럽연합의 포도재배 개혁의 일환으로 유럽지역의 포도밭이 4% 가량이 제거되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남 프랑스의 옥시타니(Occitanie) 지역을 중심으로 포도나무를 제거했으며, 랑그도크루시용 지방 포도밭의 약 6%가 사라진 적이 있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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