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르크참나무(Quercus suber)는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 프랑스의 대서양 연안과 서지중해 유역에 분포하며, 동쪽으로는 시칠리아, 북쪽으로는 이탈리아, 남쪽으로는 튀니지까지 뻗어 있다. 특히, 포르투갈에서는 산림 면적의 23%를 차지하는 지배적인 수종이다. 나무 높이는 10–22m, 가슴높이 직경은 보통 약 1m, 오래된 개체는 최대 2m에 이르며, 우리나라 참나무와는 다르게 상록수(대서양 연안에서는 반상록수)이다.
코르크참나무가 25년이 되고, 지면에서 1.3m 위에 있는 줄기의 직경이 70cm에 도달했을 때 첫 번째 껍질을 벗겨낸다. 첫 수확한 코르크는 울퉁불퉁하고 질이 좋지 않으므로 코르크마개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보온재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두 번째 수확은 9년이 지난 후에 하는데, 이때도 코르크마개로는 사용하게에는 적합하지 않다. 다시 9년 후에, 즉 세 번째 수확하는 것부터 코르크마개용으로 사용한다. 나무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이렇게 9년 간격으로 코르크를 수확한다. 일반 나무들은 껍질을 벗겨내면 바로 죽지만, 코르크참나무는 이렇게 껍질을 벗겨내도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코르크참나무가 특수한 껍질 구조와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코르크층의 재생 능력: 코르크참나무의 껍질은 주피(周皮, Periderm)라는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피는 코르크유조직(Phelloderm), 코르크형성층(Phellogen), 코르크조직(Phellem) 세 가지로 되어있다. 이 중에서 코르크형성층은 껍질을 벗겨낸 후에도 살아 있으며, 새로운 코르크층(껍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 일반 나무는 껍질을 벗기면 형성층이 손상되어 죽지만, 코르크나무는 이 코르크형성층이 내부 깊숙이 있어 껍질만 제거하면 생존이 가능하다.
2. 특수하게 진화한 적응 능력: 코르크나무는 수천 년에 걸쳐 껍질이 반복적으로 벗겨지는 환경에 적응해 왔다. 껍질을 벗겨도 나무 내부의 생장 조직(형성층, 물관, 체관 등)은 손상되지 않도록 두꺼운 외부 코르크층만 자란다. 이는 불에 강한 껍질, 곤충 침입 방지 등 여러 방어 기능도 한다.
3. 특수한 껍질 제거 방법: 코르크 수확은 전문적으로 수행되며, 나무의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서 껍질만 벗겨낸다. 훈련된 전문가들이 단 하나의 도구, 즉 도끼를 사용하여 나무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매우 조심스럽게 코르크를 제거한다.
즉, 코르크참나무는 껍질을 벗겨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한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코르크형성층이 이 껍질을 재빠르게 재생하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그래서 코르크 수확은 나무의 성장이 가장 왕성한 5월에서 8월 사이, 나무의 활발한 생장기에 맞춰 신중하게 진행된다. 이 시기에 수확하면 껍질이 쉽게 떨어지며 나무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도 최소화된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관련기사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유리병의 색깔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보르도 지방의 포도나무 제거 사업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포트와인의 숙성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토머스 제퍼슨의 와인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왜 포도나무는 거친 토양이라야 좋다고 할까?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TCA는 코르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진짜 나무, 참나무(Oak)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짝통 와인의 전문가, ‘루디 쿠르니아완(Rudy Kurniawan)'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어떻게 해서 스포츠 우승자는 샴페인을 터뜨리게 되었을까?
-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곡식을 씹어서 빚은 술, 구작주(口嚼酒)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