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차노로 개막한 6일간의 안테프리마의 대미는 ‘발다르노 디 소프라노 데이 Valdarno Di Sopra Day’가 장식했다. 주최지도 피렌체에서 남동 방향으로 62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발다르노 디 소프라 지역으로 바뀌었다. 이번 행사를 유치한 곳은 일 보로 Il Borro 와인 리조트다. 일 보로는 토스카나 출신 명품 패션브랜드 업체 페라가모 가문이 운영하는 럭셔리 휴양지다.
일 보로의 화려한 면은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장남 페루초 페라가모로 전수된 완벽해야 스스로 빛을 낸다는 신념의 거울이다. 페루초 페라가모는 1993년 인수한 일 보로 성과 동명의 마을을 축조된 시기의 사료 고증을 거쳐 중세식으로 개조 및 복원했다. 마을을 중심축으로 와이너리, 포도밭, 올리브 농장, 승마장, 호텔, 레스토랑을 개설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복합 휴양지를 완성했다. 최근에 페루초의 두 남매인 살바토레와 비토리아가 합류해 세대교체가 일으킬 페르가모 이미지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데이 Valdarno Di Sopra Day
발다르노 디 소프라 데이는 안테프리마에 참여한 지 올 해로 두 번째다. 거기다 와인 자체도 DOC 등급을 받은 해가 2011년인 토스카나 와인업계에서는 한참 신참이다. 그러나 기원전 3세기경 에트루리아인이 와인생산용 포도를 심은 이래 한 번도 토스카나 주요 산지가 아니었던 적이 없던 유서 깊은 와인이다. 로마시대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대 플리니우스가 저술한 박물지 Naturalis Historia에서도 발다르노 디 소프라를 와인생산 적합지로 꼽았다. 또한 1716년 이탈리아 최초로 와인 원산지 표시를 합법화한 코시모 데 메디치 3세 칙령이 지정한 네 군데 와인산지 중 하나다.
와인과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발다르노 디 소프라의 젖줄 아르노 강에 세워진 부리아노 다리(Ponte a Buriano)는 이곳 주민들의 자존심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 모나리자 초상화 왼쪽 배경에 흐릿하게 자리 잡은 육교인데 그 소재지 진위를 두고 예술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곳 사람들은 그림 속 돌로 쌓은 형태나 아치형 교각이 자신의 마을에 설치된 다리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데이에는 54종의 와인이 선보였는데 와인협회 회원 전원 출품이란 참여율을 과시했다. 회원 모두 유기농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어 등급자체가 유기농 마크를 획득한 이탈리아 최초 사례로 손꼽힌다.
올해 출시한 빈티지는 2020년, 2021년, 2022년이다. 2022년 작황은 봄이 포근했고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무덥고 건조했다. 8월 중순 이후에 다행히 비가 내렸다. 수확은 9월 초순에 개시했으며 포도의 완숙도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와인은 음용성이 뛰어나고 선이 또렷한 직관적인 향기가 특징이다. 특히 산도가 2019년, 2020년에 비해 높았고 밸런스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작황은 봄 기온이 서늘했고 비도 자주 내렸다. 4월 초순에 냉해가 발생해 생산량이 평년보다 30~40%나 줄었다. 8월 중순 경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고 무더웠다. 9월은 서늘하고 밤낮기온차가 20도나 벌어지는 날이 여럿 있었다. 지난 20년간 산도 함량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2021 빈티지는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산도가 높다. 와인은 우아하고 활기차며 아로마가 또렷해 숙성 잠재력에서 기량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6월은 기온이 서늘하고 강수량 또한 풍족했다. 8월에 접어들면서 평년 기온을 회복해 무덥고 맑은 날씨를 보인 날이 늘어났다. 이 상태가 9월 셋째 주까지 지속했으나 9월 말에 날씨가 돌변해 춥고 습해지자 수확시기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수확은 9월 말에 개시해 10월 첫 주에 종료했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와인
생산 지역은 1716년 코시모 칙령이 정한 경계선을 그대로 반영했다. 서쪽은 끼안티 산(Monti del Chianti, 정상 7백 미터), 동쪽은 프라토마뇨 산맥(정상 1592미터)이 마주하며 북쪽은 피렌체 일대의 낮은 언덕, 남쪽은 아레초 평지가 둘러싼 오목한 분지다. 행정구역상 피렌체와 아레초 현(province)이 관할하는 15군데 코무네(지방자체단체)와 해발 280미터~300미터 구간에 놓여있는 언덕을 포함한다. 지명이자 와인등급 명칭이기도 한 발다르노 디 소프라는 아르노강 상류를 뜻한다. 즉, 15개의 코무네는 아르노 강 상류에 인접하며 강 좌우로 포도밭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강의 오른쪽을 발다르노 디 소프라 우안, 왼쪽을 발다르노 디 소프라 좌안이라 부른다. 이곳을 빠져나간 아르노 강 줄기는 피렌체, 피사를 차례로 물길을 바꾼 후 리구리아 해로 흘러든다.

5백만 년 전에 분지는 호수가 덮고 있었다. 호수가 마르자 밑바닥에 겹으로 쌓여 있던 점토, 미사, 편암층이 드러났는데 이를 ‘발제 델 발다르노’ 토양이라 한다. 좌안은 숲이 울창하고 점토와 모래가 풍부한 평탄한 언덕이 대부분이고 우안은 경사가 급한 일련의 산이 솟아있다. 포도밭은 서향과 남서향의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교차가 심해 아로마 농축에 유리하고 타닌, 산미 같은 필수 성분이 균형 있게 완숙하도록 돕는다.
품종과 타입
발다르노 디 소프라 Doc 명칭으로 출시되는 타입은 다음과 같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비앙코(화이트 와인), 발다르노 디 소프라 로쏘(레드와인), 발다르노 디 소프라 로자토 스푸만테(로제 스푸만테), 벤뎀미아 타르디바(짙은 풍미를 얻기 위해 나무에 일부러 좀 더 놔두는 늦따기 기법. 비앙코와 로쏘 타입이 있다), 빈산토, 빈산토 오키오 디 페르니체, 리제르바가 있다. 앞선 와인들은 다음의 품종을 정해진 비율로 혼합해 만든다. 만일 단일품종만 넣거나 한 품종의 함량이 높으면 품종 이름을 라벨에 명시할 수 있다.
레드 품종- 산조베제, 카나이올로,칠리에졸로,폴리아톤다, 푸니텔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화이트 품종- 말바시아 비앙카, 오르피끼오, 트레비아노 토스카노, 샤르도네
리제르바는 최근에 도입됐고 레드 리제르바는 숙성기간은 최소 24개월이고 이중 오크 숙성은 12개월, 병 숙성은 3개월로 정했다. 화이트 리제르바는 최소 숙성기간이 12개월에 오크 숙성은 6개월, 병숙성은 3개월이다.

이어지는 와인들은 시음한 와인 중 깊은 인상을 남겼던 레드와인 (대부분 산조베제)이며 좌안과 우안으로 나뉘어 소개하겠다.
<우안>
발다르노 디 소프라 Doc 산조베제 2021 비냐 루스키에토 - 라 살체타 와이너리
달콤한 라즈베리, 체리, 블랙티, 민트, 시나몬, 흙내음, 와인 발효향이 향기롭게 피어난다. 섬세한 타닌 결이 부드러운 인상을 주며 순한 맛과 원만한 산미가 어우러져 마시기 부담 없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Doc 산조베제 2019 비냐 델 임페로- 테누타 세테 폰티 와이너리
블랙티, 허브, 타바코, 흙내음, 체리와 라즈베리의 달콤한 향이 순식간에 감각을 매혹시킨다. 예리한 산미, 촘촘하게 엮인 타닌이 완성한 탄탄한 균형미가 돋보인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Doc 산조베제 2020 비냐 폴리쎄나- 일 보로 와이너리
향신료, 유칼립투스, 블랙티, 사워 체리 등 은근한 향기가 매혹적이다. 경쾌한 산미는 생기가 돌며 입 안에 과즙을 고이게 하여 질감이 한층 부드럽다. 깔끔한 미네랄 여운, 균형 잡힌 바디가 세련된 느낌을 준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Doc 산조베제 2023 리제르바 - 비냐 델레 산지오니 와이너리
블랙베리, 흑자두, 향신료, 다크 초콜릿의 깊은 맛 뒤에 이어지는 라즈베리 향이 신선하다. 고형물이 주는 풀보디의 풍성함, 농후한 과일 향기 속에 배어있는 달콤함, 경쾌한 산미가 긴장도를 끌어올리는 반전의 묘미도 있다.
<좌안>
발다르노 디 소프라 Doc 산조베제 2022 비냐 물리노 - 테누타 산 야코포 와이너리
검붉은 과일, 블랙체리, 농후한 과일의 감미로운 향, 타바코, 젖은 흙이 그윽하게 와닿는다. 매끄런 질감이 입안을 감싸며 균형 잡힌 산미가 어우러진 단단한 구조를 만끽할 수 있다.
발다르노 디 소프라 Doc 산조베제 2021 리제르바 – 페트롤로 와이너리
블랙베리, 흑자두, 감초, 유칼립투스, 바이올렛, 농후한 핵과일 등 놀라운 복합미를 보여준다. 타닌의 힘을 과시하는 드라이한 맛, 산미가 혀에 닿는 순간 촉촉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잔잔한 허브향이 여운을 마무리한다.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위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