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한테 여름에 제일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을 꼽으라면 예술 도시일 거다. 기대감을 부풀리며 갔는데 볼거리가 벽과 아스팔트가 내뿜는 복사열에 갇힌 도심에 있다면 천하의 명소라도 더위를 뚫고 나갈 의욕이 꺾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토스카나 중남부의 중세도시 시에나는 예외다. 6백 년 전 처음 시작한 이래 여름철에만 열리는 팔리오(Palio) 말경주 덕분이다. 경기 당일날 경마장으로 변한 시에나 캄포광장은 아무리 찜통처럼 더워도 관중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다. 더위가 절정을 치닫는 7월 2일과 8월 16일 두 차례 열리니 여름 특수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평상시에도 캄포광장은 늘 붐비지만 팔리오 경기 때 풍경과는 색깔이 다르다. 경사진 광장 모양을 제대로 감상하려고 구릉지 눈높이에 맞추어 비스듬히 누워있는 연인들과 광장 중앙에 자리 잡은 시에나 시청사에 입장하려는 긴 대기줄로 광장 얼굴이 바뀐다. 시청사 건물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14세기 시모네 마르티니 작 마에스타 벽화와 암부로조 로렌제티의 좋은 정부 알레고리와 나쁜 정부 알레고리를 전시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관람 루트 바닥은 윤기로 맨질 거린다.

시에나는 와인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나 와인애호가들한테도 랜드마크 도시다.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산지를 곁에 두고 있고 피렌체 쪽에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디 몬테풀차노 와인 투어를 하려면 시에나를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이탈리아 최초로 에노테카 간판을 올린 곳도 시에나다. 에노테카는 와인샵이란 보통명사로 운영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국립, 주립, 사립으로 분류되는데 시에나 에노테카는 국립이다. 1960년대 와인홍보와 판매 공식 통로의 필요성이 대두하자 특별 법령을 통과시켜 개설했다. 시에나 메디치 요새(Fortezza Medicea di Siena) 내 16세기 성채 일부를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의 토대를 세운 DOC규정의 효력이 발생하자 역할과 기능이 점차 확대되었다. 약 1천 5백여 개 등급 와인의 전시 판매를 위한 공간이 들어섰고 각종 시음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국제와인 시티 챌린지 와인 품평회를 주최하는 치타 델 비노 와인협회 와는 각별한 사이다. 2001년 당시 셀레지오네 델 신다코란 이름으로 불리던 품평회의 첫 회를 에노테카가 유치했다. 치타 델 비노는 이번 대회 콘셉트를 레트로 감성으로 정해 24년 전 장소로 귀환하기로 했다. 시에나 에노테카는 경영상의 이유로 잠정적으로 폐쇄했다가 올해 10월 말에 개장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대회기간인 6월 5일부터 8일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임시 개방했다.
국제 와인 시티 챌린지 와인 품평회가 세운 기록들
와인 출품수는 작년 대비 15 % 늘어난 1천 5백 여종을 기록했다. 출품한 국가는 11여 개국으로 출품수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차지했다.(메달집계 결과 https://concorsoenologicocittadelvino.it/risultati-della-xxiii-edizione-del-concorso-enologico-2025-siena/)
국제 와인기구 OIV가 정한 메달 규정에 따라 총 출품 와인의 30% 인 401개 와인에 메달이 수여됐다. 이를 메달순위로 보면 각각 그랑골드 메달 71개, 골드 메달은 330개다. 실버 메달은 단 한 개의 와인도 메달권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고득점대의 실버 메달(82~84점) 와인은 종종 30% 안에 들기도 했다. 치타 델 비노 협회 안젤로 라디카(Angelo Radica) 회장은 실버 메달이 밀려난 이유를 "출품 와인의 품질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며 메달권 커트라인을 덩달아 끌어올렸다. 골드메달 커트라인이 85점에서 87.6(100점 만점)점으로 올랐다"라고 설명했다.
* 메달자격 기준은 이중 채점방식을 통해 결정된다. 먼저 5~6명으로 구성된 심사팀이 OIV기준에 따라 개별 와인에 점수를 준다. 이어 개별 점수들을 합산하여 고득점 순서대로 상위 30% 와인을 가려낸다.
치타델비노 협회(Associazione Città Del Vino)는 비영리 단체로 1985년 시에나에서 창단했다. 협회는 이탈리아 와인의 토대를 이루는 코무네(지방자치 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이들의 이익과 이해를 대변한다. 주요 업무는 코무네에 소재하는 와인생산자 활동 지원, 지역 특산물과 와인을 연계한 와인투어리즘 활성화로 민간인과 정부기관을 연결하는 중개역할을 한다.
가입 자격은 코무네 단위로 주어지며 코무네를 대표하는 실체는 시장(市長)이다. 예를 들어 어떤 와인이 품평회에서 우승하면 해당 와인이 생산된 코무네 시장과 생산자가 공동 우승자가 된다. 2025년 기준 누적 회원수는 5백 군데에 달한다. 2001년 출범한 국제 와인시티 챌린지 품평회는 협회의 꽃이다. 장소는 매년 개최의사를 표명한 코무네 중에서 선발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작년 대회는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주의 고리치아 코무네가 유치했다.
종합순위 집계 결과 General Classification
71개의 그랑골드는 이탈리아가 48개, 포르투갈은 20개를 가져갔다. 특히 포르투갈이 획득한 메달의40퍼센트가 주정강화 와인에서 나와 다시 한번 주정강화 와인의 종주국임을 각인시켰다. 이탈리아는 토착 품종과 지방 별 고유성을 앞세운 와인들이 선전을 거두었다. 메달을 안겨준 품종은 알리아니코,바르베라,카뉴라리,카노나우, 글레라, 말바시아 디 칸디아, 몬테풀차노 다부르초, 모스카토, 네비올로, 네로다볼라, 프리미티보, 산조베제다.
1위는 95.8점을 획득한 포르투갈 Camolas & Matos, Lda 와이너리의 Camolas Moscatel de Setúbal Reserva Barrel Aged 2020다. 2위 역시 포르투갈로 Municipio De Oeiras 와이너리의 Villa Oeiras Carcavelos 7 anos (95.2점), 3 위는 이탈리아 Chiara Morra 와이너리의 Rachia Castel San Lorenzo Moscato Passito 2018 (95점)에 돌아갔다.
타입별로 1위를 차지한 와인은 다음과 같다.
스위트 와인- Caves Santa Marta di Santa Marta 와이너리. Vinho Caves Santa Marta Porto 10 Anos Tawny (포르투갈. 93.6점).
레드 와인- Bonifácio e Filhos di Lisbona 와이너리. Património au léu Touriga Nacional 2023 (포르투갈. 94,6점)
약발포성 와인- Cascina Delle Rocche di Montecucco 와이너리 Moscato d’Asti DOCG “Bric dl’Arsura” 2024 (이탈리아. 94점)
화이트 와인- Gruppo Italiano Vini spa 와이너리 Frascati Superiore DOCG 2024 Vigneto Santa Teresa di Fontana Candida (이탈리아. 93,2점)

업계 최신 트렌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특별부문
협회는 그랑골드와 골드메달을 수상한 와인을 7개 부문으로 나뉘어 특별상을 수여한다. 분류기준을 메달을 많이 낸 품종과 타입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에 와인업계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커트라인을 그랑골드와 골드메달로 자른 종합순위와 달리 실버 메달까지 보여준다.
화산와인 부문 Volcanic Wines Ranking- 우승은 Amiata di Toninelli Simone 와이너리의 Montecucco Sangiovese Docg 2018 Lavico (94.4점.이탈리아)가 차지했다. 8개 와인이 그랑골드를 받았으며 라치오, 캄파니아, 토스카나, 바실리카타주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화산와인 산지는 이탈리아 전체에 흩어져있고 그러다 보니 토착품종 반영도가 높다. 화산토양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품종은 화이트, 레드를 가리지 않으며 말바시아 푼티나타, 알리아니코, 팔랑기나, 체사네제를 손꼽을 수 있다. 입상한 레드 와인의 평균 빈티지를 살펴보면 7~8년으로 장기 숙성력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네비올로 부문 Nebbiolo Ranking- 1위는 Nuove Tradizioni di Gualtiero Onore 와이너리의 Canavese Doc Nebbilo 2022에게 돌아갔다 (93.4점 이탈리아). 피에몬테주는 네비올로 품종의 본산지답게 메달을 휩쓸었지만 지역편차가 있었다. 전통적 특산지로 꼽히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의 안정세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카나베세, 겜메, 가티나라 지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피에몬테 내부에서 품질 평준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피에몬테 주 외 비록 메달수는 적지만 발레다오스타 주와 사르데냐 주의 메달권 진입도 흥미롭다.
베스트 베르멘티노 특별상 부문 Best Vermentino Ranking- 베르멘티노 품종이 80% 이상 포함된 와인에 수여된다. 리구리아주 Federici 와이너리의 Muri Grandi Liguria di Levante Bianco 2024와 사르데냐 주 Ambrales srls 와이너리의 Vermentino di Gallura Docg Superiore 2023가 공동수상했다. 사르데냐주와 리구리아주 투 톱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 뒤를 토스카나 주가 바짝 뒤를 쫓는다. 사르데냐는 전 지역에서 골고루 수상와인을 냈으며 리구리아는 콜리 디 루니 지역이 다 수 배출했다. 토스카나는 서북 해안의 칸디아 데이 콜리 아푸아니와 서 남해안의 마렘마 지역이 메달을 휩쓸었는데 토스카나 지역 내 베르멘티노 와인의 가파른 성장세와 궤를 같이한다.
로제 골드 부문 Rose Gold Ranking - 올해 신설된 상으로 레드 품종 기반의 스푸만테와 스틸 와인에 자격이 주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몰이하고 있는 로제와인의 영향력을 반영했다. 스파클링 타입(32종)과 스틸와인(39종)이 골고루 메달을 가져갔다. 제조방식은 샤마방식이 대세이며 샴페인 방식이 간간이 보인다.
1위는 Conte Collalto Sarl 와이너리의 Violette Incrocio Manzoni Moscato13.0.25 Rose’ VSAQ Extra Dry(92.6점.이탈리아), 이어 Grazia Di Francesco Maria Grazia 와이너리의 Per Mari Frappato Rosato Sicilia Doc 2024(92.2이탈리아)가 2위를 차지했다.
출신지를 보면 베네토, 시칠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트렌티노 알토아디제, 칼라브리아, 사르데냐, 토스카나, 라치오 등 주 경계를 넘나 든다. 품종을 보면 마치 토착품종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프라파토, 람브루스코, 갈리오포, 그레코 네라, 프리미티보, 몬테풀차노 다부르초, 체사네제, 카노나우등이며 스틸와인에서도 뛰어난 품질을 내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 포럼 Sparkling Wine Forum- 1위는 Conte Collalto Sarl 와이너리의 Violette Incrocio Manzoni Moscato 13.0.25(92.6점. 이탈리아)가 수상했는데 로제 골드 부문에서도 우승했다. 트렌티노 알토아디제주 Tenute Vidi 와이너리의 Trento Doc Brut 2018 과 Trento Doc Brut De La Cros가 동점(92.2)을 기록해 2위와 3위를 휩쓸었다. 같은 생산자의 Trento Doc Pas Dose’(90.4점)과 VIDI Rose’(90점)가 골드 메달 2개를 획득해 11위 안에 4개를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상위권 182개 중 프로세코가 76종을 차지해 베네토의 메달밭임을 확인시켰다. 프로세코의 DOCG등급인 발도비아데네가 67종을 차지해 프로세코 업계에서도 고품질이 정착된 것으로 추측된다. 전반적으로 샤마 방식이 독주하는 가운데 전통방식이 35개의 메달을 가져가는 쾌거를 거두었다. 전통방식의 일인자는 12개의 골드 메달을 목에 건 트렌티노 알토아디제주의 트렌토Doc (12종)이다. 스파클링 와인 강세에 맞서 주마다 토착품종을 앞세운 저만의 스타일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람부르스코, 리볼라 잘라, 베르멘티노, 체사네제, 피뇰레토, 모스카토 품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품평회 종료 후 한 달 뒤인 7월 5일,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 세나토리오 궁전 내 프로토모테카 홀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코무네를 대표하는 특성을 살려 독특한 시상식으로 녹여냈다. 상을 받게 된 와인이 생산된 코무네의 시장과 생산자가 함께 시상대에 올라 메달의 영예를 안는다.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공인 소믈리에
국제 와인 품평회 심사위원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운영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1 레벨 와인 치즈 테이스터
랑게 와인 앰버서더
로에로 와인 저널리스트 협회가 주최하는 2022년 국제 와인 저널리스트에 선정
Certified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Columnist of Korean Wine Magazines
Wine Judge from International Wine Awards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Langhe Wines
AmbassadorOrganizer of Winery Tour in Main Italian Wine Region First 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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