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노가와(信濃川)강이 유유히 흘러가는 니가타(新瀉) 후루마치(古町). 니가타의 야경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품위 있게 늙어가고 있는 니가타 오쿠라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이 빛나는 봄을 배경으로 한 쌍의 남자와 여자가 술을 마시고 있다. “싱거워. 한국 맥주 보고 물 같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한텐 일본 청주가 그런 느낌이네. 나마겐슈(生原酒)가 가열 살균한 제품보단 좀 낫긴 하지만, 좀 낫다는 그 정도겠지.” 한주가 말투까지 신랄하게 내뱉었다. 치에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모양이었다. 일본 사케를 수출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칼럼니스트 백웅재] 프리미엄 한주란 무엇인가? 졸저 ‘프리미엄 한주’에서 프리미엄은 일단 ‘비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긴 하다. 한주 업계가 거품 낀 곳도 아니고, 비싼 가격 고집하면서도 살아남을 정도면 다 그만한 퀄리티가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다랭이팜 술은 비싼 술이 아니다. 그래서 프리미엄 한주를 소개하는 이 글에서 소개해야 할지 어떨지 고민이 컸다. 일단 필자 자신이 자가당착에 빠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질만은 분명 프리미엄이라고 보증할 수 있다. 유기농 쌀 사용, 첨가제 없음, 우리밀 누룩 사용, 항
[칼럼니스트 백웅재] 풍정사계에 도착한 것은 폭염이 내리쬐는 지난 주말. 일단 밖에서 양조장이자 살림집을 겸한 곳으로 보이는 건물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안 올라오고 뭐해요~’라고 누가 2층에서 내려보며 말을 건다. 작은 키지만 군살 없는 몸매에 검게 그을린 얼굴의 이한상 대표임을 한눈에 알겠다.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서니 밖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넓은 마당에 건물도 3동이 있는 양조장이 펼쳐진다. 이한상 대표가 운영하는 풍정사계는 청주시 청원군 내수면 풍정리에 위치한다. 내수면에는 유명한 초정리가 있다. 풍정리는 초정리와 같은
[칼럼니스트 허수자] 포항 동해양조장은 젊은 양조가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양민호 대표는 2대째의 젊은 사장이고, 부모님이 양조장을 인수(80년대)하시기 이전까지 하면 양조장 역사는 50년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오래되었으니 낡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포항이라는 작지 않은 도시에서 선두를 다투는 메이져 양조장이니 만큼 매출 규모도 적지 않은데, 이를 꼬박꼬박 재투자 해서 깔끔하고 자동화된 시설을 이루어 놓았다. 일단 숙성탱크의 수가 어지간한 지방 양조장과는 다르다. 포항 같이 빠르게 성장한 도시에서 양
[칼럼니스트 허수자] 천전양조장의 역사는 오래다. 춘천, 춘성군 지역의 4개 양조장이 통합해서 천전양조장이 된 것이 1974년의 일이고, 통합한 네 양조장 대표 중의 일인이자 현 한상일대표의 부친인 한익수 대표는 그 중의 하나인 금산양조장의 대표였다. 금산양조장의 역사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온다고 한다.역사가 오랜 양조장은 많다. 일제시대 초기에 생긴 양조장이 지금까지 대를 이어 내려오는 경우도 여럿 된다. 천전양조장에서 느낀 것은 역사가 오랜 것에 대한 것보다는 술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에 대한 놀라움이다. 한상일대표는 중국에서
[칼럼니스트 허수자] 상동탁주에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나라미를 사용한다. 상동탁주도 원래는 밀가루로 빚던 시절이 있었는데(쌀로 술 빚는 것이 금지외었기에) 현재는 국산 나라미를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쌀을 쓰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박대흠 사장의 말투에는 은근히 걱정과 시름이 묻어난다."우리나라 정부라 카는기... 머 이거로 해라 그랬다가 몇 년 뒤면 또 바뀌고 그카니까..."쌀로, 밀가루로, 다시 쌀로... 겪어온 세월이 있는 것이다. 고두밥은 엄청나게 큰 솥에다가 찐다. 꽉 채우려면 80Kg짜리 쌀이 몇 가마니나 들어
[칼럼니스트 허수자] 김해 상동탁주 취재는 뜻하지 않게 고행길이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으니 역시 인생은 투여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랄까...고행길이 된 사연은 이렇다. 취재 요청차 전화를 했더니 아침 6시면 작업 시작한다고 아침에 오란다. 아산, 김해, 칠곡을 2박 3일 일정으로 취재하려니 발길이 어지간히 바쁜데 원래는 칠곡을 먼저 들러서 1박을 하고 그 다음날 오후에나 가서 취재를 한 다음에 슬슬 저녁먹고 서울로 올라올까... 정도의 마인드였지만 '작업'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원래 양조장
[칼럼니스트 허수자] 충남 서천군 한산면. 생각보다 꽤 먼 곳이다. 충청남도의 가장 아래, 군산의 바로 위에 있는 곳. 구불구불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면 2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는 또 꽤나 왔는데 마침 양조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쳐있었다.한산모시생막걸리. 모시는 잘 아는 옷감의 원료이다. 우리나라 산야의 거의 모든 식물들이 그렇듯이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고는 하나 모시라면 역시 섬유와 옷감으로써 인식이 되기에 처음 모시막걸리를 접했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모시떡을 먹어본 적도
[칼럼니스트 허수자] 평소에 개인적으로 별로 신경쓰는 분야는 아니지만 이번에 찾아보는 막걸리는 '색과 향'을 테마로 했다. 전북 김제의 지평선양조장에서 나오는 울금막걸리를 찾아보기로 했다.울금은 동남아가 원산지이지만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도 자란다. 고문헌에도 울금을 넣는다는 술이 더러 있는데 아마도 그 시절에도 우리나라에 울금이 재배되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처음에는 남해안자락에서 재배하던 것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 울금 산지가 여럿이니 만큼 울금막걸리도 여러 곳에서 나온다. 이제까지 테이스팅노트를 쓴 것도 여럿이다.
군산에 은파막걸리가 유명하단 소리를 들은 지가 막걸리 찾아다니던 초기부터이니 제법 오래 되었다. 그래서 꽤나 유서 깊은 지역 막걸리인 줄 알았고, 일전에 군산에 들렀을 때 맛본 술이 제법 괜찮다 싶어서 세발자전거 이달의 막걸리로 추천해보았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보니 왠걸, 은파막걸리는 2009년 창업의 역사를 가진 신생양조장의 작품이었던 것. 고희국(59) 사장은 군산이 고향이다. 특정주류 유통업(탁약주)에 종사하다 보니 막걸리가 전망이 있는 사업 같아서 직접 양조장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창업 전에는 다른 양조장에서 3년 정도
[칼럼니스트 허수자] 영광의 대마주조장은 지역에서는 '할머니막걸리'로 유명한 곳이다. 가난한 집으로 시집 온 이숙여 할머니는 술을 빚어 팔았다. 당시에는 술 빚을 쌀이 없어서 비교적 흔한 보리로 빚어 팔던 것인데 요즘은 오히려 보리값이 쌀값보다 몇 배나 비싸다고 정덕진(46) 사장은 쓴웃음을 짓는다.처음 양조장이 개업한 것은 1961년으로 이 때는 정덕진 사장의 형이 창업을 했다고 한다. 한동안은 대마주조도 쌀과 밀가루로 술을 만들었으나 옛날 어머니가 하시던 그 술을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사장이 부인과 함께 어머니
[칼럼니스트 허수자] 예천의 용궁양조장 가는 길은 항상 기대와 즐거움이 가득이다. 맛난 것이 기다리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용궁면 일대가1박 2일에 나온 이래로 점점 발전이 되어서 한적한 시골읍이지만 이제는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차 댈 곳이 없다.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용궁양조장과 몇 군데의 순대집들. 1박2일에 처음 나온 그 때는 그랬는데 이제는 재래시장도 완전히 새단장했고 순대집들도 엄청 늘었으며 그 외에도 여러가지 먹거리 놀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갈 때마다 변하는 모습도 즐겁고 어차피 가던 사람이야 원조집 몇
[칼럼니스트 허수자] 칠곡의 신동양조장을 가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 처음에는 그냥 슥~~ 가서 보고왔고 정식 취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취재 요청 전화에 대하시는 것이 범상치 않은 것은, 아무날 아무시쯤 가도 될까요 하니 ‘그날은 집에 있으니 오소..’ 하는 대답. 환영도 겸사도 없고, 그냥 그날은 내 있으니 와서 볼 일 있으면 보고 가시던가...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신동양조장을 찾았을 때는 비가 왠수같이 퍼붓고 있었고 양조장에 들어서니 윤기창 장인은 술 거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
[칼럼니스트 허수자] 이변이었다. 창업 1년도 안 된 신생 양조장이 우리술품평회에서 쟁쟁한 다른 막걸리들을 제치고 생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막걸리의 얘기다. 때마침 산천어 축제 기간에 맞춰서 화천주가를 방문했다. 안 그래도 추운 1월에 눈 쌓인 강원도행이다.양조장은 신생이지만 장인은 그렇지 않다. 거기에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이창규사장(50)은 양조 경력이 20여년, 여러 곳의 양조장에서 수출용 살균막걸리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술을 만들었다. 게다가 일본의 양조장에까지 찾아가 일을 해주며 노하우를 배웠다니
[칼럼니스트 허수자] 당진은 크지 않은 동네이지만 술 맛 좋은 양조장이 많다. 백련막걸리를 만드는 3대 경영의 신평양조장을 비롯해서 면천샘물막걸리를 만드는 면천주조,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미담막걸리의 성광주조가 있다. 모두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술을 만들고 있다. 특히 성광주조의 미담막걸리는 2010년 우리술 품평회 생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필자도 우리술품평회 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지만, 수상한 막걸리가 꼭 엄청나게 좋으냐 하면, 글쎄 개인의 취향이 튀는 모양이다 싶은 경우도 있다.개인의 취향
[칼럼니스트 허수자] 이번에 소개하는 양조장은 대빵막걸리를 생산하는 경북 의성의 이루화 영농조합이다. 술이나 양조장이나 일단 이름부터가 무척 인상적이다. 대빵막걸리, 이름 한 번 시원하고 선이 굵다. 최고의 막걸리가 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대빵막걸리는 경상도 북부 막걸리들의 특징인 강건한 신맛과 명쾌한 라인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러자면 며칠 정도 숙성을 잘 시키는 편이 좋고, 너무 이르게 마시면 특유의 신맛과 질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맛은 의성 안계평야의 쌀과 상주 곡자의 누룩이 만나서 술의 틀을 잡고 산수유와 연잎을
[칼럼니스트 허수자] 지방을 향해 가는 출장은 언제나 피곤이 반 즐거움이 반이지만 이번 제주 출장의 경우에는 즐거움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고 해야 솔직하겠지. 가을의 제주는 너무나 평온하고 맑았다. 태풍이 수시로 몰아치고 난파선에서 밀려라도 온 듯이 바닷가마다 사람이 버글대는 제주보다는 조금 조용하고 평온한 쪽이 훨씬 좋다. 제주도 전체 인구는 60만명 정도, 제주도 사람들은 서울에서 조금 큰 구 정도라고 자조하듯 말하지만 사실 지역양조장으로서는 꽤나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개 시군단위로 형성되어있는 막걸리 시장이다.
[칼럼니스트 허수자] 법전양조장집 큰아들인 강기호씨와는 잘 아는 사이다. 기호씨가 서울까지 와서 모 아카데미에서 전통주 과정을 수강하는 데 마침 옆자리 동기였던 인연이 있었다. 그런 인연도 있고, 협조차 카톡을 날렸더니 대답이 참 퉁명스럽기도 하다. "이런 시골구석 양조장에 뭐 볼 게 있다고 그런데요?"이것도 작게나마 홍보라면 홍보인데, 낯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칙사대접은 안 받아도 좀 반가운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건만, 이 산동네 시골사나이 기질이 영락없이 이렇다. 좌우간 뭐 간다는데 막지는 않으니 어느 맑은 가을날 솔향기 듬뿍